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젠 모처럼 대학로를 걸었다. 젊음이 가득했다. <비어할레>에 들어가 독일 맥주를 마시며, 이 시를 생각했다. 근데, 아침에 좋아하는 한 분의 페북에 늙음의 조건을 '참견'이라 했다. 참견은 잔소리를 낳는다. 타자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처럼, 나를 신뢰하지 않으면 장식을 하는 것이 아닐까?.
장식론/홍윤숙
여자가
장식을 하나씩
달아가는 것은
젊음을 하나씩
잃어가는 때문이다
<씻어 무우> 같다든가
<뛰는 생선> 같다든가
(진부한 말이지만)
그렇게 젊은 날은
젊음 하나만도
빛나는 장식이 아니겠는가
때로 거리를 걷다보면
쇼윈도우 비치는
내 초라한 모습에
사뭇 놀란다
어디에
그 빛나는 장식들을
잃고 왔는가
이 피에로 같은 생활의 의상들은
무엇일까
안개같은 피곤으로
문을 연다
피하듯 숨어보는
거리의 꽃집
젊음은 거기에도
만발하여 있고
꽃은 그대로가
눈부신 장식이었다
꽃을 더듬는
내 흰손이 물기 없이 마른
한장의 낙엽처럼 슬쓸해져
돌아와
몰래
진보라 고운
자수정 반지 하나 끼워
달래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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