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공유경제는 단순한 '대여 서비스' 개념으로 다 설명되지 않는다.

5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20세기가 이기적 경쟁과 확산으로 성공한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이타적 협업과 공감으로만 공존하고 번영할 수 있는 시대일 것"이라고 제레미 리프킨이 말했다. 그는 2001년 한국에 소개된 『소유의 종말』이라는 책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이런 예측을 했었다. 2010년 무렵의 세계 경제는 소유가 접속으로 대체되고, 시장은 네트워크에 자리를 내어 주며, 판매자-구매자가 아닌 공급자-사용자가 시장의 주역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보았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시장이란 판매자-구매자로 구성되고, 재화의 소유권을 교환하는 거래가 시장 경제의 기본질서 였다. 그런데 그의 예측이 맞게 돌아간다.

사실 그의 책이 『소유의 종말』로 번역되었지만, 영어 제목은 『The Age of Acess』였다. 이 말을 곧이 고대로 번역하면, 『접속의 시대』이다. 이를 요즈음 사용하는 말로 하면, '초연결의 시대'이다. 15주동안, 우리는 <초연결 시대, 인간을 말하다> 특강을 한다. 벌써 2회차를 끝냈다.

여기서 새로운 경제 개념이 나왔다. 공유경제란 말이다. 공유경제에서 초연결, 아니 접속이 가장 핵심적인 개념이 되었다. 공유경제는 단순한 '대여 서비스' 개념으로 다 설명되지 않는다. 공유 숙박 플랫폼이나 공유 자동차 플랫폼, 공유 오피스, 공유 주택 등의 사례가 다 아니다. 자동차부터 가전, 가구, 각종 생활용품, 의류 패션 잡화, 액세서리까지 필요한 모든 것을 '빌려 쓰는 시대'라 생각하고, 시장 규모가 날로 늘어가고 있다.

오늘 아침은 공유 주택의 한 예를 들어 본다. 공유주택으로 영국 서북부에 위치한 더 컬렉티브 올드 오크(The collective Old Oak)가 잘 알려져 있다. 이곳 입주자들은 합리적인 비용으로 약 10 m2의 개인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입주자들은 이보다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공유 공간을 기반으로 활성화된 커뮤니티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는 점을 더 매력적인 거주 조건으로 생각한다. 이곳엔 식당, 영화관, 세탁실, 슈퍼마켓, 사우나, 마사지 룸, 이벤트 룸 등 다양한 공유 공간이 있다. 입주자는 주로 20대 1인가구이다. 이들에게 주거는 더 이상 물리적 공간을 소유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신들이 추구하는 삶의 방식과 부합하는 주거 서비스 플랫폼에 접속하는 행위이다. <올드 오크> 내에서는 하루 평균 2-3개 커뮤니티 모임이 이루어진다.  지역 주민들과의 커뮤니티 연계에도 적극적으로 나섬으로써 입주민의 사회적 관계 맺기를 지원한다.

전통적인 관점에서는 공유 주택에서 처럼 이웃과의 관계를 맺는 데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을 비인간적이라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즈음 젊은이들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놀이터(키즈 카페)를 사용하고, 반려동물과 놀며(팻 카페), 비슷한 취미를 가진 친구들을 사귀는 것(각종 키즈 캠프)에 아무런 의구심을 가지지 않는다.

공유경제를 플랫폼에 접속할지 말지를 판단하는 핵심 요소는 플랫폼을 통한 '관계 맺기'이다. 이때 관계의 질을 판단하는 핵심 요소는 바로 놀이와 문화이다. 특정한 목적 없이 오롯이 재미를 위해 향유하는 행위가 놀이와 문화이다.  여기서 인문운동가가 주목하는 것이 놀이와 문화이다.

요즈음은 왠지 나비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오늘 공유하는 시는 작년에 내 주말농장에 찍은 사진이다. 나비처럼, 난 몸 하나가 전 재산이다. 그리고 무소속이다. 그래 접속하며, 공유하며 살려 한다.

나비/최승호

짐짝을 등에 지고 날거나, 헬리콥터처럼 짐짝을 매달고 날아가는 나비를, 나는 본 적이 없다. 나비는 바늘처럼 가벼운 몸 하나가 있을 뿐이다. 몸 하나가 전 재산이다. 그리고 무소속이다. 그래서 나비는 자유로운 영혼과 같다. 무소유(無所有)의 가벼움으로 그는 날아다닌다. 꽃들은 그의 주막이요, 나뭇잎은 비를 피할 그의 잠자리다. 그의 생은 훨훨 나는 춤이요, 춤이 끝남은 그의 죽음이다. 그는 늙어 죽으면서 바라는 것이 없다. 바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죽을 때에도 그는 자유롭다.

#인문운동가박한표 #파리10대학문학박사 #대전문화연대 #사진하나시하나 #최승호 #와인비스트로뱅샾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