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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 산책

우리는 누군가에게 “신”이다.

다음의 시처럼, 우리는 이렇게 더는 ‘게으른 신’이 되고 싶지 않아야 한다. 왜? 세상을 살려내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신”이다. 그 신의 자리는 결코 쉽지 않지만 말이다.
 
신의 손/이수호(교육운동가 & 시인)
 
강남 변두리
재개발에도 밀린 허름한 빌딩
손바닥만 사무실 구석 창가
컴퓨터 모니터 자판 하나로도 가득한
작은 내 책상 모서리에
누가 가져 왔더라
빨간 선인장 한 알
먼지 뒤집어쓰고
말라가고 있다
때로는 햇살도 들어
가끔 눈에 띌 때
물 좀 줘야지 하지만 말고
바로 일어서서 물 한 모금만 줬어도
이렇게 죽어가지는 않을 텐데
이젠 말라 비틀어져
아예 물에 담가놔도
다시 살아나지는 못할 것 같다
이 선인장 생사가 내 손에 있는데
게으른 신이 세상을 죽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