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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인문적 삶은 눈을 감고 달리지 않고 충분히 주변을 살피며 굽이굽이 휘돌아 가는 것이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2월 20일)

어제에 이어, 오늘도 노자 <<도덕경>> 제4장을 읽는다. 어제 우리는 제4장의 첫 문장 "道沖而用之(도충이용지) 或不盈(혹불영)"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도'는 비어 있기에,  그 쓰임이 있고, 그 작용은 끝이 없어, 마르지도 않고 차오르지도 않는다고 이해했다. 여기서 우리는 노자가 말하는 '허(虛)'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허(虛, 빔)'의 비 실체적이지만, '항상스러움', 도의 거대한 능력을 알게 되었다. 오늘은 그 다음 문장 세 문장을 읽는다.

② 淵兮! 似萬物之宗(연혜, 사만물지종) : 심연처럼 그윽하다! 만물의 으뜸 같다. (깊기도 하다! 마치 만물의 근원 같다.)
③ 挫其銳(좌기예) 解其紛(해기분): 예리한 것은 다듬어주고, 맺힌 것은 풀어 주고
④ 和其光(화기광) 同其塵(동기진): 그 빛이 튀어남이 없게 하고, 그 티끌을 고르게 한다. (또는 눈부신 것은 은은하게 하고, 마침내 먼지와 하나가 된다.)  이 문장은 좀 다르게 두 가지로 해석된다.

노자는 너무 날카로운 것, 뒤엉킨 것, 번쩍거리는 것들은 자연적인 것이 못된다. 한 쪽으로 너무 치우쳐 균형을 잃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도는 대립을 함께 포용하면서 이를 넘어서는 총체이기에, 이런 것을 둔화 시키고 중화 시켜서 둥글고 화통하고 부드럽게 해준다. 말하자면 음(陰)적인 현상과 양(陽)적인 현상의 조화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거다. 노자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언제나 도가 그러니까 우리도 그러해야 좋다는 것을 암시하는 거다. 도가 날카로운 것을 무디게 하고, 엉킨 것을 풀어 주고, 빛을 부드럽게 하고, 티끌과 하나가 된다고 했을 때, 우리도 그처럼 너무 날카롭거나, 너무 앍히고 설킨 관계를 유지하거나, 너무 광내려 하거나, 너무 혼자 맑은 체 도도하게 굴거나 하지 말고 양쪽을 함께 포용하고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라는 것을 동시에 이야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오강남 교수의 설명이다.

세상에 자연적인 것 치고 직선적인 것, 직각적인 것이 어디 있는가? 직선적이고 직각적인 것은 인위적인 것이다. 물방울도, 능선도, 쏯잎도 모두 둥글거나 곡선적이다. 이런 것은 '양극의 조화'를 가능케 하는 도의 작용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늘 이런 생각 했다. 스펙 우선, 안정성 중심으로 살아온 대한국은 '네모의 천국'이다. 세상도 사람도 둥근데 생각과 행동은 네모에 맞춰져 있다. 네모 안에 갇혀, 스스로가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니 행복할 수 없다. 그러다가 ‘의식도 못한 채 그냥 숨만 쉬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아이들과 부모들은 행복해지려고 그 고생을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불행해지지 않으려 아등바등하는 쪽에 가깝다. 나도 그렇다. 인간의 각 개체는 온갖 다양한 연속체 중에서 유일무이하다. 인간은 이미 존재만으로도 특별하다. 그러니 나 자신의 삶을 주인공으로 살면서, 모든 일을 그 주인공에 맡기고 살면, 걱정할 일이 없다.

우리들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다. 인문적 삶은 눈을 감고 달리지 않고 충분히 주변을 살피며 굽이굽이 휘돌아 가는 것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만남이다. 그것도 '비스듬히' 만나는 것이다. 그러니까 직선적인 만남이 아니라, 곡선적인 만남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와인이다. 그래 나는 술을 못 마시거나 안 마시는 사람 하고는 자주 안 만날 생각이다. 나의 경우 와인 마시기는 '직선이 곡선 되게 하는 일'이다. 인문적 삶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기 때문이다. 우대식 시인이 말했던 것처럼, "강이 굽이굽이 휘돌아가는 이유는/굽은 곳에 생명이 깃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이 에둘러 굽이굽이 휘돌아가는 것은/강마을에 사는 모든 것들에 대한 깊은 감사 때문이다." 그래 오늘 아침 시는 우대식 시인의 <강이 휘돌아가는 이유>를 다시 공유한다.

강이 휘돌아가는 이유/우대식

강이 휘돌아가는 이유는
뒷모습을 오래도록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직선의 거리를 넘어
흔드는 손을 눈에 담고 결별의 힘으로
휘돌아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짧은 탄성과 함께 느릿느릿 걸어왔거늘
노을 앞에서는 한없이 빛나다가 잦아드는
강물의 울음소리를 들어보았는가
강이 굽이굽이 휘돌아가는 이유는
굽은 곳에 생명이 깃들기 때문이다
굽이져 잠시 쉬는 곳에서
살아가는 것들이 악수를 나눈다
물에 젖은 생명들은 푸르다
푸른 피를 만들고 푸른 포도주를 만든다
강이 에둘러 굽이굽이 휘돌아가는 것은
강마을에 사는 모든 것들에 대한 깊은 감사 때문이다

글이 길어질 것 같아, 여기서 멈춘다. 나머지 이어지는 글이 궁금하시면, 나의 블로그로 따라 오시기 바란다.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이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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