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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독서는 "마법의 양탄자"이다.

1년 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3년 10월 6일)

독서의 계절 가을이다. 계절이 좋으니, 밖으로 나가고 싶지만, 또한 모기도 없고, 덥지도 춥지도 않으니 밤늦도록 책 읽기 좋은 때이다. 우리는 책을 너무 많이 안 읽는다. 최진석 교수는 "책 읽고 건너 가기"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책읽기는 '마법의 양탄자' 타는 일이라는 거다. '다음'을 향해 넘어가는 일이다"이라고 했다. 우리는 '다음'으로 넘어가는 일을 하게 하는 힘을  상상력 또는 창의력이라고 본다. 그런데 그 힘은 책을 읽는 데서 나온다고 본다. 우리 인간들에게 그 '다음'으로 넘어가게 해주는 힘이 가장 높은 지혜이다. 최진석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원래 머물지 않고, 건너가는 존재이다. 멈추면 부패하고, 건너가면 산다. 양심도 건너가기를 멈추면 딱딱하게 권력화 한다. 건너가기를 잃고 자기 확신에 빠진 양심은 이제 양심이 아니라 폭력이다. 건너가기를 포기한 지식은 시체이다. 도덕도 마찬가지이다. 건너가기를 하게 하는 힘은 책을 읽는 일로 가장 잘 길러진다."

"진짜 인간은 한 곳에 멈춰 머무르지 않고, 아무 소득도 없이 보이는데도 애써 어디론가 떠나 건너간다. 건너갈 그 곳은 익숙한 문법으로는 아직 이해되지 않아서 무섭고 이상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무모한 도전과 모험이 등장한다. 대답하는 습관을 벗고, 질문하기 시작한다.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꾸고, 닿지 않는 별을 잡으려 하는 자가 있다면, 그가 진짜 인간이다. 진짜 인간이 세상의 주인이다."(최진석)

최 교수는 "지적 인식을 위해 지금까지 개발 된 것으로 독서가 최고"라 말하기도 했다. 책이나 좋은 글을 읽는 것이다. 그는 "지식과 내공을 동시에 잘 닦을 수 있는 것이 독서"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펼친 책을 끝까지 읽는 일이나 산 책을 정말로 읽는 일은 다 인내를 요구한다는 점이기 때문 같다. 시간을 들여야 한다 것이다. 그리고 그 내용을 요약하거나 마음에 닿는 글을 적으면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일을 그는 '인격적인 단련'이라 했다. 나는 그냥 '사는 훈련'이라 말하고 싶다. 그 훈련은 우선 시간을 들이고, 인내심을 가지고  지적인 수고를 하는 것이다. 프랑스 작가 파스칼 키나르( Pascal Quinard)는 독서는 시공간을 넘나들며 아직 경험하지 않고 이해되지 않은 어떤 곳으로 데려다 주는 마법을 부린다는 뜻에서, 독서를 "마법의 양탄자"에 비유했다.

이 가을에 나는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내 길을 가고 싶다. 오늘 공유하는 시에서 처럼, 물고기에서 배우려 한다. 시인이 본 물고기처럼, 길이 없어도, 쉬지 않고 길을 내고, 낸 길은 또 미련을 두지 않고 지우면서 말이다.


물고기에게 배우다/맹문재

개울가에서 아픈 몸 데리고 있다가
무심히 보는 물속
살아온 울타리에 익숙한지
물고기들은 돌덩이에 부딪히는 불상사 한번 없이
제 길을 간다
멈춰 서서 구경도 하고
눈치 보지 않고 입 벌려 배를 채우기도 하고
유유히 간다
길은 어디에도 없는데
쉬지 않고 길을 내고
낸 길은 또 미련을 두지 않고 지운다
즐기면서 길을 내고 낸 길을 버리는 물고기들에게
나는 배운다
약한 자의 발자국을 믿는다면서
슬픈 그림자를 자꾸 눕히지 않는가
물고기들이 무수히 지나갔지만
발자국 하나 남지 않은 저 무한한 광장에
나는 들어선다

그리고 많은 독서로 얻어지는 고차원적인 언어의 질적 상승은 그 사람의 인품을 상승시킨다. 독서를 많이 한 사람과 잠시라도 대화를 나누어 보면 그 사람의 지혜와 품위 있는 말에 감탄한다. 독서를 많이 한 사람의 눈빛과 입가에 온화한 미소가 퍼진다. 독서를 많이 한 사람의 팔자 주름과 처진 볼 살은 자연스런 곡선을 이루어, 음악 미뉴엣(minuet)처럼 느껴진다. 독서를 많이 한 사람이 연설할 때는 강한 포르테처럼 청중을 고조시킨다.

생각의 수준이 말의 수준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자신감과 우아함은 지적 능력에서 나온다. 우아하다는 것은 빛의 방식(a manner of lights), 즉 어떤 일을 순조롭게 잘 처리하고 완벽하게 짜여 결합되도록 하는 탁월한 재능이다. 우아함은 특별한 날에 먼지를 털고 과시하는 일련의 행동일 뿐만 아니라, 일상의 행동 방식이기도 하다. 우아함은 사람에게 풍겨 나는 아우라이다. 그 아우라는 서있고 걷는 자세와 손끝의 위치, 눈빛, 말과 행동에서 서서히 우러나와 진한 매력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물들인다.

좀 더 길지만, 원문을 읽으시려면,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로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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