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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화광동진(和光同塵)/황지우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1년 9월 1일)

장자는 이어서, 진인, 즉 인간의 참 모습을 다음과 같이 11가지로 더 설명하고 있다. 한번쯤 꼼꼼하게 읽고, 나의 모습을 뒤돌아 보는 것은 자기 구원의 길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아가야 할 우리 인간의 참모습을 그려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좀 읽기 싫어도 원문, 즉 텍스트에 충실하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아, 우선 직역을 해 본다.

(1)  기상의이불붕(其狀義而不朋): 그 모습이 높이 솟은 산처럼 당당하면서도 무너지지 않는다. 외물과 더불어 마땅한 관계를 유지하되 붕당을 만들지 않는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2) 약부족이불승(若不足而不承): 부족한 것 같지만 남에게서 받지 않는다. 외물에 의지하지 않고 독립된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부족하면 반드시 남에게서 물건을 받게 되는데, 부족한 듯하지만 실제로 부족한 것이 아니니 어찌 다시 자잘한 물건을 받겠는가'로 풀이 할 수 있다.
(3) 여호기고이불견야(與乎其觚而不堅也): 몸가짐이 법도에 꼭 맞아 태도가 단정하면서도 고집하지 않는다. 여기서 '여호'는 몸가짐이 법도에 꼭 맞는 모양, '고는 모난 그릇으로 여기서는 모난 그릇처럼 태도가 단정함을 뜻한다. '불견'은 고집하지 않음이다.
(4) 장호기허이불화야(張乎其虛而不華也): 넓고 크게 마음을 비운 듯하면서도 꾸미지 않는다. '불화' 화려하게 꾸미지 않는다. 백제의 아름다움이라 하는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라는 말에 나오는 "화'가 기억난다. 이 말은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말이다.
(5) 병병호기사희호(邴邴乎其似喜乎): 환하게 밝은 모습으로 마치 기쁜 일이 있는 듯한 모습이다. 얼굴표정이 늘 밝은 거다. 여기서 '병병'은 환하게 밝은 모양, 곧 기뻐하는 모양이다.
(6) 최호기부득이호(崔乎其不得已乎): 임박해서 움직여 마지못한 듯하다. 여기서 '최'는 임박한 모양으로 부득이한 모습을 표현한다.
(7) 축호진아색야(滀乎進我色也): 가득하게 자기의 안색을 나타내다. 곧 자신의 기쁜 감정을 얼굴에 드러낸다는 뜻이다. 여기서 '축'은 가득한 모양으로 자기 얼굴색을 드러내는 모습의 표현이다. '진'은 안색을 가득하게 드러낸다는 뜻이다.
(8) 여호지아덕야(與乎止我德也): 몸가짐이 법도에 꼭 맞아 자신의 참다운 덕에 머무른다. '지'는 앞 문장의 '진'과 상반되는 표현이다. 자신의 덕을 안으로 간직하고 드러내지 않는다는 말이다.
(9) 여호기사제호(勵(廣)乎其似世乎):  넓은 도량으로 세속 사람들과 함께 하는 듯하다. 여기서 '여호'는 '광호(廣乎)'로 읽기도 한다. '화광동진(和光同塵)'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이 말은 '자신의 광채를 누그러뜨리고 이 풍진 세상의 눈높이와 함께 한다'는 것이다.
(10) 오호기미가제야(謷乎其未可制也): 오연히 제약 받지 않는다. 여기서 '오연(傲然)히 초월한 모양이다. '謷'가 '傲'와 통한다. '미가제'는 세속적인 규범으로 제약할 수 없다. '오연'은 태도가 거만하거나 그렇게 보일 정도로 담담하다는 뜻이다.
(11) 연호기사호폐야(連乎其似好閉也): 아무 말도 하지 않아서 감추기를 좋아하는 듯하다. 마치 일부러 말을 하지 않고 감추는 듯하다는 뜻이다. '여기서 연호'는 말하지 않고 침묵하는 모습이라는 말이다. '폐'는 감춘다는 말이다.
(12) 문호망기언야(悗乎忘其言也):  무심히 모든 말을 다 잊어버린다. 일부러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말을 잊어버렸기 때문에 말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여기서 '문호'는 무심한 모양이다.

오강남은 이 문장들을 다음과 같이 시처럼 만들었다. 그러나 바로 마음에 와 닿지 않나 괄호 안으로 다시 내가 이해한 대로 다시 써보았다.

그 모습 우뚝하나 무너지는 일이 없고, (그 모습이 높이 솟은 산처럼 당당하면서도 무너지지 아니하며,)
뭔가 모자라는 듯하나 받는 일이 없고, (부족한 것 같지만 남에게서 받지 않으며,)
한가로이 홀로 서 있으나 고집스럽지 않고, (몸가짐이 법도에 꼭 맞아 태도가 단정 하면서도 고집하지 않으며,)
넓게 비어 있으나 겉치레가 없었습니다. (넓고 크게 마음을 비운 듯하면서도 꾸미지 않았다.)

쉽게 자신의 모습이 흩트려져 무너지지 않고, 무엇을 구걸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고집스럽지 않고, 겉치레가 없이 진실한 사람이 진인, 인간의 참모습이라는 말로 요약 가능하다.

다음은 진인, 참된 인간의 얼굴 모습이 그려진다. 관상, 아니 얼굴상이 그려진다.
엷은 웃음 기쁜 듯하고, (환하게 밝은 모습으로 마치 기뿐 일이 있는 듯하고,)
하는 것은 부득이한 일 뿐, (임박해서 움직여 마지못한 듯하고,)
빛나느니 그 얼굴빛, (가득하게 자기 안색을 나타내는 일도 있지만,)
한가로이 덕에 머물고, (몸가짐이 법도에 맞아 자신의 참다운 덕에 머물며,)
넓으니 큰 듯하고. (넓은 도량으로 세속과 함께하는 듯하다!)
초연하였으니 얽매임이 없고, (담담하게 제약 받지 않으며,)
깊으니 입 다물기 좋아하는 것 같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아서 감추는 것을 좋아하는 듯하지만,)
멍하니 할 말을 잊은 듯했습니다. (무심히 모든 말을 다 잊어버린다.)

오늘 아침의 시로는, 언젠가 적어 두었던 황지우 시인의 <화공동진>을 공유한다.

화광동진(和光同塵)/황지우

이태리에서 돌아온 날, 이제 보는 것을 멀리 하자!
눈알에서 모기들이 날아다닌다. 비비니까는
폼페이 비극시인(悲劇詩人)의 집에 축 늘어져 있던 검은 개가
거실에 들어와 냄새를 맡더니마는, 베란다 쪽으로 나가버린다.
TV도 재미없고 토요일에 대여섯 개씩 빌려오던 비디오도 재미없다.
나에게는 비밀이 있다; 그건 자꾸 혼자 있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뜯긴 지붕으로 새어 들어오는 빛 띠에 떠 있는 먼지.
나는 그걸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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