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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6월에 쓰는 편지/허후남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6월 1일)

벌써 6월이다. 영어로 유월을 'June'이라 한다. 이 어원은 그리스 신화의 헤라 여신이 로마로 가면서 이름이 Juno(유노)로 바뀌면서 나온 것으로 본다. 헤라는 신화 속에서 결혼과 가정의 보호 신이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6월에 결혼을 많이 한다. 심지어 이런 말도 한다. "6월의 신부는 행복하다." 헤라의 보호를 받기 때문이라 한다. 10월'은 '십월'이 아니라, '시월'이라 하는 것처럼, '6월'도 '육월'이 아니라, '유월'이라 한다.

그리고 오늘은 전국 동시 지방선거일이다. 모든 지방 정부에 새로운 정치 리더가 태어난다. 새로 뽑힌 정치인들은 『장자』 "인간세"의 다음 부분을 정독 할 필요가 있다. 그래 공유한다. 그리고 유권자인 우리도 후보자의 자질을 이 잣대로 평가해 보아야 한다. 선거, 참 중요하다.

우리는 '4류 정치'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앞서가는 분야들이 이 '4류 정치'에 발목이 묶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 '4류 정치'의 책임은 정치인들이지만 유권자인 국민도 마찬가지이다. 정치적 대표자들의 질을 높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선거하고, 공약을 지키지 않으면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잘 만들어 가동 시켜야 한다.  정치인보다 유권자가 깨어나야 한다.

정치를 하고 싶어하는 안회의 갸륵한 마음을 알면서도 공자는 안회의 요청을 거절했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근심 걱정이 있으면 남을 도울 수가 없다"는 것이다. 먼저 "스스로 도를 굳힌 뒤에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소경(시각장애인)이 소경을 인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겨우 인의(仁義)를 배우고 그것으로 정치판에 뛰어들겠다는 것은 너무 순진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유가(儒家)에서는 '수기치인(修己治人), 즉 자기 수양을 했으면 사람을 다스리라고 했지만 섣부른 수기(修己)만으로는 치인(治人)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럴 경우 오히려 '치인'이 아니라, '재인(災人)', 즉 남에게 재앙을 안겨 주는 일이 되고, 결국 자기를 해칠 위험까지 있다고 했다.
2) 이상만 높고 정치 현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경험을 못한 햇병아리가 세상사에 닳고닳은 정치 지도자들, 사람을 자기들 마음대로 주물러 온 사람들을 설득하려 하다 가는 오히려 그들에게 설득당하고 이용만 당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옛날에 인격을 잘 닦았지만 백성을 위한다는 이상만으로 백성들 편에 서서 임금에게 간하다가 죽은 역사적 인물 두 명을 실례로 들려주면서 심지어 죽음을 당할 수 있으니 아예 갈 생각을 말라는 것이다.
3)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다. 네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네가 위나라로 가려는 것이 진정으로 그 나라 백성들을 위한 것인지 네 명예와 실리를 위한 것인지를 살펴본 후에 가고 말고 결정하라는 것이다. 명예와 실리 추구는 성인들도 물리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상과 포부만은 좋을지 모르나, 그 것만으로는 될 일이 아니니 위나라에 가겠다는 생각을 아예 포기하라고 한다.

정치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진정한 동기(動機)가 무엇인지 반성하게 하는 대목이다. 결국 아무리 대의명분을 내세워 무슨 일을 하더라도 그것이 조금이라도 자기의 이기적 목적에서 나온 것이 아닌지를 냉철히 살펴보고, 속으로 조금이라도 꿀리는 것이 있으면, 이런 일이 본인에게나 남에게 이로울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라는 것이다.

원주에 사시는 소산이라는 분의 글이다. "딱딱하고 굳은 것은 죽음의 길이요,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것이 삶의 길임을 깨닫고, 몸과 마음이 유연(柔然)해 유(柔)월, 세상 일에 다 원인과 이유가 있음을 알아서 그저 남의 탓만 하지말고 먼저 나를 돌아보고 나로 말미암아 시작하는 유(由)월을 살고 싶다." 나는 개인적으로 '유' 자를 좋아한다. 특히 난 '일곱가지 유'를 자주 생각한다. "자유(自由)', '사유(思惟)', '여유(餘裕)', 향유(享有), 온유(溫柔), 치유(治癒) 그리고 YOU(당신). '유'자의 한문이 다 다르다. 'YOU'는 웃자고 넣은 거다.

이중에서 오늘 아침은 자유(自由)를 다시 생각해 본다. 자유(自由)를 말 그대로 하면, 자기(自己)의 이유(理由)로 살아가는 것이다. 모든 것이 자기로 말미암는 일이다. 다시 말하면,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일 또는 그런 상태이다. 여기서 '말미암다'라는 말이 흥미롭다. "어떤 현상이나 사물 따위가 원인이나 이유가 되다"란 뜻이다. 그래 자유는 일체의 권위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저항하는 데서 나온다.

자유는 내가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다. 내가 스스로에게 이유가 되어 하는 말과 행동은 거침이 없다. 그러한 자유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데서 출발한다. 실제로 우리들의 삶에 등장하는 많은 문제들은 자신의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이 누구인지를 모르는 데서 나온다. 자기 인식이 우선이다. 자기 인식은 자신을 알려는 마음가짐이고 그 마음가짐을 가지고 자신을 항상 응시하려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우리는 실제 삶에서 쉽게 자유를 포기하고, 어떤 외부 권위에 의존하려 한다. 외부 권위는 명령하고 억압하고 부자연스럽고 억지일 때가 많다. 우리 사회는 우연히 부여잡은 권위를 가지고 휘두르며 다른 이에게 명령하며 복종하라고 윽박지른다.

자유를 위해 자신을 안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3인칭으로 두어, 자신의 생각과 말, 그리고 행동에 대한 관찰을 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 뿐만 아니라, 주변인들과 관계에서, 그들이 반응하는 자신을 응시하여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스스로 수정하려는 수고를 하는 일이다. 내가 살고 세상은 내가 스스로 변혁할 때, 비로소 변하기 시작한다. 세상의 변혁은 외부의 권위가 만들어 주지 않는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무식한 것이다. 자기 변혁은 자기가 누군인지 알려는 수고의 부산물이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데, 올바른 말과 행동이 나올 수 없고, 자기 변혁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신을 안다는 것은 마음의 움직임에 대한 면밀한 관찰에서 시작한다. 나는 내가 오늘 마주치는 정보들과 사람들을, 내가 경험하여 획득한 나의 시선이라는 색안경으로 볼 수밖에 없지만, 편견을 가진 내 자신을 그대로 인정하고 인식하는 것이 자유로운 인생의 시작이라고 나는 믿는다. 새롭게 시작하는 6월도 걱정 없는 자유를 누리고 싶다. 나를 위한 시간을 더 많이 가지며, 글을 쓰고, 생각을 정리하며 영혼의 근육을 키워야, 자유를 누릴 수 있다. 특별히 걱정을 사지 않을 생각이다.

6월에 쓰는 편지/허후남

내 아이의 손바닥만큼 자란
6월의 진초록 감나무 잎사귀에
잎맥처럼 세세한 사연들 낱낱이 적어
그대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도무지 근원을 알 수 없는
지독하고도 쓸쓸한 이 그리움은
일찍이
저녁 무렵이면
어김없이 잘도 피어나던 분꽃
그 까만 씨앗처럼 박힌
그대의 주소 때문입니다

짧은 여름 밤
서둘러 돌아가야 하는 초저녁별의
이야기와
갈참나무 숲에서 떠도는 바람의 잔기침과
지루한 한낮의 들꽃 이야기들 일랑
부디 새벽의 이슬처럼 읽어 주십시오

절반의 계절을 담아
밑도 끝도 없는 사연 보내느니
아직도 그대
변함없이 그곳에 계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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