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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이런 사람이 좋다/헨리 나우웬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젠 오랜만에 딸과 영화를 봤다. 그것도 몇일 전에 예약을 하고, 시간에 맞추어 나간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기대하고 보았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돌아 오는 길이 불편했다. 원래 인문운동가의 눈에 좋은 소설은 잘 읽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불편하게 해 주는 소설이다. 이 영화도 편안하게 보는 영화는 아니었다. 생각이 더 복잡해지고, 내가 사는 방식에 대해 되돌아 보게 한다. 그래 오늘 아침 공유하기로 선택한 시가 영성가의 시이다. "이런 사람이 좋다." 그냥 너무 재지 말고, 오늘의 시처럼 이렇게 살면 되지 않을까?

너는 기생하고, 나는 숙주이고, 이런 거 다 따질 필요가 있을까? 지금은 내가 기생하고, 다음은 네가 기생하며, 최소한의 염치만 지키면 되는 거 아닌가? 영화를 보기 전에 상상하다가 이런 글을 썼다. 기생과 공생 사이에는 종이 한 장의 차이밖에 없다.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기생하는 사람으로 살아남으려면 최소한의 염치가 있어야 한다. 숙주의 입장에서 볼 때 기생이 있는 듯 없는 듯해야 한다. 그리고 기생하는 사람은 탐욕을 부려서는 안 된다. 환경을 독점적으로 차지하겠다고 하면 안 된다. 서로 선을 넘지 않으려는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예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영화관에 나오면서 딸에게 말했다. 그건 숙주도 마찬가지이다.

숙주, 우리가 말하는 '금수저'도 인간에 대한 예의가 필요하다. 난 냄새 이야기에서 불편했다. 영화를 보고 나온 후, 평소 생각했던 돈이 있다고 하는 사람들은 이런 세 가지를 갖지 못한다는 생각에 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돈 좀 있다고 하는 자들은 (1) 영혼이 성숙될 기회를 갖지 못한다. 영적인 성숙은 피, 땀, 눈물이라는 3가지 액체를 많이 흘리지 않고는 어렵다. (2) 부모로부터 통제를 많이 받으면 세상을 보는 관점의 독립을 갖지 못한다. 세상과 사람을 보는 나 만의 독립적인 관점을 가질 수가 없다. 인생을 실패해 봐야만 완전한 제로 베이스에서 인생 출발을 한다. 그래야 철저하게 자기 눈으로 세상을 보는 안목을 획득하게 된다. 주입된 관점에서는 창조를 못한다.  (3) 다른 이을 믿지 못한다. 물질적, 신분적 풍요는 가식(假飾) 속에서 생활하기 쉽다. 그래서 재산을 물려받은 2, 3세는 다른 사람을 의심하는 의심병도 많다. 가식을 많이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영화 속의 사장님 사모님(조여정)은 "내가 사람을 잘 못 믿잖아. 잘 아는 사람 소개 아니면", 그렇게 말하면서 순진하게 남을 잘 믿는다. 영화 속에서도 일이 여기서 터졌다.

그녀처럼, 나도 너무 순진한가? 그러나 난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이런 사람으로 살고 싶다. 영화 끝나고 가져온 영화 전단지에는 앞 뒤로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행복은 나눌수록 커지잖아요." "같이 살면 안 될까요?" 그러면서 자기 전단지는 두 장 짜리로 만들었다. 있다고 그러는 거 아니다. 영화 속에서 연대하는 모습들이 없었다. 가족 이기주의만, 사기 치는 기술만 드러난다. 묵묵히 살아 가는 서민들의 연대 모습이 없다. 이게 나를 불편하게 했다. 이건 개인의 문제를 넘는 사회적 문제이다. 다시 한 번 더 이 영화를 보고, 다른 각도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불평등의 기원에 대해, 사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오늘 사진처럼, 자연은 상추에게 이슬을 주고, 상추는 어린 벌레에게 자기를 내준다. 평화롭다. 이렇게 서로 주고 받으며 같이 살면 행복이 더 커진다. 봉감독은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같다. 그런데 영화 마지막 부분이 너무 폭력적이다.

어쨌든 나는 자신이 가야할 길을 조용히 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의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의로운 사람이란 남들이 보기에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의로운 사람은 절제되지 않는 이기적이며 동물적인 자신을 제어하는 자이다. 자신을 정복하는 자가 세상을 정복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자이다. 그런 사람은 무엇을 크게 바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고통을 받지 않는다. 쾌락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우울하지 않다.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이런 사람이 좋다/헨리 나우웬

그리우면 그립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 좋고
불가능 속에서도 한줄기 빛을 보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좋고
다른 사람을 위해 호탕하게 웃어줄 수 있는 사람이 좋다.
화려한 옷차림이 아니더라도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좋고
자기 부모형제를 끔찍이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좋고
바쁜 가운데서도 여유를 누릴 줄 아는 사람이 좋다.
어떠한 형편이든 자기 자신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 좋고
노래를 썩 잘하지 못해도 즐겁게 부를 줄 아는 사람이 좋고
어린 아이와 노인들에게 좋은 말벗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좋다.
책을 가까이 하여 이해의 폭이 넓은 사람이 좋고
음식을 먹음직스럽게 잘 먹는 사람이 좋고
철 따라 자연을 벗삼아 여행할 줄 아는 사람이 좋고
손수 따뜻한 커피 한 잔을 탈 줄 아는 사람이 좋다.
하루 일을 시작하기 앞서 기도할 줄 아는 사람이 좋고
다른 사람의 자존심을 지켜 볼 줄 아는 사람이 좋고
때에 맞는 적절한 말 한마디로 마음을 녹일 줄 아는 사람이 좋다.
외모보다는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좋고
적극적인 삶을 살아갈 줄 아는 사람이 좋고
자신의 잘못을 시인할 줄 아는 사람이 좋고
용서를 구하고 용서할 줄 아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좋다.
새벽 공기를 좋아해 일찍 눈을 뜨는 사람이 좋고
남을 칭찬하는 데 인색하지 않은 사람이 좋고
춥다고 솔직하게 말할 줄 아는 사람이 좋고
어떠한 형편이든지 자족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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