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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월의 시/김영랑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5월 30일)

오늘 아침은 좀 기분 좋은 야기를 하고 싶다. 왜냐하면 계절의 여왕인 5월도 오늘과 내일 이틀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손흥민이 세계에서 가장 경쟁적이고 수준이 높은 영국 프로축구 리그인 EPL에서 아시아인 득점왕이 되었다.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5대 빅리그로 범위를 넓혀도 아시아인이 득점왕에 오른 것도 손흥민이 최초다.

손흥민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인문 운동가인 내 시선에 포착된 것은 그의 아버지 손웅정이다. 그는 지난해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수오세재)라는 재목의 책을 낸 적이 있다. 부제가 '실력도 기술도 사람 됨됨이도, 기본을 지키는 손웅정의 삶의 철학'이다. 축구선수는 무식하다는 편견을 몹시도 싫어하는 그는 연간 평균 100권의 책을 독파하는 독서 광이라 한다. 젊은 시절부터 신문 스크랩을 했던 그가 가장 소중히 했던 것은 ‘독서 노트’라는 점이 눈에 띄었다. 기본이라는 말이 어색할 것이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경쟁에 내몰리며 기본을 잃었다. 최진석 교수는 여러 번 말했다. "사람이 사람으로 성장하는 일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기본’이다." 그러면서 그는 늘 이렇게 주장했다. 누구나 기본만 갖추고 있으면, 세속적인 일에서나 영적인 일에서나 모든 일을 잘 이룰 수 있다. ‘기본’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기본’이 없이 하는 일은 어떤 것도 모래 위에 쌓은 성과 같다. 기본 가운데 기본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아는 것’이다. 바로 독립적 주체로 성장하려는 문을 연다는 뜻이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게 하는 것’이 바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다. 이 근본 질문 옆에 조금 더 구체적인 모습으로 몇 개의 질문들이 포진한다.
•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 “나는 어떻게 살다 가고 싶은가?,
• “내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나인 이유는 무엇인가?” 등등.

내가 몇 년 전부터 아침 마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를 길게 쓰고 많은 이들과 공유하는 것은 최진석 교수가 고향에 내려가 학교를 지은 이유와 같다. 나는 이 글을 매일 쓰면서, '더 나은 나'로 성장하고 있다. 그래 점점 더 글이 길어진다. 그러나 하루도 빠지 않고 글을 공유하는 이유는 나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 함께 더 나은 우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하나 밖에 없는 내 딸 이름이 '나은'이기도 하다.

장자도 "참된 사람이 있고 난 다음에 참된 지식이 있다"고 말하였다. 이를 원문으로 말하면, "유진인 이후유진지(有眞人 而後有眞知)"이다. 그러니 참된 사람이 되려고 해야 한다. 왜냐하면 사람이 달라지면 세계를 보는 눈이 달라지고, 세계를 보는 눈이 달라지면, 삶에 대한 관점도 달라지며, 그에 따라 사람의 태도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은 아들의 축구 위해 인문학자 역할을 했다 한다. 오늘 그의 책을 주문할 생각이다. 한겨레 신문의 김창금 기자가 먼저, 손흥민의 아버지가 책에서 사용한 동서양의 명언들을 소개하였는데, 자 자신의 삶에도 큰 통찰을 주는 것들이었다. 그래 오늘 아침에 공유한다. 많은 독서를 통해, 짧지만 긴 여운을 주는 명언들을 늘 기억하고 산다면, 기본을 잃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파출명 저파비(人怕出名 豬怕肥)": 책의 서문에 해당하는 11쪽에 나오는 중국의 속담이다. ‘사람은 이름이 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돼지는 살찌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뜻이다. 손웅정씨는 자기가 감히 책을 쓴다는 것을 겸양하여 낮추면서, 아들 때문에 과분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한다. 손흥민으로 인해 알아봐 주는 이들이 생길 때마다 ‘오지랖 부리며 건방 떨고 살고 있다'며 반성하며 이 말을 새긴다고 한다. 나느 남들과 다른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나는 남들보다 더 똑똑하거나 훌륭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지금 있는 이 곳에서 느리게, 편안하게, 천천히 생을 만끽하며 그냥 시시하게 살고 싶다. 이 마음이 사라지려 할 때마다 기억하고 싶은 구절이다.

“소유한다는 것은 곧 소유 당하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잡다한 것으로 주변이 채워지는 순간 선택할 것이 많아져 우왕좌왕 시간과 열정을 허투루 쓸 확률도 높아진다”는 거다. 그러니 자신이 이룬 업적이나 상들은 빨리 잊어야 한다는 거다. 노자가 말한 "功成而不居(공성이불거)"가 생각난다. 이 말은 "공이 이루어져도 그 속에 거하지 아니한다"는 거다. 자신이 공을 쌓고 그 공을 주장하지 않는다는 거다. 쉽게 말하면, 무엇을 해 놓고도 뽐내지 않는다는 거다. 내가 무엇을 성취한다 할지라도 그 열매를 독차지하고, 그 성과를 따먹으면서, 그 성과 속에서 안주하는 삶의 태도를 근원적으로 벗어 내버리는 거다.

에리히 프롬에 의하면, 어떤 혁명가가 자신이 타도하려고 하는 대상을 타도하고 나서 그 자리를 차지하고 앉으면 그것은 이미 혁명가가 아니라 반항아에 불과하다. 혁명가와 반항아는 다른다. 진정한 혁명가는 공을 이룬 후에는 그것을 차고앉으면 안 된다. 그 예가 체 게바라이다. 반항아들은 모두 무엇인가를 타도하고 난 후, 바로 그 자리를 차고 앉아 바로 정주형태의 집안을 이루어 버린다. 혁명이 성공한 그 순간을 차고 앉는다. 혁명의 깃발이 바로 완장으로 바뀐다. 혁명은 지속적으로 혁명 될 때에만 혁명이 된다. 이 말을 노자식으로 말하면, 공성이불거, 즉 공이 이루어지고 난 후에는 그것을 차고앉지 말자는 것이다. 이를 "공성이불거(功成而不居)"라 한다. 중심에 머물다가, 그만 파국을 맞는다. 삶은 동사적인 태도가 중요하다. 공(功)을 이룬 다음에 바로 다음 공(功)을 향해 나아 가는 동사적 태도 말이다.

“눈 덮인 들판 걸어갈 때 함부로 걷지 마라”: 서산대사의 답설야(踏雪野) 시구로 “내 뒤로 오는 이들의 이정표가 될지 모르니, 눈 덮인 길을 걸어갈 때 함부로 어지럽게 걷지 말라. 오늘 내가 디딘 발자국은 언젠가 뒷사람의 길이 된다."는 뜻이다. 손웅정씨는 “짧지만 너무도 큰 말이라 매일 곱씹는다고 했다. 교육자에게 이보다 올바른 지침이 되는 말은 없다. 부모든 선생이든 코치든 감독이든 아이들을 교육하는 사람들은 이 문구를 가슴에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말 하나 지키며 사는 것도 버겁다고 했다.

다산 정약용도, <<예기>> "곡례"편에 나오는 다음 문장을 습관으로 삶았다 한다. "아이들에게는 항상 속이지 않는 것을 보이며, 바른 방향을 항해 서며, 비스듬한 자세로 듣지 않도록 가르친다" 가정에서 부모가 염두에 두어야 할 문제이다. 왜냐하면 부모가 살아가는 모습이 아이에게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나무는 땅밑 뿌리작업에만 5년의 시간을 보낸다”: 손웅정씨가 아들 손흥민에게 7년간 리프팅 등 기초만 닦도록 한 것을 비교한 것이다. 나무가 위로 뻗어 나갈 것만 생각하면 사소한 태풍에도 무너지지만, 뿌리가 튼튼한 대나무는 하루에 20~30cm까지 자란다. 그는 기본기만 훈련하면 불안해하는 학부모들에게 말한다. “무엇이 불안한가? 당신들의 욕심이 늘 불안한 것 아닌가?”라고.

우리가 잘 알다시피, 모소대나무라는 것이 있는 데, 4-5년 동안은 뿌리를 내라는 데 몰입하므로 이 기간에는 자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뿌리가 넓고 깊게 퍼져 나가고 있는데도. 뿌리가 다 자라면 하루 아침에 갑자기 자라기 시작한다. 모소대나무는 뿌리가 사방으로 퍼져 있어 웬만한 가뭄이나 비바람에는 전혀 문제 없다. 모소대나무는 우리에게 말한다. 더디게 자란다고 낙담하지 말라. 뿌리를 내리고 있는 중이니.

'대나무의 삶은 두꺼워지는 삶이 아니라, 단단해 지는 삶이다. 대나무는 두꺼워지려면 옆 누군가의 공간을 빼앗아야 할지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듯하다. 그래 대나무는 나이테가 없다. 나이테가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 있다. 대나무는 단단하기 위해서 어쩌면 비움을 선택했는지 모른다. 위로 곧기 위해, 그리고 다른 이와 함께 하기 위해 단단함과 비움을 선택한 대나무를 본받고 싶은 아침이다. 대나무가 속을 비우는 데는 다 생각 있었던 것이다. 바로 제 몸을 단단하게 하기 위해 속을 비웠던 것이다. 우리의 삶도 대나무에게서 배워야 한다. 살만 찌우고, 더 많이 소유하면, 단단하지 못하다. 대나무는 자기 속을 비웠기 때문에, 어떠한 강풍에도 흔들리지 언정 쉬이 부러지지 않는다. 대나무처럼 산다는 것은 끊임 없이 쌓이는 먼지를 비우는 것일지 모른다. 대나무는 휘어지지만 꺾이지는 않는다.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유연성을 대처하는 태도이다.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이기는 것이다.

오늘 아침은 여기서 멈춘다. 그의 책에 나오는 또 다른 명언들은 시를 공유한 다음 이어간다. 그리고 블로그로 옮긴다. 너무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에 들어 오면 더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머리에 다 채우지 말고, 기본에 충실한 남은 5월의 이틀을 보내고 싶다. 그래 김영랑 시인의 <5월의 시>를 공유한다.

오월의 시/김영랑

나는 풀로, 너는 꽃으로
사랑의 마음으로 피어나는 오월
당신이 잘 보이는 곳에 앉아
하늘이 언어를 쓰게 하십시오

나무처럼 우리 가슴도
초록의 싱싱한 순수 담게 하십시오
탐스런 목련이 되게 하십시오

꽃씨로 심겨진 씨알들의 기도가
한 송이 장미로 피는 오월
소리 없이 떠다니는 구름의 모습으로
당신과의 조화가 이루어지게 하십시오

당신을 향해 깨어있는 순백의 믿음과
고난을 이겨내려는 성실의 소망이
우리 가슴에 핏줄에 물 흐르게 하십시오

삶의 숨결로 생명에 용기 더하는 오월
이기와 욕심으로 감겨진 눈을 뜨게 하십시오

눈떠서 햇살 보게 하십시오
구석구석 어둠을 털어 내는
빛의 자녀답게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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