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사람들은 <인문 일기>에 정치 이야기를 가급적 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나 요즈음 몇 분의 대통령 후보를 보면, 맹자의 "관어해자난위수(觀於海者亂爲水)라는 구절이 떠오른다. 우리는 흔히 이 문장을 "바다를 본 사람은 물을 말하기 어렵다"로 풀이하지만, 신영복 교수는 '바다를 본 사람에게는 물에 대하여 거짓말을 하기가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하였다. 뭣도 모르고, 대선 후보로 나와 '막말'을 한다. 해와 달이 모든 틈새를 다 비춘다는 것은 한 점 숨김이 없어야 한다. 이를 우리는 '불영과불행(不盈科不行)'이라 한다. 여기서 '과'는 '구덩이'란 뜻이다. 물이 흐르다 구덩이를 만나면 그 구덩이를 다 채운 다음에 앞으로 나아가는 법이라는 말이다. 오히려 대선에 나와서 자신의 당선되기는 커녕 자신의 구덩이를 채우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왜냐하면, 자연은 건너뛰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불영과불행'은 첩경(捷勁)에 연연하지 말고 우직하게 정도(正道)를 고집하라는 말이다. 비슷한 말로 '불성장부달(不成章不達)'이란 말도 있다. 장(章, 글)은 수많은 무늬(文)들로 이루어진 한 폭의 비단과 같은 것이다. 전체를 아우르는 어떤 경지를 의미한다. 그러한 경지에 이르지 않았으면 치인(治人)의 장(場, 마당)으로 나아가면 안 된다.
일제 식민지로부터 해방된 지 70년이 넘은 지금 다시 역사 논쟁이 일고 있다. 시작은 윤**였다. 기자회견을 열고 대권 도전을 선언하는 자리에서 한일 관계 개선 해법을 묻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 윤**은 "지금 한 일 관계는 수교 이후 가장 열악해지고 회복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망가졌다"며 "실용주의, 실사구시에 입각해서 해야 하는데 [현 정부가] 이념 편향적인 <죽창가>를 부르다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것이다. 그런 역사의식을 가진 것으 드러났지만,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2년 전에 일본 정부가 일으킨 한 일 무역 경제 전쟁을 모르는가? 많은 사람들이 덕분에 한국 기업의 기술자립화 수준이 높아졌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이**가 이어갔다. 역사가 어떤 모양이든 그저 손에 쥔 기득권이나 지키는 데 관심 뿐인 한줌의 승냥이들이 '버럭 질'이다. 이**가 했다는 말을 찾아보았다,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의 정부수립 단계와 달라서 친일 청산을 못하고 친일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서 지배 체제를 그대로 유지했지 않는가? (…) 깨끗하게 나라가 출발되지 못했다. (…) 나라를 다시 세운다는 생각으로 새로 출발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해방 후 이승만이 정적들을 다 제압하고, 미군정, 친일 세력들과 손잡아 권력 잡은 오욕의 현대사를 모르는 대한민국 국민이 있는가 묻고 싶다. 이승만을 국부로 모시는 이들에게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역사 해석이다.
체계적인 준비 없이 선동적인 발언은 조심해야 한다. 아직도 우리의 기득권 세력들은 공고하다. 대부분이 최저시급을 받으며 힘든 삶을 살고 있는데, 기득권 층은 투기로 쉽게 재산을 획득하고 있는 이 현실에 불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방 정국에서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했다"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한반도를 패전국인 일본의 일부로 취급했고 미군도 포고령에서 스스로를 '점령군'이라 표현했었다. 점령균과 주한미군과는 다르다. 주한 미군은 독립 정부의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주둔한 만큼 명백한 다른 성격의 군대이다. 이에 대해 "대한민국의 출발을 부정하는 역사 인식"이라는 어떤 이의 발언은 자신의 무식을 보여준 거다.
다시 한 번 또 묻고 싶다.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 정부 수립 단계와는 좀 달리 친일 청산을 못하고 친일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그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해 깨끗하게 나라가 출발하지 못했다'는 말에 무제가 무엇인가? 그 말에서 '대한민국 정통성 부정'이라는 결론을 도출 할 수 있는가? 독립운동가 후손을 만나 제대로 예우하지 못했다며 배경을 설명하는 말이 '조야한 역사인식'이란 말인가? 친일파가 미군정과 손잡고 지배체제를 유지했다는 역사적 진실을 누가 감히 부정하려는 가? 누가 단편적 지식으로 맥락 잃은 인식을 자랑하고 있는가?
김종구 언론인의 글에서 만났다. 한국 정치를 지배해 온 4 가지 키워드는 반공주의. 지역주의, 성장주의, 사대주의였다. 최근 런론의 보도를 보면, 윤** 후보는 아직도 정치적 지향점, 국정운영 철학도 결국 이 네 기둥 위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검찰총장을 떠나기 직전 대구를 방문해 환호하는 대구 시민들에게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한 데서는 지역주의의 망령이, 탈원전 정책에 대한 맹공에서는 생태와 환경, 미래세대의 안전과 건강보다는 당장의 성장지상주의 그림자가, '미군 점령군' 발언 논란 키우기에서는 반공주의와 사대주의 신봉자로서의 진면목이 확인된다. 앞으로 드러날 남북 정책에서도 평화와 공존이 아닌 대결과 냉전의 논리에 기초한 정책이 될 확률이 높다. 이 점이 과거 지향적 인물이라 평가된다.
인문학을 단순한 문화활동의 영역으로만 이해할 때, 그 인문학은 탈 정치화되고 탈 역사화 된다. 그러한 인문학은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지녀야 할 사회나 세계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게 하고, 구체적인 변화가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실천적 삶에 무관심하게 된다. 인문학을 탈 정치화 하면 인문학이 중요한 비판적 성찰과 세계에 대한 개입의 의미를 보지 못하게 한다. 그래 나는 인문학보다 인문운동가가 되기 택한 이유이다. 인문운동가가 하는 일은 비판적 성찰, 해답 찾기가 아닌 새로운 물음 묻기를 통한 세계 개입 그리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서의 정의, 평화, 평등, 연대의 가치를 더 확장하고 실천하기 위한 비판적 저항이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던 간에 고정하려 하는 것과 제한하려 하는 것, 절대적인 것의 위험성과 불확실성을 성찰해야 한다. 이런 비판적 저항은 다음과 같은 인문학의 기초에서 이루어진다.
(1) 세상의 모든 권위와 권력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유하기: 한나 아렌트는 비판적 사유는 나 자신과의 대화이고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고독'이라고 말했다. 외부에서 들리는 소리보다 내면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2) 과학적이고 이성적으로 사유하기: 이를 위해 자신을 말과 글로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3) 물음 묻기, 즉 질문하기: 좋은 질문과 나쁜 질문이 있다. 좋은 질문은 질문 받는 나를 생각하게 만들고 내 안에 또 다른 세계를 찾게 만든다. 나쁜 질문은 "예 혹은 아니오"로 단정 짓게 만드는, 생각이 필요하지 않은 질문이다. 답을 내릴 때 기억해야 할 다음 세 가지가 중요하다. ① 모든 답은 잠정성을 갖는다. ② 모든 답은 부분성을 갖는다. ③ 모든 답은 특정한 정황 속에 매여 있다.
이를 통해 키워진 인문 정신은 확실성을 내려놓고 불확실성에서 사유를 시작하는 것이다. 끊임 없는 불안감을 끌어 안고 살아야 하는 수고가 있다 할지라도, 고정된 정답보다 새로운 질문 묻기를 하는 것이다. 상투성에 저항하고 자명성에 물음표를 붙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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