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코로나-19가 3차 유행이라 한다. 그러나 'Dum vita est, spes est(둠 비타 에스트, 스페스 에스트)'라는 라틴어 문장을 나는 좋아한다. 이 말은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건배사로 내가 자주 쓰는 것이 "스페로(spero), 스페라(spera)"이다. 이 말은 "나는 희망한다. 그러니 너도 희망하라"라는 말이다. 이 말은 '나는 숨쉬는 동안 희망한다'는 라틴어 'Dum spiro, spero(둠 스피로, 스페라)'에서 나온 말이다. "불행과 고난을 버티게 하는 힘은 실낱 같은 희망이다. 지금은 돈이 없어도, 집이 없어도, 사람다운 대접을 받지 못해도, 조금만 참고 견디면 지금보다 나아지리란 희망이 있을 때 사람은 초인적인 성실성과 인내심을 발휘한다. 그러나 희망에도 유효기간이 있다. 희망이 물거품이 되고 번번이 외면당할 때 희망은 좌절이 되고 슬픔을 넘어 분노가 된다." (이진순)
그러나 나는 희망한다. 그래 일상에 충실하고, 성실하다. 오늘은 주일인데, 막내 동생의 딸 결혼식이 있어 가족들과 함께 대절한 버스로 간다. 그러나 좀 일찍 일어나, 매주 일요일처럼, 오늘도 일주일동안 만났던 짧지만 긴 여운의 글들을 공유한다. 인문운동가의 시선에 잡힌 인문정신을 고양시키는 글들이다. 그리고 이런 글들은 책을 한 권 읽은 것과 같다. 이런 글들은 나태하게 반복되는 깊은 잠에서 우리들을 깨어나도록 자극을 준다. 그리고 내 영혼에 물을 주며, 생각의 근육을 키워준다.
오늘 아침 시는 김광규 시인의 <오래된 물음>이다. 쓰레기터에서도 라일락이 피고, 흙을 아스팔트로 덮어도 작은 틈만 있으면 풀이 돋아난다. 인간의 어두운 자궁 속에서는 여전히 아기의 고운 미소가 자란다. 그 원초적 생명력을 막을 자는 없다. 세상이 암담해 보여도 생명은 죽지 않는다. 도리어 더욱 싱싱하고 억세게 꽃을 피운다. 절망이 절망이 아닌 것은 생명에 내재된 이런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 샘솟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생각할수록 놀랍고 경이로운 일이다.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 그게 생명력이다.
오래된 물음/김광규
누가 그것을 모르랴
시간이 흐르면
꽃은 시들고
나뭇잎은 떨어지고
짐승처럼 늙어서
우리도 언젠가 죽는다
땅으로 돌아가고
하늘로 사라진다
그래도 살아갈수록 변함없는
세상은 오래된 물음으로
우리의 졸음을 깨우는구나
보아라
새롭고 놀랍고 아름답지 않느냐
쓰레기터의 라일락이 해마다
골목길 가득히 뿜어내는
깊은 향기
볼품 없는 밤송이 선인장이
깨어진 화분 한 귀퉁이에서
오랜 밤을 뒤척이다가 피워낸
밝은 꽃 한 송이
연못 속 시커먼 진흙에서 솟아오른
연꽃의 환한 모습
그리고
인간의 어두운 자궁에서 태어난
아기의 고운 미소는 우리를
더욱 당황하게 만들지 않느냐
맨발로 땅을 디딜까봐
우리는 아기들에게 억지로
신발을 신기고
손에 흙이 묻으면
더럽다고 털어준다
도대체
땅에 뿌리박지 않고
흙도 몸에 묻히지 않고
뛰놀며 자라는
아이들의 팽팽한 마음
튀어 오르는 몸
그 샘솟는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이냐
1. '창조 하다'라는 의미는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요리사나 사제가 신에게 제사를 드리기 위해 제물의 쓸데없는 것을 과감히 제거해 신이 원하는 제물을 만드는 것처럼, 창조란 자신의 삶에 있어서 핵심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자신의 삶의 깊은 관조를 통해 부수적인 것, 쓸데없는 것, 남의 눈치, 체면을 제거하는 거룩한 행위이다. (배철현 <심연>)
2.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는 나를 만드는 법 <에이트(8)>에 나오는 8 가지를 나열해 본다. (1) 디지털을 차단하라. 다시 말하면 소비자가 아닌 창조자의 입장에서 IT 기기를 대하는 것이다. (2) 나만의 '평생 유치원'을 설립하라. 인공지능은 유년시절이 없기 때문이다. (3) '노잉'을 버려라, '비잉'하고 '두잉'하라. 생각하라는 말이다. (4) 생각의 전환 '디자인 싱킹'하라. (5) 인간 고유의 기능을 일깨우는 무기, 철학 하라. 우리의 미래는 철학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6) 바라보고, 나누고, 융합하라. (7) 문화인류학적 여행을 하라. 여행자가 아닌 생활인으로, 이방인이 아닌 현지인처럼 여행하는 것이다. (8) '나'에서 '너'로, '우리'를 보라. 인간을 인간 답게 만드는 것이다.
3. "한 번이라도 진짜로 살다 가고 싶은 사람은 사유의 수고를 기꺼이 감당하며 정해진 것에 틈을 내어 자신을 그 틈새에 끼워 넣을 수 있어야 한다. (…)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은 어렵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쉽다. 진짜 인간은 세계를 지니는 것에 멈추지 않고, 그것을 생각하고 사유하여 알려고 한다. “내면에 세계를 지니고만 있는 것과 그것을 알려고 하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어떤 사람도 “스스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면 반대로 나무나 돌, 기껏해야 짐승이나 다를 바가 없다.” “인식의 희미한 불꽃이 최초로 번쩍 빛나는 순간, 그는 바로 인간이 된다.” 무엇인가를 알려고 하는 것이 인간이다. 알려고 하는 인식의 희미한 불꽃이 시작될 때 당사자는 자기를 에워싸고 있던 편안하고 안락한 것들에 심한 균열이 가는 것을 경험한다. 회개이자 참회일 수도 있다."(최진석)
4. "기후위기는 전지구적 재앙이지만, 재앙의 강도는 균질하지도 평등하지도 않다. 가장 연약한 이들이 가장 먼저 다치고 죽는다. <녹색평론> 발행인 고 김종철 선생은 한국의 1인당 에너지소비량이 미국 다음으로 높다는 점을 지적하며 전면적인 생태문명의 전환 없이 회복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당장 10년 뒤인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0년의 절반으로 줄이지 않으면 멸종의 대재앙이 시작된다는 게 국제기구의 경고인데, 우리에겐 선언만 있고 로드맵이 없다. 이대로 가면 공멸이다. 멸종의 위기에도 이윤 추구에 몰두하는 이들은 다 계획이 있다. 적어도 그들은 가난한 이들보다 더 오래 살 것이다. 기울어지는 배에서 3등실은 이미 물에 잠겨 아비규환이어도 1등 선실에서는 돈 놓고 돈 먹기 꽃놀이판이 벌어진다." (이진순)
5. 윗몸 일으키기를 몇 개 하느냐는 질문에 복싱 황제 무하마드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개수를 세지 않는다. 아프기 시작한 다음부터 센다. 그때부터 가 진짜 운동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시계를 보지 않는다. 나는 버틸 수 없을 것 같을 때부터 시간을 잰다. 그때부터가 진짜 공부의 시작이다. " 어떤 분야의 최고였던 사람은 다른 분야 어디를 가든 기본은 먹고 들어간다. 근성이 남 다르기 때문이다. 자기 한계를 시험할 만큼 도전하는 건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꾸준히 할 수 없다. 꾸준함의 힘이 더 세다. 꾸준함을 이기는 건 없다. 적당히 즐기며 노력하는 건 장기전에선 좋은 전략이다. 오래 하려면 전력 질주해선 안 된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최고의 전략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1) 한계를 극복할 정도는 아니지만, 적당히 즐기며 오래 하는 것 (2) 연습이 실전과 같아서 이것이 연습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없게 자주 하는 것 (3) 그렇게 물아일체의 경지까지 꾸준히 하는 것. (머니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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