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어, 인문 에세이의 오늘 아침 화두는 "사람이 되고자 공부하지 말고 먼저 사람이 되어라"이다. 언뜻 이해가 안 된다. 먼저 사람이 되라는 말은 무엇일까? 장자가 말하는 진인(眞人), 즉 진실한 사람은 참된 사람이고 '위대한 개인'이다. 장자는 "참된 사람이 있고 난 다음에 참된 지식이 있다"고 말하였다. 이를 원문으로 말하면, "유진인 이후유진지(有眞人 而後有眞知"이다. 그러니 참된 사람이 되려고 해야 한다. 왜냐하면 사람이 달라지면 세계를 보는 눈이 달라지고, 세계를 보는 눈이 달라지면, 삶에 대한 관점도 달라지며, 그에 따라 사람의 태도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논어>에서 공자는 "행하고도 남은 힘이 있으면, 그 때 학문을 닦아라(행위여력 즉이학문 行有餘力, 則以學問)"고 말했다. 유교의 핵심 덕목인 인의여지(仁義叡智)는 그 핵심이 인(仁)이다. '사랑'이 모든 덕목을 아우르는 것이다. 그래서 공부도 인, 의, 예, 지 순으로 하는 것이다. 맨 마지막이 지(智)로, 인의예를 근본으로 한 이후에 배움을 더해야 진정한 학문이 된다고 본다.
이제 알겠다. <논어>의 '학이"를 더 읽어야 한다. "공부하는 사람은 집에 들어와서는 아버지를 섬기고, 집밖으로 나가서는 어른을 공경하며, 말과 행동을 삼가고 신의를 지키며, 널리 사람을 사랑하고 인한 사람과 친하게 지내되, 이런 몸 가짐을 행하고도 남은 힘이 있으면 그 때 학문을 닦아라"가 전문이다. 그러니까 학문을 하기에 앞서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 사람됨의 근본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건 사랑의 마음이 가득 갖는 일이다.
요즈음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이 검찰 개혁이었는데, 더 나아가 사법 개혁을 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많다. 소위 고시라는 것이 우리 사회의 사람됨을 망쳤다고 나는 본다. 자신들의 집단 이기주의에 빠져, 정의감을 잃고 있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공부 이전에 사람이 되는 인성 교육이 절대 필요하다는 말을 하려던 것이다. 단지, 삶에서 먼저 올바른 사람이 된 후에 공부로 뒷받침하는 것이란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은 출세를 위한 공부를 최우선으로 한다. 이게 다, 지나치게 치열한 경쟁사회가 낳은 산물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려면 반드시 지식이라는 무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인정한다. 다만 먼저 사람됨의 근본을 세우라는 권유이다. 지식을 쌓는 공부를 아예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인문학이 필요하다. 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자각, 아니 사람됨의 깨달음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현대 경쟁 사회에서 우리의 모든 활동을 지배하고 있는 삶의 작동 기제가 '더 높이, 더 빨리, 더 멀리'이다. 올림픽에서 외치는 것처럼. 사람들은 더 높은 자리를 찾거나, 더 높은 성공의 열차에 타려고 발버둥친다. 과학 기술도 기하급수적인 속도 빨라지고 있다. 기업들은 더 먼 데까지 새 물건을 갖고 달려가기 위해 경쟁한다. 이런 세상에서 필요한 것이 인문정신이다.
인문정신은 올림픽 정신과 그 반대에 있다. "더 낮게, 더 느리게, 더 가까이' 세상과 사람들에게 다가가려고 하는 노력이다. 그러니까 인문정신은 소외된 자리를 향하는 연민의 마음으로 낮은 곳을 바라보는 일이고, 느긋하게 자신을 관조하고 성찰하는 일이고, 세계와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관계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친화력이다. 이런 인문정신이 사회에 바탕으로 깔려 있어야 선진 사회가 된다. 그러니까 선진사회는 선진문화가 뒷받침되어야 하고, 선진문화는 인문정신이 밑에 배어 있어야 한다. 산업화니 민주화는 선진사회를 위한 전제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다시 한 번,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인문 정신은,
• 소외된 자리를 향하고 낮은 곳을 바라보는 연민(憐憫)의 마음,
• 느긋하게 자신을 관조하고 성찰하는 여유(餘裕)의 마음,
• 세계와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관계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공감(共感)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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