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6월의 시/김남조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는 아주 오랜만에 "미인" 모임 분들과 점심을 먹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 밖으로 나가 도시적인 밥을 먹은 것도 아주 오랜만이다. 도시적인 밥이란 반찬이 '가정집스럽지' 않다는 말이다. 이젠 그렇고 그런 식당은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식당의 공간 개념도 바뀌었다. 탁자와 탁자 사이가 넓어야 한다. 문숙 시인의 <집착>이 생각났다. "그물망 속에 든 양파/서로 맞닿은 부분이 짓물러있다/간격을 무시한 탓이다/속이 무른 것일수록 홀로 견뎌야 하는 것을" 이렇게 시작하는 시이다. 지난 사진, 시 그리고 글들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그래 나는 이미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골목을 재발견하고 즐기고 있었다. 이젠 좀 더 넓은 도시가 불편하다. 다시 찾은 골목길 재발견 현상은 우리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신분, 생존, 경쟁, 성실을 강조하는 물질주의에서 개성, 다양성, 삶의 질,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탈물질주의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런 신조어가 나왔다. 스타벅스가 있는 동네에서 살고 싶어 하는 현상을 표현하는 '스세권', 사람이 모이는 장소라는 의미의 '핫플레이스', 슬리퍼를 신고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 집 근처 상권을 말하는 '슬세권'이라는 말 등이다.

어제 저녁에는 지인 한 분이 양갈비를 좋은 올리브로 마리네이드하여 가져왔다. 우리는 그것과 어울리는 와인을 찾아 각 1병 씩 마시고, 식후주로 몰도바 꼬냑인, 디빈(Divin)을 즐겼다. 이게 골목길 현상이다. 가까운 사람끼리 음식을 나누며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포스트 코로나-19의 이후 세상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하고, 앞으로 만들 계획인 <우리 미래 마을 대학>을 상상하며 흥분했었다.

저녁 대화의 주제 일부 내용은 이런 것들이었다. 코로나-19가 요구하는 혁신의 과제는 결국 집중의 해체, 즉 분산에 있다는 것은 명확하다. 그것이 대도시의 다핵화든 해체든, 혹은 새로운 소도시 네트워크로의 이전이든, 과거 아테네, 로마, 런던이 했던 도시 공간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의 대도시는 집중과 규모의 경제에 기반하는 19세기 산업혁명의 산물이다. 대도시가 야기한 지속 불가능성의 위기는 바로 이 집중의 부작용에서 비롯된다. 지금 지방은 확진 자가 드물게 나오는데, 서울, 경기 지역이 전염병의 창궐을 맞지 못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인구의 집중은 교통체증으로 대기오염과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불평등을 야기했다. 4차 산업혁명, 즉 디지털 전환은 분산에 의한 질(質)의 경제에 기반하고 있다. 당면한 도시의 혁신은 바로 4차 산업혁명의 전면적인 공간화에 의해 달성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도시 공간 혁명으로 바꾸는 일이 시작되어야 한다. 오늘 아침 사진은 지난 주말 농장에서 찍은 보리 사진이다. 좋은 6월이 잘 흐른다. 벌써 4일이다. 오늘 아침 시는 그 보리밭을 보고, 생각해 낸 시이다. 그림이 상상으로 그려진다.

6월의 시/김남조

어쩌면 미소 짓는 물여울처럼
부는 바람일까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언저리에
고마운 햇빛은 기름인양 하고

깊은 화평의 숨 쉬면서
저만치 트인 청정한 하늘이
싱그런 물줄기 되어
마음에 빗발쳐 온다.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또 보리밭은
미움이 서로 없는 사랑의 고을이라
바람도 미소하며 부는 것일까

잔 물결 큰 물결의
출렁이는 바닷간가도 싶고
은 물결 금 물결의
강물인가도 싶고

보리가 익어가는 푸른 밭 밭머리에서
유월과 바람과 풋보리의 시를 쓰자
맑고 푸르른 노래를 적자

오늘 아침도 한근태의 『고수의 질문법』의 일부 내용을 공유한다. 특히 마지막 장으로 리더를 위한 질문들 이야기이다. 한 조직의 리더가 되면, 다음과 질문을 전 직원과 해보라고 저자는 권한다. 설교하지 않고, 질문을 통해 사람들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얻어 보라는 것이다. 포스트-잇을 가지고, 간단하게 요지를 우선 적게 하고 질문에 답하게 한다. 우리는 이런 방식을 디자인 씽킹(Designe Thinking)이라 한다.
▪ 어떤 점이 만족스럽죠?
▪ 불만 사항은 무엇이죠?
▪ 권한이 주어지면 무엇을 어떻게 고치고 싶습니까?

저자는 리더로 회의 전에 하고 싶은 말보다는 대신 질문을 준비하라고 권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 내가 아닌 직원들 입에서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 고민하고 그 질문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질문은 내 생각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하고 싶은 말을 질문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직원들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하고 싶은 말을 질문으로 바꾸어 직원들 입에서 나오게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리더는 질문을 통해 직원들의 머리를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저자에 의하면, 성공하는 리더의 필수 덕목 1위가 '질문하는 능력'이라고 했다. 리더는 질문하는 사람이다. 멋진 질문을 통해 직원들로 하여금 색다른 생각을 하게 하고, 새롭게 사물을 보는 눈을 기르도록 해야 한다. 일방적인 지시를 받고 일을 하면 책임감이 희박해 진다. 그러나 질문을 받고 거기에 대한 생각을 하고 일을 하면 책임까지 공유하게 된다. 질문은 부하 육성을 위한 최고의 무기이다.

그렇다면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가? 다음 세가지만 물어도 성과가 더 나아질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 목표에 관한 질문으로 목표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 현재에 관한 질문으로 현재 자신은 목표에 비추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해 있는지 물어야 한다.
▪ 목표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를 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여기서 비전을 찾는 것이다. 자신이 하는 일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물어 보는 것이 비전을 찾는 좋은 방법이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우리미래마을대학_인문운동연구소 #사진하나_시하나 #김남조 #복합와인문화공간_뱅샾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