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자 성어,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공자가 한 말이다. 소인배를 대할 때 너무 가까이하면 다치기 쉽고, 너무 멀리하면 해코지하므로 적당한 거리를 두라는 말이다. 어쨌든 너무 멀지도 않게 너무 가깝지도 않게 하라는 뜻이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중용'이라는 이름으로 이 거리 두기를 강조했다. 그는 "용기란 무모하지도 않고, 겁을 먹지도 않은 상태라 했고, 절제란 방종도 아니고, 무감각하지도 않은 상태 그리고 관대 함이란 낭비도 인색도 아닌 상태이고 긍지란 오만하지도 않고 비굴하지도 않은 것"이라 했다. 이 거리 두기가 인간들끼리 의 관계에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의 ‘사이’와 ‘사이’의 틈새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는 단어도 한자로 사람 ‘인(人)’과 사이 ‘간(間)’을 쓴다. 좋은 관계를 ‘사이 좋다’고 우리는 표현한다. 좋은 사이란 뜨겁게 가까운 거리도, 차갑게 먼 거리도 아니다. 그것은 서로가 36.5도의 따뜻함으로 존재할 수 있는 거리를 말한다. 우리는 그렇게 무수한 사이에 겨우 존재하는 것이다. 겨울과 봄 사이, 밤과 아침 사이, 아이와 어른 사이, 이해와 오해 사이 그리고 당신과 나 사이, 그 무수한 사이 속에서.
여기서 사이는 '거리 두기'이고 '틈' 아니 '간격'을 벌리는 데서 나온다. 나를 존재하게 만드는 공간과 시간, 내가 장악해야 할 순간에도 모두 간격이 있다. 인간, 시간, 공간, 순간, 모두 다 간(間)자가 들어간다. 불가근불가원이라는 이 절제된 간격이야말로 내가 너를 존엄한 존재로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표현이다. 그래 '간격', '틈'은 사랑의 완성이다. 사랑은 상대방과의 '틈', 아니 '간격'을 존중하는 연습에서 나온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그 '틈', 아니 '간격'은 상대를 온전한 인간으로, 대상을 온전한 세계를 가진 가치로 인정하는 발판이기 때문이다. 미치도록 사랑하여 그 뜨거운 불꽃에 데이고, 그것이 두려워 너무 멀리 떨어져 얼음처럼 차갑고 외롭게 지내는 일은 어리석은 짓이다. 파스칼은 "인간의 모든 불행은 홀로 조용한 방에 앉아 있을 수 없어서 생"긴다고 말했다.
나와 너 사이를 매어주는 위대한 감정인 사랑에도 '틈', 아니' 간격'이 필요하다. 물론 절제된 '틈', 아니 '간격'이다. 이 '틈'이 서로를 존엄한 존재로 인정하고 존중하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절제된 '틈', 아니' 간격'은 사랑의 완성이다. 배철현 교수가 자신의 책, <정적>에서 인용한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사랑의 의미에 대한 편지를 공유하며, 긴 글을 마친다.
"사랑은 어렵습니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은 우리가 완수해야 할 가장 어려운 임무일 것입니다. 그것은 인간에 궁극적이며, 인간이 되기 위한 마지막 시험이며, 인간이라는 마지막 증거입니다. 사랑은 준비입니다. (…) 사랑은 합치는 것, 상대방에게 나를 온전히 주는 것, 그리고 함께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연합은 분명하지 않고, 완결되지 않고 한 사람을 다른 사람에게 종속 시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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