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혼자 있으면서도, 편안할 수 있는 일은 매우 깊은 내공이 있는 사람에게나 가능하다. 혼자서 그 고독의 깊이를 온통 감당하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 자신의 그릇 함량을 재어보고 싶은 사람은 무조건 익숙한 자신을 벗어나 보아야 한다. 적막을 경험해야 한다. 단순히 공간만의 떠남이 아니라, 자기를 지배하던 이념과 신념이 결부된 시간의 문제도 다 버리는 것이다.
고독은 그 고독을 자초(自招)할 힘이 있는 사람에게 비로소 고독 그 자체로 현현한다. 강제된 고독은 그저 불편이나 고통일 뿐이다. '자초한 고독' 속에서 고독을 즐겨야 '혼자'를 즐길 수 있다. 정해진 곳 안에서 '우리'로 지내는 일이 이미 생명의 활기를 놓친 것이라면, '나'는 그 '우리'를 벗어나 '혼자'가 되어 보아야 한다. 스스로 '고독'을 자초하여야 한다.
시인은 혼자가 아닌 쓸쓸한 어떤 적막 속에 있다. "꽃팔지"를 보면서, 네가 없는 시인는 "우주로 가이없이 퍼져나간다." 어제 저녁은 한국의 서정시들을 실컷 읽었다.
어떤 적막/정현종
좀 쓸쓸한 시간을 견디느라고
들꽃을 따서 너는
팔찌를 만들었다.
말없이 만든 시간은 가이없고
둥근 안팎은 적막했다.
손목에 차기도 하고
탁자 위에 놓아두기도 하였는데
네가 없는 동안 나는
놓아둔 꽃팔찌를 바라본다.
그리로 우주가 수렴되고
쓸쓸함은 가이없이 퍼져나간다.
그 공기 속에 나도 즉시
적막으로 一家를 이룬다ㅡ
그걸 만든 손과 더불어.
#인문운동가박한표 #대전문화연대 #사진하나시하나 #정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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