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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영화 <노마드랜드>

실제로 미국에는 집 없이, 아니 자동차를 바퀴 달린 집 삼아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사는 노매드, 즉 노마드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이들은 디지털 노마드처럼 원격으로 일하는 대신 일자리를 찾아 차를 몰고 이동한다. 연말에 밀려드는 상품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 임시직 노동자를 대거 고용하는 아마존이나, 여름 시즌 캠핑장 관리자를 단기적으로 고용하는 국립공원 같은 곳이 그런 일자리다. 이런 노마드가 급증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이들을 다년간 취재한 미국 기자 제시카 브루더가 쓴 『노마드랜드』 따르면, 그 상당수가 은퇴 연령대의 나이 든 사람들이다. 쥐꼬리만 한 연금으로 집세를 감당할 수 없거나, 경제위기로 중산층에서 추락한 이들이다.  우리도 곧 그런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 속에 나오는 노매드는 홈리스 "노숙자(homless)"와는 다르다. 그들에게는 가정이 없다. 하지만 노매드에게는 자신의 캠핑카가 홈이고, 안락한 가정이고 시작점이자 종착지이다. 단지 그들은 한 곳에 고정된 지붕 아래 자는 게 버겁고, 먹기 위해 일하고, 여행을 계속하기 위해 일하고, 떠나기 위해 일터에 잠시 머무르는 사람일 뿐이다. 그들은 인생과 일을 손끝에서 놓지 않았다. 다만 일만 하지 않을 뿐이다. 영화에서 나오듯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되었으나 바다에 띄워 본 적 없는 요트를 마당에 세워놓은 채 죽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내 차를 요트 삼아 세상과 자연이라는 바다에 뛰어든 사람일 뿐이다. 그 외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치료를 포기하고 알레스카로 추억을 찾아서 떠난다는 스완키 할머니와 아들이 자살하자 그 고통을 견뎌 내기 위해 노매드 커뮤니티를 만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면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 간다는 밥 웰스 등이 기억된다. 그들은 캠핑장에서 청소를 하고 아마존과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지만 서로 돕고 연대하면서 힘들고 어려운 자신들의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간다.

이 영화가 나에게 매력으로 보였던 것은 나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당신은 어떤 삶을 살려 하는가? 영화는 어떤 삶을 살든 무엇을 내어주고 무엇을 얻어낼 것인가 질문한다. 그리고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음을 보여준다. 자신의 살고 있는 삶의 형식에 대해 질문하게 한다. 또한 이 영화의 매력은 특정 장면이 아니라 광활한 대자연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이 거대한 자연을 통해 자연 속에 살아가는 것이 아닌 조심스레 자연에 섞여가며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그리고 있는 점이다. 자연 속에 스며들며 자연이 주는 무언가를 한껏 느끼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본질이 자연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과연 이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일까? 어쩌면 길 위의 삶을 선택한 사람들은 용감한 사람들이다,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날 수 있을까? 타인의 삶의 구경하다 깊은 여운에 빠지게 한 영화였다. 내가 꿈꾸는 노마드는 실제로 집을 떠나 거리에서 살아간 다기 보다, 정신적으로 노마드가 되고 싶은 거다. 찰스 핸디는 자신의 책, 『코끼리와 벼룩』에서 "100세 시대에 코끼리에 붙어사는 것은 불가능하니 '1인 기업가'처럼 강인한 벼룩으로 성장할 준비를 하라'고 말했다. 뭍사람의 다리와 뱃사람의 다리가 다른 것처럼, 노마드의 다리는 정착인의 다리와 달라야 한다. 뭍사람은 배를 타면 작은 파도의 출렁거림에도 일을 못한다. 그러나 뱃사람은 균형감각을 잡아 폭풍우 속에서도 일을 한다. 노마드는 뱃사람처럼 심리적으로 굳건한 다리를 가져야 한다. 고체가 되어서는 안되고, 액체가 되어 늘 유연한 사고를 해야 한다. 그러면서 자본의 한 가운데서 자본에 포기되지 않는 길을 열어 가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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