하비 콕스라는 신학자는 "현대인의 우상은 출세"라 했다. 출세는 돈과 명예와 권력으로 지환됨을 알기에 사람들은 출세에 집착한다. 출세를 위해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보니 고요함을 잃게 된다. 고요함을 습관들이고, 고졸함을 기른다는 '습정양졸'의 정신이 필요하다. <<장자>>에 "감어지수"라는 말이 있다. 흐르지 않고 고요한 물에 사람들은 거울 삼아 자신을 비추어 본다는 말이다. 흐르는 물에 얼굴을 비춰 볼 수 없는 것처럼 고요함이 없는 마음에 우리의 모습은 비쳐지지 않는다. 나는 주말 농장이란 이름인데, 주중에 그곳에 가면, 영문 모를 환대인 고요함을 맛본다. 그 무조건적인 환대는 내 영혼의 깊은 곳을 툭 건드리고, 고단하고 외로운 나를 쉬게 한다. 진정한 쉼은 마음을 내려놓는 일이다.
카프카가 그랬다. 평안, 정적, 휴식을 자신에게 허락하지 않는 성급함은 인류의 중죄라고 말이다. 우리는 자기 짐을 이고 다니는 달팽이처럼 살아간다. 그 짐을 내려 놓으려면 침묵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 문제는 소란에 길들여진 영혼은 침묵을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다. 침묵의 길에 들어서려면 세상을 행한 감각의 창문을 모두 닫고, 자신의 내면만을 응시하면서, 어떤 '은밀한 소리'를 들어야 하다. 그 소리를 들으려면 침묵이 필요하다. 숭고한 자신을 찾아가는 순례자에게는 고요와 침묵 그리고 경청이 필요하다.
고요를 수행하는 사람은 자신을 유혹하는 외부의 소리를 거부하고, 자신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미세한 소리를 듣는다. 자신의 사소한 생각에도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인다. 그는 듣기 위해 침묵을 유지한다. 사실 듣기와 말하기는 서로 배타적이며 동시에 이루어질 수 없다. 듣기를 수련한 적이 없는 사람은 자신의 말을 하기에 급급하다. 주의 깊게 들을 수 있는 사람만이 상대방의 의중을 이해할 수 있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는 경청을 통해 무아(無我)의 경지에 들어가야 가능하다. 여기서 무아에 방점을 찍는다. 영어로 말하면 타자 중심적 듣기인 'listening' 이다. Listen은 자신이 듣고자 하는 대상 앞에 전치사 to 가 놓인다. 그러므로 '리스닝'은 상대방의 말에 나의 귀를 가져다 대는 노력이 필요하다. 말 그 대로 '경청(傾聽)'이 필요하다. 이는 자기 중심적에서 벗어나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과 귀를 쭉 뻗어내려는 수고가 동반되어야 한다. 반면 영어 단어 hearling은 자기 중심적이다. 히어링은 상대방의 말을 흘려 듣는 낮은 수준의 듣기이다. 자신에게 익숙한 말만 취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요구를 헤아릴 수 없다.
순례자를 다른 말로 하면, 구도자이다. 언젠가 한 번 공유했던 박노해 시인의 <깨져야 깨친다>를 소환한다. "한 구도자가 스승에게 물었다/진리의 길로 가려면 어찌해야 합니까//선하고 의로운 벗들과 함께 가라/좋은 벗들과 함께하는 것이/진리의 길의 전부이다//어찌해야 깨달음에 이를 수 있습니까//너를 위해 깨닫겠다는 너를 깨라/
자신을 깨뜨리면 깨달음이다/아니오!로 맞서 깨져야 깨친다/제가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까//스승은 막대기로 줄을 하나 좌악 긋더니/지금 바로 여기에서 시작하거라/자비의 마음으로 크게 울어라"
구도자는, 일상에서, 선행을 보이며 선행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배철현 교수는 구약성서의 <미가서>를 인용하며, 선행이란 "정의를 행하고, 자비를 추구하며, 겸손하게 네가 만난 신이 요구한대로 생활하는 것"(<미가서> 6:8)이라 했다. 구도자가 되기 위해, 미가는 우리가 가장 매력적인 향기를 잔잔하게 내뿜을 수 있는, 인향(人香)의 비밀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말해주었다. 늘 마음에 새기고 실천하려고 노력해야 동물적인 인간에게서 신적인 인간이 될 수 있다고 나는 본다.
• 정의 실천하기
• 자비 희구하기
• 겸손 생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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