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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미국의 <미네르바스쿨>이 우리 대학교육문법의 대안이다.

박수소리 시대정신

미래학자들에 의하면, 2030년에 세계 대학의 절반 사라질 것이라 한다.
그 이유는 기존 대학이 위협받는 건 지식 습득 위주인 기존 교육체계가 붕괴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왜 붕괴하는가? 인공지능(AI)이나 4차산업혁명 등으로 상징되는 미래의 혁신기술때문이다.
앞으로 10년 뒤엔 현재 일자리 중 절반이 AI로 대체된다는 전망(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나오는 상황에서 인간은 AI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역량을 길러야 한다.

이어령 교수님은 말과 달리기에서 이길 수 없으니 말을 올라타는 것처럼, 우리도 AI를 올라타야 한다고 일갈하셨다. 그 말은 인공 지능을 만든 사람들에게 기대를 거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콘트롤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과학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다 함께 행복을 추구하고, 어려운 사람에 대해서 아픔을 함께 하는 마음, 이 세 가지 마음을 가진 사람이란다. 이 사람이, 말에 올라타듯이, 인공지능에 올라타서 컨트롤해야 한다. 이제는 이렇게 질문해야 한단다. "인간지능은 인공지능을 컨트롤 할 만한 능력이 있는가?"

<미네르바 스쿨>에서는 전 수업이 온라인 토론과 현장실습으로 이루어진단다. 예를 들어, 전 세계 7개 도시를 돌며 문화와 산업을 체험한다. 샌프란시스코, 베를린, 부에노스아이레스, 서울. 하이데라바드(인도), 런던, 타이베이(대만). 이 7개 도시에 기숙사가 있어 학생들은 4년간 기숙사가 있는 도시들을 돌며 현지 문화와 산업을 배운다.
다음과 같은 면에서, <미네르바스쿨>은 미래 대학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교육기관이다.
▪ 학비가 미국의 웬만한 사립대 2/3정도 수준이다. 캠퍼스를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 수업은 월-목이다.
▪ 모든 수업은 온라인 화상 교육으로 이뤄져 있다. 카페든 도서관이든 노트북을 켜는 곳이 강의실이다.
▪ 7개 도시에 흩어져 있는 교수와 학생들이 시간에 맞춰 노트북을 연다.
▪ 수업 전에 영상 강의를 미리 듣거나 논문이나 책을 읽고 와서 토론식 수업을 한다.
▪ 글로벌 감각을 키울 수 있다.
▪ 실습 장소는 학생 개인의 관심에 따라 기업, 관공서,시민단체 등에서 다양하게 고를 수 있다.
▪ 학생들은 인문학부터 코딩에 이르기까지 전분야를 통섭해 배운다. 3학년 때 선택할 수 있는 전공도 ‘사회과학과 뇌신경과학’ ‘컴퓨터과학과 데이터과학’처럼 모드 과목이 2~3개 세부 전공이 융합돼 있다. 2학년 김진홍(21)씨는 “복잡한 미래 사회에선 수학·물리·철학 등 한 개 학문 분야의 지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같은 이슈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결책도 융합적으로 찾는 방법을 배운다”고 말했다.
▪ 미네르바스쿨은 개교 4년 만에 아이비리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학으로 급성장했다. 들어가기가 매우 힘들다. 2016년엔 306명을 뽑는데 1만6000여 명이 지원했다. 지원자 중 합격률이 1.9%였다. 당시 파이낸셜타임스는 “미네르바스쿨은 하버드(5.2%), 예일(6.3%), 스탠퍼드대(4.7%)보다 합격률이 낮다. 전 세계에서 가장 들어가기 어려운 대학”이라고 평가했다. 최종적으로 미네르바스쿨을 선택한 학생은 150명으로 50%의 학생들이 등록했다. 미국의 일반 사립대 등록률(35%)보다 높은 편이다.
▪ "기존 대학은 다른 사람이 연구해 놓은 지식과 이론을 배운다. 그러나 미내르바는 학생이 직접 지식과 이론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김강산, 3학년)

중앙일보가 현대차정몽구재단과 미래 인재가 갖출 역량을 알아보기 위해 한국 사회 오피니언 리더, 전문 직군 대표자 등 100명을 인터뷰한 결과, 창의력, 인성, 융복합능력, 협업역량, 소통능력 등이 미래인재의 핵심 역량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현재의 교육체계는 이런 역량을 기르는 한계가 있다. 세계적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1928~2016)는 “현대의 학교 체제는 산업혁명이 있었던 19세기 방식과 똑같다”고 일갈했다. 현재 체제는 단일화·표준화·대량화라는 산업사회의 가치를 실현하는 노동력을 양성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였다는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미래사회에선 현재 같은 단편적 지식 전달 중심의 수업은 큰 의미가 없다. 사회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지식이 통용되는 유효기간이 갈수록 짧아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졸업장=취업' 공식 깨진면서 대학이 위기이다.

실제로 ‘졸업장=취업’의 공식도 허물어지고 있다. 대학이 이론과 기술을 제공하고 기업은 이를 바탕으로 제품·서비스를 생산하는 ‘산학협력’ 공식도 깨지고 있다. AI와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 연구에서 기업이 대학보다 앞서 있다.

▪ 김주환 연세대 교수(언론홍보대학원장)는 “학생들이 아직 대학에 오는 유일한 이유는 졸업장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 졸업장이 좋은 일자리를 갖게 해줄 거란 기대감마저 깨진다면 대학은 붕괴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 '최고의 졸업장’인 박사학위 소지자의 미취업률은 조사가 처음 시작된 2014년 21.3%에서 2017년 22.9%로 증가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박사 소지자의 46.8%가 연봉 3000만 원 이하를 받고 있다.
▪ 토머스 프레이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을 지상 최대의 목표로 삼는 한국 교육은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난해 5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 신성철 KAIST 총장은 “지금처럼 문·이과를 나누고 국어·영어·수학 중심으로 지식 암기 위주의 수업을 하면 미래인재는 커녕 현재의 인재도 키울 수 없다. 학문 간 경계를 허물고 융복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교문을 열고 나가면 세상 모든 일은 이마를 맞대고 협업하고 있다. 교실에서도 협업하고 함께 문제를 푸는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고 말했다.

나도 개인적으로 빨리 대한민국이 교육문법을 바꾸어야 한다고 믿는다. 앞으로의 인재는 문제의 핵심을 날카롭게 집어내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당장 업무에 투입해도 손색이 없는 이다.

서울 성수동 에누마의 회의실에서 자유롭게 토론하고 있는 미네르바 스쿨의 학생들.
중일일보 우상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