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박수소리 시대정신

프랑스 레스토랑 풍경을 말한다.

레스토랑이라는 말은 프랑스어 restaurer라는 동사에서 나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 동사의 의미는 여러가지이지만, '원기를 회복하다'이다. 그러니까 레스토랑은 '원기를 회복시키는 공간'이다.

프랑스 레스토랑에 가면, 많은 이들이 이렇게 말한다. "프랑스 레스토랑의 서비스는 왜 그렇게 거만하고 도도한가?"

프랑스 레스토랑의 메뉴판이 매우 복잡하다. 그리고 어렵게 메뉴를 해독하고 음식을 주문하려 하면, 웨이터가 주제 넘게 참견하며 손님을 가르치려 한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면 꼿꼿하게 서서 손님들을 내려다보며, 이 음식이 어떤 과정을 거쳐 손님을 기다리게 되었지를, 심지어 주방장의 철학과 오늘 어떤 기분인지까지를 들먹여 가며 장황하게 설명한다.

이 서비스 방식은 나를 낮춤으로써 상대방을 높이는 것이 아닌, 나를 높임으로써 오히려 상대방을 더욱 높이는 서비스란다.

다음의 두 가지 태도를 비교해 보자.
"당신들은 돈 내고 매상 올려주는 손님들이고 우리는 돈 받고 일하는 직원들이니 속으로는 피곤하고 짜증나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겉으로는 웃으며 최선을 다한 친절로 모시겠습니다."
"당신들을 서빙하고 있는 나는 단순히 주문을 전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주방장의 요리 철학을 당신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프랑스 레스토랑에 들어가려면, 복장을 잘 갖추어야 한다. 이는 다른 손님들에 대한 예의라는 것이다.

프랑스를 이해하려면, 프랑스 혁명 정신을 알아야 한다. 프랑스는 절대군주, 왕을 단두대로 목을 친 역사를 갖고 있는 나라이다. 프랑스는 그들이 혁명 이후 극심한 혼란의 과정을 거쳐 위계에 의한 어떤 권위도 인정되지 않는, 오로지 시민들 간의 상호 존중에 근간한 관계의 틀을 재정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는 나라이다. 우리도 시민들의 일상생활에까지 이러한 관계의 재정립이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이러기 위해서, 우리는 각자 자신이 위대한 개인, 위대한 시민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어떤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황금률에 따라 서로 존중하는 시민이 되어야 한다.

프랑스 혁명 정신인 자유(liberte), 평등(egalite) 그리고 박애(fraternite)가 현대의 프랑스 사회에는 봉구(bon gout), 똘레랑스(tolerance) 그리고 연대(solidarite)로 구현되고 있다. 사람이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해도(봉구), 넓은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으면(똘레랑스), 호혜적 이타주의 세상(솔리다리떼)이 실현될 수 있음을 전제하고, 이를 위하여 공동체는 반드시 교육, 의료, 주거에 대한 문제로 '위대한 개인', 시민되기를 방해해서는 안된다는 논리에서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대전문화연대 #박한표 # 시대정신 # 프랑스 레스토랑 # 뱅샾62 와인 바

프랑스 레스토랑 르 트리아논, 구글에서 사진 캡처

'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문 운동가의 시대정신  (0) 2023.02.03
물 컵 단상  (0) 2023.02.03
마음의 평화를 되찾는다.  (0) 2023.01.28
이게 현실이 되다니  (1) 2023.01.28
오늘을 열심히 산다.  (0) 2023.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