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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말/천양희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1년 11월 3일)

"언제나 진실을 말한다.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는  조던 B.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12 rules for life)>> 중 여덟 번째 이야기를 어제 하다가, 다 못다한 것을 오늘 아침 이어간다. 오늘 사진은 화살나무가 단풍이 든 것이다. 속에 화살을 품으면, 속이 타 이런 색이 나오는가 보다.

기독교 전통에서 그리스도는 로고스, 즉 하느님의 말씀과 동일시 된다. 태초에 하느님의 말씀으로 혼돈이 질서로 변했다. 그리스도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이 땅에 내려온 하느님으로, 기꺼이 진리와 선과 하느님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그 결과 그리스도는 죽었다 부활해 다시 태어났다. 이 걸 다음과 같이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다. '혼돈으로부터 질서를 만들어 내는 로고스는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을 하느님에게 제물로 바친다.' 이 말은 사소한 것이라도 새로운 것을 배우면 작은 죽음이 뒤따른다는 것을 말해준다.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를 얻을 때마다 과거의 개념이 도전을 받고, 혼돈에 휩싸여 사라지며, 결국에는 더 나은 것으로 다시 태어나는 이치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말과 행동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잘못된 말을 할 때마다 내적인 갈등과 나약함을 느끼는 법을 터득할 것이다. 이때의 느낌은 감각일 뿐 생각이 아니다. 그런 느낌을 통해 우리는 자신이 거짓말하는 때를 알 수 있다. 그것은 체면치레의 말, 당면한 주제에 대한 무지함을 감추려 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들먹이며 스스로 생각하는 책임을 회피하는 때이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천양희 시인의 <말>이라는 시를 알게 되었다. 문태준 시인이 <경향 시선>에서 소개한 거다. 다음과 덧붙임과 함께. "지나치게 많은 말을 폭포수처럼 쏟아낸 거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홍수를 이룬 말들 속에서 오히려 말의 허기를 느낄 때가 있다. 말에도 때가 있고, 말에도 공터가 있다. “말의 공터”라는 말은 얼마나 멋진 가? 말의 비어 있는 땅을 볼 줄 아는 사람의 말은 나직하고 신중하고 고상하다. 여지를 두는 말, 에둘러 해서 듣는 이가 짐작하게 하는 말이 좋은 말이다. 그런 말은 세상에 꽃을 피우고, 세상에 길을 낸다. 그러나 이 세상엔 창처럼 찌르는 말이 넘쳐난다. 나오는 대로 함부로 하는 말이 넘쳐난다. 사실이 아닌데도 사실인 것처럼 꾸며 대는 말이 넘쳐난다. 불 같은 말은 스스로의 마음을 먼저 다치게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진실을 말하라. 이게 오늘의 화두이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태초에 하느님은 말로써 혼돈을 질서로 바꾸었고, 남자와 여자가 모주 하느님의 향상대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지금 우리도 말을 통해 혼돈을 질서로 바꾸고, 미래의 많은 가능성을 실재하는 과거와 현재로 바꿀 수 있다.

말/천양희

어느 날 나는 내가 생각한 것의 반만큼도
말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말의
성찬이나 말의 홍수 속에서 나는
오히려 말이 고팠다
고픈 말을 움켜쥐고 말의
때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쉬운 말들과 놀고 싶어서 말의
공터를 한번 힐끗 본다
참말은 문득 예리한 혀끝으로
잘려 나가고 씨가 된 말이
땅끝으로 날아다닌다
말이 꽃을 피운다면 기쁘리. 말이
길을 낸다면 웃으리. 말은
누구에겐들 업(業)이 아니리

모든 말이 허망하여도 말의
추억은 아름다운 것이냐
우리는 누구나
쌓인 말의 나무 밑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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