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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시간은 '나는 것'이 아니라, '내는 것'이다.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11월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시간 참 빨리 간다. 그런데 시간은 '나는 것'이 아니라, '내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시간이 나면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한다. 하지만 시간은 내는 것이기도 해서, 그 시간에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 어젠 오랜 바람이었던 치과를 다녀왔다. 그래 일주일간은 '주님'를 모시지 못한다. 그러나 12월 한 달이 남아 있어 다행이다.

누군가를 위해 시간을 냈다가, 힘들게 비웠던 그 시간이 가득 채워졌던 경험은 행복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행복은 감정이라서 저축되지 않기도 한다. 행복의 비밀은 과거를 후회하거나 미래를 걱정하며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지금 이 시간을 최대한 즐겁게 사는 것이다. 올 한 해도 다 갔다고 후회하지 말고, 남은 한 달을 걱정하지 말고, 오늘 11월 말일 하루를 즐겁게 사는 것이다. 갈대처럼,  "목숨들이 가장 낮은 땅을 찾아 몸을 눕힐 때",  "하늘을 향해 서"있는 것이다.

이가 아프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11월/오세영

지금은 태양이 낮게 뜨는 계절,
돌아보면
다들 떠나갔구나,
제 있을 꽃자리
빈들을 지키는 건 갈대뿐이다.
상강(霜降).
서릿발 차가운 칼날 앞에서
꽃은 꽃끼리, 잎은 잎끼리
맨땅에
스스로 목숨을 던지지만
갈대는 호올로 빈 하늘을 우러러
시대를 통곡한다.
시들어 썩기보다
말라 부서지기를 선택한 그의
인동(忍冬),
갈대는
목숨들이 가장 낮은 땅을 찾아
몸을 눕힐 때
오히려 하늘을 향해 선다.
해를 받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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