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다 (3)
“시 300편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생각에 사특함이 없는 것이다(詩三百 一言以蔽之 曰思無邪, 시삼백 일언이폐지왈 사무사)”(<<논어>> <위정편>). 사무사(思無邪)를 다짐하는 아침이다. 시를 읽으면, 생각에 ‘사(邪)’가 끼지 않는다.
김치찌개 평화론/곽재구
김치찌개 하나 둘러앉아
저녁 식사를 하는 식구들의 모습 속에는
하루의 피곤과 침침한 불빛을 넘어서는
어떤 보이지 않는 힘 같은 것이 들어 있다
실한 비계 한 점 아들의 숟가락에 올려 주며
야근 준비는 다 되었니 어머니가 묻고
아버지가 고추잎을 닮은 딸아이에게
오늘 학교에서 뭘 배웠지 그렇게 얘기할 때
이 따뜻하고 푹신한 서정의 힘 앞에서
어둠은 우리들의 마음과 함께 흔들린다
이 소박한 한국의 저녁 시간이 우리는 좋다
거기에는 부패와 좌절과
거짓 화해와 광란하는 십자가와 덥석몰이를 당한 이웃의 신음이 없다
38선도 DMZ도 사령관도 친일파도
염병할, 시래기 한 가닥만 못한
이데올로기의 끝없는 포성도 없다
식탁 위에 시든 김치 고추무릅 동치미 대접 하나
식구들은 눈과 가슴으로 오래 이야기하고
그러한 밤 십자가에 매달린
한 유대 사내의 웃는 얼굴이 점점 커지면서
끝내는 식구들의 웃는 얼굴과 겹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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