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나는 삶을 아주 단순하게 살려고 한다. 그 길에 터득한 것이 주말농장을 가꾸는 일이다. 어제는 약간의 감자를 수확했다. 물론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내가 보여준 노력에 비해 흙은 배반하지 안 했다.
그리고 유한한 내 삶에서 나보다 뛰어나거나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나는 혼자 논다. 어제도 동네 카페에서 흘러가는 뭉게구름들을 보며, 혼자 『햄릿』 을 다시 읽었다.
배움(學)이란 습관(習)이다. 어미 새의 비행하는 모습을 오랫동안 목격한 어린 새는 스스로 날개를 퍼덕이며 비행을 스스로 연습해야 비로 새로 태어나는 것처럼, 배움의 실질적인 행위로 보강되지 않는다면, 그런 배움은 거짓이다.
어쨌든, 스티브 잡스는 "소크라테스와 오찬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우리 회사의 기술 절반을 내놓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지독한 고전읽기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에디슨도 고전 독서가로 학교에서 쫓겨난다. 고전은 오랜 세월의 생명력을 간직하고 있는 책이다. 고전을 만나면, 그것을 읽는 자에게 위대한 상상력을 선사한다.
그래 어제도 주말농장을 다년 온 후, 한적한 동네 카페에서 나는 구도(求道)하는 마음으로 삶의 순례(巡禮)를 했다. 생 우유 아이스크림에 익스프레스 투 샷을 넣은 아포카토를 마시면서. 순례자는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그날그날 감사해 하면서, 그리고 나눠 가지면서 삶을 산다.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는 순례자처럼 살고 싶다.
텃밭에서/노경아
해거름이다
고추 몇 포기 심어 둔 텃밭에 나간다
서투른 호미질로 풀을 매다가
뿌리내린 목숨을 뽑아내는 일이
자꾸 미안해진다
미안해서, 먼 산 바라본다
저녁 빛이 가만히 스며든
초록의 숨결이 짙어 간다
내가 한 때 몰입했던 求道心도
한 낮에 일렁이던 그림자 같은 건 아니었는지
텃밭에 앉아서 나는
타클라마칸 사막을 건너간 순례자를 생각하고
그 밭에 고추 몇 포기 심는 일이나, 풀을 뽑아내는 일이나
풀을 뽑다가 그만두는 일이나
그만두고 게으르게 초록에 반하는 일이나
모두 巡禮를 떠나는 일이 아닌지 생각한다
산아래 마을에서
개구리들이 울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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