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64.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3년 9월 1일)
장자는 우리의 삶을 "하늘과 땅 사이에서 사람이 사는 시간이라는 것은 마치 흰 말이 벽의 갈라진 틈새를 내달리며 지나치는 순간 정도다. 홀연할 따름"(<<장자>>, 외편 <지북유>)이라 외쳤다. 이를 우리는 "백구과극(白駒過隙)"이라 한다. '사람이 하늘과 땅 사이에서 한 평생을 산다는 것은 책받침 두께 정도의 틈새를 하얀 말이 획 지나가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세월이 참 빠르게 흐른다. 벌써 9월이다.
어제 저녁에는 보름으로, 이날 놓치면 14년 후에나 관측할 수 있다는 '슈퍼불루문'을 만났다. 슈퍼문과 블루문이 동시에 뜨는 경우는 매우 드문 현상이라 했다. 지난 2018년 1월 31일이 가장 최근이고, 그 다음에는 14년 후인 2037년 1월 31일이라 한다. 그때까지 살아 있을까?
지인의 페북에서 만난 다음 그림을 공유한다.
달은 지구 주위를 타원 운동하기 때문에 지구와 달 사이 거리가 바뀌는데 달이 지구에 가장 가까운 지점인 근지점일 때 뜨는 보름달을 '슈퍼문'이라고 한다. 달이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졌을 때인 원지점에서의 보름달(미니문 또는 마이크로문)보다 14% 더 크게 30% 더 밝게 관측된다. 올해 첫 보름달(서양에선 ‘늑대의 달’이라 부르는)은 평소보다 크기가 작은 ‘마이크로문’이었는데, 어제의 달은 가장 큰 ‘슈퍼블루문’이었다. 그리고 보름달이 뜨는 주기는 29.5일이고, 12주기를 완료하는데, 354일이 걸린다. 따라서 한 해에 13번 뜨는 때가 있는데, 올해가 바로 그런 해이다. 그러니까 1년에 11일 정도의 차이가 생겨, 2년 8개월마다 보름달이 한 달에 한 번 더 뜨게 된다. 게다가 어제 뜬 보름달은 올해 가장 큰 ‘슈퍼문’이었다.
어제 아주 드물게 볼 수 있어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그 달을 보면서 소망을 했다. "목표를 크게 세우고, 작게 시작하라."(존 루웨어) 소망은 목표를 세우고 그 일을 차근차근 밟아 나가며 실패하지 않기를 바라는 거다. 다시 말하면,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작은 단계를 밟아 나가는 것이다. 그러면 작은 성취들이 모여서 큰 성공이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내 소망은 단순하게 사는 일이다. 그리고 평범하게 사는 일이다. 느낌과 의지대로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그 누구도, 내 삶을 대신해서 살아줄 수 없다. 나는 나 답게 살고 싶다. 그건 '있는 그대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원래 까마귀는 까마귀 답게 점잖고 당당하게 걸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이 까마귀가 비둘기처럼 거들먹거려보겠다는 생각이 든 거예요. 그날로 이 가엾은 까마귀는 제 걸음걸이를 전부 까먹어버렸다지 뭡니까? 뒤죽박죽이 된 거예요."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온다.
그럼 나 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이재형이 자신의 책 <<발가벗은 힘>> 에서 잘 정리를 했다. 그의 경우에는 '용기', '혼자 있는 힘'. '고집', '나만의 개똥 철학', '파워', '발가벗은 힘' 등을 들었다. 나는, 거기에다 '자신의 심연을 만나는 고독한 시간' ''고집'보다는 '유연함'', '당한 생각이 아니라 스스로 한 생각', '원칙' 그리고 '꾸준함'을 더하고 싶다.
나는 내가 나의 호를 목계(木鷄, 나무로 만든 닭)라 졌다. '목계'처럼 완전한 마음의 평화와 균형을 지닌 사람이 되고 싶다. 완전한 평정심을 이룬 모습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어깨의 힘을 빼는 것이다. 최고의 싸움 닭은 뽐내지 않는다. I am who I am이다. 나는 나일 뿐이다. 평상심으로 자신의 감정을 제어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교만, 조급함, 공격적인 태도의 사나움 대신,
- 세속과 하나가 되기도 하고(노자가 말하는 "화광동진 和光同塵", 자신의 광채를 누그러뜨리고 이 풍진 세상의 눈높이와 함께 한다),
- 움직이지 않기가 태산처럼 원칙을 지키며(조급함을 버린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부동여산(不動如山)"의 여유),
- 부드러운 감성을 지닌 사람이(노자가 말하는 유약승강강(柔弱勝剛强): 부드러움과 유약함이 결국 강하고 센 것을 이긴다)이 되고 싶다.
다시 한 번 다짐하는 마음에서 공유한다. 무더운 8월이 가고, 9월이 시작되자 할 일들이 밀려온다. 그래도 차분히 이해인 수녀님의 <9월 기도>처럼, 9월을 맞이할 생각이다.
9월의 기도/이해인
저 찬란한 태양
마음의 문을 열어
온 몸으로 빛을 느끼게 하소서
우울한 마음
어두운 마음
모두 지워버리고
밝고 가벼운 마음으로
9월의 길을 나서게 하소서
꽃 길을 거닐고
높고 푸르른 하늘을 바라다보며
자유롭게 비상하는
꿈이 있게 하소서
꿈을 말하고
꿈을 쓰고
꿈을 노래하고
꿈을 춤추게 하소서
이 가을에
떠나지 말게 하시고
이 가을에
사랑이 더 깊어지게 하소서
이젠 어제에 이어 송숙희의 <<일머리 문해력>>이라는 책을 읽는다. 오늘은 디지털 시대에 요구되는 메타 문해력 이야기를 한다. 이젠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이 디지털 환경에서 다양한 정보를 검색하고 정보의 질을 평가해 선택 사용하는 문해력이다. 일하고 놀고 생활하는 터전이 디지털 세계로 옮겨간 지금, 변화를 이해하고 이를 전제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일 머리의 상징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컴퓨터 운영체제가 자주 업데이트되듯 일 머리 소프트웨어인 문해력도 시대의 흐름이나 필요에 따라, 또 오류를 수정하여 업데이트 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메타 문해력이다. 이는 정보의 편향과 신뢰성을 평가하고 지식의 생산과 공유의 맥락에서 정보를 적용하는 능력이다. 송 작가는 좀 더 쉽게 정의한다. 문해력은 글과 말을 다루어 원하는 것을 얻는 능력이라면, 메타 문해력은 여기에 정보를 분별하는 능력을 더 한 개념이다. 이는 온갖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가짜 뉴스가 진짜 뉴스를 갈아치우는, 이른 탈진실의 시대에 반드시 요구되는 능력으로 분별력 있고 균형 잡힌 자세로 지식을 대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말한다.
메타 문해력의 핵심인 분별하는 힘은 정보를 대하는 방식으로, 정보와 지식을 가리고 걸러내며 판단하는 능력이다. 다음과 같이 나열해 볼 수 있다.
- 합리적인 의심을 갖고 두루 살펴 생각하는 비판적 사고
- 우리가 다루는 지식과 정보를 우리가 실제로 아는지 모르는 지를 판단하는 메타 인지 능력
- 출처와 제작 의도를 간파하는 힘
- 많은 것 가운데 가장 적절한 것을 골라낼 수 있고, 옳고 그른 것을 가려내 편향 없이, 치우침 없이, 지나침 없이 정보를 활용하는 자세
그리고 이 메타 문해력은 거침없이 진격해 우리 인간 세계를 넘보는 인공지능으로 우리를 지켜내는 방화벽일 수 있다. 왜냐하면 인공지능이 사람과 비교해 문해력이 떨어져 인간의 창의성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메타 문해력을 향상하는 방법으로 송 작가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 힘으로 '메타 문해력을 기르는 3D 솔루션'이라 하면서 제시했다.
1. Deep reading(딥 리딩): 주의 깊게 읽고 이해하는 힘
2. Deep thinking(딥 씽킹): 사려 깊게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힘
3. Deep writing(딥 라이팅): 배려 깊게 쓰고 전해서 의도한 반응을 끌어내는 힘
문제는 셋 중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거다. 읽는 힘, 생각하는 힘, 쓰는 힘을 제각각 능숙하게 다룰 때 비로소 메타 문해력이 발휘된다는 거다. 이때 발휘되는 힘은 셋이 가진 각각의 힘을 합친 것보다 훨씬 거대하다. 마치 아리스토텔레스가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위대하다"고 말했던 것처럼 말이다.
어쨌든 문해력을 키우려면, 책을 읽거나 글을 쓰라고 하지만, 이를 각각의 방법으로 인식해서는 문해력이 발달하지 않는다. 잘 읽어서 머릿속에 쌓은 지식이 생각의 재료가 되어, 글로 표현함으로써 더 발전한다. 배경이 되는 자료 없이 생각하는 것은 공상이고, 생각 없이 쓰는 것은 낙서일 뿐이다. 읽고 생각하고 쓰는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야 비로소 문해력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문해력을 바탕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고 본질을 꿰뚫어 보고 문제를 해결하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는 거다.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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