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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가 공정이다.

누구도 같은 조건일 수 없는 찬문학적 변수의 집합체인 인간 사회에서 진정한 공정은 가능할까? 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면, 10대 말까지의 학업 능력은 환경이 우선한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지적, 신체적, 정신적 능력이 정착되기도 전에 수많은 이들의 삶의 기회와 방향이 바뀐다. 그러다 보니 드러나는 불공정 이외도 무의식적 기회 박탈과 배제가 더욱 공공연한 삶에서 공정을 논하는 것은 유토피아를 논하는 만큼 허무맹랑하다.

도나 개나 공정을 말한다. 잘 구분해야 한다. 이준석 식의 공정은 '능력'에 따른 공정이다. '시험(성적)'을 잣대로 삼는 공정이다. 능력을 시험하는 과정과 절차가 공정하면 사회,경제적 약자와 소수자도 정당한 기회를 누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식으로 고민하지 않는 공정에 대한 이야기는 사람들을 더 혼돈스럽게 한다.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노력으로 공정한 시험을 거쳐 정규직을 획득하면, 그렇지 않은 이들을 정당하게 차별할 수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노력은 애초부터 공정하지 않다. 부모의 경제력과 지위, 자라온 환경에 따라 노력에 시간과 자본을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달라진다.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이 없는 사람은 노력조차 할 수 없다.

더욱 문제는 '정당한 차별'을 행하는 저들이 이런 상황을 모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국인들은 세대를 막론하고 경쟁에 노출돼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런데 왜 최근 들어 문제가 더 불거져 보일까? 기회의 평등을 발하던 정부에 그래도 기대를 걸었지만, 이 정부의 상징적 인물들이 스펙 품앗이로 자본을 세습하는 걸 보고 불평등한 세상이 더는 정치로 보정되지 않겠구나 체념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변화보다 지금 가진 것을 부여잡고 어떻게 든 놓치않으려 애쓰는 것이다. '정당한 차별'이라는 지옥이다. 내가 좋아하는 박선화 교수는 발달 격차로 인한 기회의 부공정을 자신의 칼럼에서 제기했다. 운 좋게 조금 일찍 태어난 아이들은 자신감과 리더십, 상대적 실력으로 엘리트가 되어 연쇄적으로 더 좋은 기회를 누린다.  사회학자들은 이를 '누적적 이득'이라고 부른다. 기회의 불균형으로 인한 불공정은 무수하다. 열심히 공부한 사람이 더 누리는 것이 공정한 사회인가? 공정한 사회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1) 더 나은 시스템을 위해 우리는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2) 그 전에 다음과 같은 인식을 가져야 한다. 불완전한 세계에서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온전한 공정은, 모든 성취는 남들이 차려 놓은 밥상과 희생 위에 있다는 것을 상기하고 적절한 재 분배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공정은 기회균등에서 출발해 합리적 분배로 완성된다.
(3) 우리는 모든 것이 빚을 지고 산다. 사소한 행운들의 누적을 통해 거머쥔 성취에 대해 진정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갖는 것이다. 나누고 살아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과정은 다 무엇인가에 빚을 지고 산다. 그러니 다름이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쨌든 내가 생각하는 시대 정신은 불평등 해소,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 그리고 문화와 예술 향유를 통한 경쟁이 아닌 여유로운 삶이다. 그래 오늘 오픈한 <유라 극장>은 의미가 있다. 예술 향유이기도 하지만, 문화의 다양성을 위해 유라시아 예술과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키우려고 뜻있는 사람끼리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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