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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2년 8월 8일)
우리는 진정으로 사랑할 때 자기 자신이 확장되며, 나 자신을 확장할 때 성장하는 것이다. 진정한 사랑은 자신을 다시 채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진정한 사랑의 주요 특징은 언제나 자신과 타인의 구별이 유지되고 보존되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영적 성장을 촉진하는 행동이 자신의 성장도 촉진시킨다 할지라도, 진정한 사랑을 하는 사람은 항상 상대를 전적으로 나와 다른 정체성을 가진 사람으로 인지한다. 그런 차원에서 사랑은 분리이다.
다른 사람의 개별성을 인지 못하는 극단적인 형태가 바로 나르시시즘(narcissism)이다. <<정신분석학 입문>>에서 프로이트는 나르시시즘을 ‘일차적 나르시시즘’과 ‘이차적 나르시시즘’으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나르시시즘을 이해하려면, 리비도가 무엇인가를 알항야 한다. 프로이드에 따르면, 자아, 에고(ego)는 수퍼에고(super ego)와 리비도(libido) 혹은 이드(Id) 사이에 있는 존재이다. 사회적 규범이나 도덕을 의미하는 슈퍼 에고와 본능과 충동의 세계인 리비도 혹은 이드 사이에서 흔들리고 동요하는 불안한 존재가 바로 에고, 자아이다.
나와 남을 구별 못하는 유아기의 어린 아이는 자기와 세상을 구별하지 못한다. 이 시기에 아이는 자아를 향한 ‘자아 리비도’를 대상을 향한 ‘대상 리비도’로 전환하는 활동 능력 이전에 머물러 있어서 자신이 세상과 ‘하나’임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러나 아이는 성장하면서 점차 자아 리비도를 대상 리비도로 전환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고, 더불어 세상과 적절한 교감을 이루며 자기와 세상간의 긴장 관계를 형성해간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어떤 심리적 요인이나 환경에 의해 리비도가 대상에서 자아로 전면 철수하면서 나타나는 퇴행 현상이 이차적 나르시시즘이다. 어떤 문제에 부딪혀 남을 사랑할 수 없게 됨으로써 다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상태로 돌아온 것이다. 프로이트는 편집증이나 정신 분열증 혹은 자신의 건강을 지나치게 염려하는 심기증(心氣症, 건강 염려증) 등의 환자들이 상실감에 젖게 되면 이차적 나르시시즘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다시 ‘건강한 나르시시즘’과 ‘병적 나르시시즘’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건강한 나르시시즘은 과도하지 않은, 절제된 자기 사랑이다. 이것은 자신감, 자존심, 명예 의식, 희망, 이상을 낳는 긍정적인 에너지로 작용한다. 그러나 자기 사랑이 지나치면 병적인 나르시시즘으로 발전한다. 이것은 대상 앞에서 자기를 지나치게 들어내는 ‘파괴형 나르시시즘’과 대상 앞에서 지나치게 움츠려 드는 ‘리비도 나르시시즘’으로 각각 분류된다.
(1) '파괴형 나르시시즘'은 자신의 능력과 특수성을 과대평가하는 한편 타인의 입장과 감정을 헤아리지 않고 함부로 대하는 성향으로 나타난다. 또한 자신의 장점에는 거만함을, 타인의 장점에는 강한 질투심을 드러내며 항상 과장되고 과시적인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
(2) '리비도 나르시시즘'은 타인의 거절이나 비판에 민감할 뿐만 아니라 소심하고 내성적이며 자기중심적인 성향을 드러낸다. 또한 감정이 지나치게 연약하여 쉽게 상처받기 때문에 세상과 가까이 하지 못하고 자아 속으로 점점 더 깊이 후퇴하는 성향을 보여주기도 한다.
병적인 나르시시즘의 밑바닥에는 심리적 공허와 절망이 내재되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자아 리비도와 대상 리비도 간의 공존이 선사하는 참된 자기 사랑과 자기 확신의 결핍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병적인 나르시시즘은 닫힌 마음에서 온다. 세상과 타인으로 향하는 마음의 문을 굳게 잠그는 사람은 병적인 나르시시즘에 빠지게 된다.
나르시시즘적인 사람들은 타인을 타인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의 연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감정 이입 능력이 모자란다. 감정이입이란 바로 다른 사람이 느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다. 나르시시즘적이지 않더라도 많은 부모가 어느 정도는 아이들이 '타인'이며 자신만의 개성을 지닌 독립체임을 적절히 인정하거나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그 대신 자신의 일부로 여긴다. 이는 마치 좋은 옷과 예쁘게 깎인 잔디와 멋진 자동차를, 세상에서의 지위를 나타내 주는 자신의 일부로 여기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보통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자신과 분리된 개체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각각 실현시켜야 할 개별 운명이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가까운 사람들 사이의 분리 문제는 정치적인 차원에서도 문제가 된다. 개인의 목적과 역할이란 관계, 집단, 다수,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다. 단지 국가의 운영만이 고려되고, 개인의 운명은 아무 의미도 없다고 믿는 것과 관계, 집단, 다수, 사회를 희생하더라도 개인의 운명을 지지하며, 고아들이 굶주릴지 모르지만 사업가는 자기가 주도한 일의 모든 열매를 즐기는 것을 방해 받아서는 안 된다는 두 가지 분리에 관한 주장은 성공적이지 않을 수 있다. 개인의 건강은 사회적 건강에 의존하듯이 사회의 건강도 그 사회에 속한 개인의 건강에 의존한다.
결혼에서 마찬가지이다. 진정한 결혼은 공동 협조 체제로서 상호간의 협조와 배려, 시간과 에너지를 필요로 하며, 영적 성장의 정상을 향한 여정에 들어선 서로에게 힘이 되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 남성과 여성 둘 다 가정을 돌봐야 하고 둘 다 각자의 생에 도전해 나가야 한다. 결혼은 산을 오르기 위한 베이스 캠프에 비유된다. 등산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좋은 베이스 캠프가 필요하다. 그곳에 머물고 양식을 공급받고 다시 다른 정상을 찾아 모험을 나서기 전에 몸을 돌보고 쉬어야 한다. 등산에 성공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실제로 산에 오르는 시간만큼 베이스 캠프에서 이것저것 살피며 마을을 써야 한다. 그들의 생존은 견고하고 잘 정비된 베이스 캠프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사랑은 다른 사람의 개별성을 존중할 뿐만 아니라, 서로 분리 또는 상실의 위험에 직면하면서까지 독립성을 길러주려고 애쓴다. 칼릴 지브란의 시를 공유한다.
결혼에 대하여/칼릴 지브란
그대들은 함께 태어났으니
영원히 함께 하리라
죽음의 흰 날개가 그대들의 삶을 흩어 놓을 때에도
그대들은 함께 하리라
아니, 신의 고요한 기억 속에서 까지도 함께 하리라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리하여 하늘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그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 그대들 영혼과 영혼의 두 기슭 사이에서
출렁이는 바다가 되게 하라
서로의 잔을 채워주되 하나의 잔으로
함께 마시지는 말라
서로에게 저희 빵을 주되 같은 조각으로 먹지는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그대들 각자는 따로 있게 하라
비록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서로의 마음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마음 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
오직 생명의 손길만이 그대들의 마음을 간직할 수 있으니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 있는 것처럼
참나무와 편백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으니
결혼 관계만이 아니라, 우리들의 모든 관계도 서로 진실된 관심을 주고, 서로의 공간을 지켜주며 상대를 진실로 걱정하고, 자기만의 생각을 고집하지 않고, 상대방을 바꾸려 하지 않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치 같은 음악이 울릴지라도 기타 줄이 따로 있듯이 말이다.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이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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