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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봄 햇볕을 맞고 자란 채소는 식감(食感)이 다르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나는 나이가 들면서 나물을 좋아한다. 나물이란 먹을 수 있는 풀, 나뭇잎, 뿌리, 채소 등을 통틀어 일컫는 말, 또는 그것을 무친 반찬을 말한다. 이건 사전적 정의이고, 보통은 채소나 산나물, 들나물, 뿌리 등을 데친 다음 갖은 양념에 무쳐서 만든 반찬을 말한다. 우리 동네에는 신선한 나물로 자기가 원하는 대로 가져다 먹을 수 있는 뷔페식 식당이 있다. 지난 겨울 퍽 자주 그 집을 다녔다.

이젠 양념하지 않은 야채(野菜)나 채소(菜蔬)를 즐긴다. 야채는 야생에서 자란 작물이고, 채소는 식용을 위해서 사람이 직접 키워서 수확한 작물이다. 나는 몇 년 전부터 나만의 전략을 가지고 주말 농장을 운영한다. 첫 째 검은 비닐을 밭에 덮지 않는다. 그리고 밭에 불을 지른 후, 땅을 깊게 삽으로 파서 흙을 뒤집는다. 그리고 모종과 씨를 시간 차이를 주며 파종하거나 심는다. 그러면 나처럼 식구가 없는 사람은 그 수확량을 어느 정도 소화할 수 있다. 모종으로 심은 채소를 먹다 보면, 씨를 뿌린 채소가 자란다.

어젠 모종으로 심은 쌈채소들을 첫 수확했다. 물을 거의 주지 않고, 봄 햇볕을 맞고 자란 채소는 식감(食感)이 다르다. 식감이란 음식을 먹을 때 입안에서 느끼는 감각을 말한다. 영어로는 mouthfeel 또는 texture of food라 한다. 음료 분야에서는, 특히 와인에서는 바디(body)라 표현한다. 입 안에 꽉 찬 느낌을 주면, 풀 바디(full body)라 하고, 가볍게 느껴지면, 라이트 바디(light body)라 한다. 와인같은 음료에서 느껴지는 질감을 직물의 감촉처럼 생각하면 더 잘 느낄 수 있다. 러닝 셔츠도 100수가 있고, 70수가 있다. 그 수에 따라 직물의 '바디'가 다르다. '바디'를 말 그대로 '몸', 한문으로 '체(體)'라고 하면, 모든 음식이나 음료에, 아니 모든 물건에 '바디'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어제 수확해 먹기 시작한 쌈 채소는 여러 종류이다. 로메인, 적상추, 치커리, 레이스 달린 겨자채, 적겨자채, 일본 상추 등 5 종류였다. 그것보다 저녁에 먹은 시금치 된장국이 더 좋았다. 옆 밭에서 얻은 시금치인데, 혹독한 겨울을 난 것이기에 풀바디로 그 식감이 대단했다.

내 오른쪽 밭에는 지난 가을 심은 마늘이 익어가고 있다. 그래 이 시를 오늘 아침에 공유한다. 지금도 어제 주말 농장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비 온 후, 맑은 공기에 바람은 약간 차가웠지만 살갗에 스치는 그 결이 매우 살가웠다. 땅들도 적당히 물기를 갖고 있어, 채소에 도움이 안 되는 풀들을 제거하기에 적당했다. 지난 해에는 "뽑으려 하니, 모두 잡초로만 보이더니, 품으려 하니, 모두 꽃으로 보이더라"는 문장을 알게 된 후 풀들을 방치했었다. 그랬더니, 그 풀들이 작물을 다 뒤엎어 중간에 주말농장을 포기했었다. 올해는 풀들이 어릴 때, 매정하게 뽑아줄 생각이다.

봄에 즐기는 나만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런 것을 '소확행(小確行)'이라고 표현했다. '한 번뿐인 인생, 지금을 즐기자'는 '욜로' 트렌드가 가고 소확행이 이젠 이 시대의 트렌드이다. 욜로 라이프가 과도한 소비로 연결되니 결국에는 생활이 어렵게 되어 이제는 '소확행'으로 전환되었다고 볼 수 있다. 기존에는 행복을 먼 미래에나 도달할 수 있는 큰 목표의 성취 이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소확행'은 지금 현재 삶 속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작고 확실한 행복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에게 확실한 행복을 챙긴다는 '소확행'은 저성장시대로 접어들면서 자연히 따라오는 현상처럼 보인다. 경제 성장이 정체되면서 남에게 보여지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행복을 추구하는 트렌드이다. 그러나 한국의 젊은이들의 '소확행' 뒤에는 행복하지 않는 척박한 현실, 소득 격차, 취업난, 무한경쟁의 현실이 깔려 있다. 그들에게 '소확행'은 '작고 확실한 행복'이기 보다는 주어진 현실에서 가장 큰 행복, 너무 짧아 놓고 싶지 않은 찰나의 행복이 아닐까? 씁쓸한 면도 있다. 내 생각과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마늘밭 가에서/안도현

비가 뚝 그치자
마늘밭에 햇볕이 내려옵니다
마늘 순이 한 뼘씩 쑥쑥자랍니다
나는 밭가에 쪼그리고 앉아
땅 속 깊은 곳에서
마늘이 얼마나 통통하게 여물었는지 생각합니다
때가 오면
혀 끝을 알알하게 쏘고 말
삼겹살에도 쌈 싸서 먹고
장아찌도 될 마늘들이
세상을 꽉 껴안고 굵어가는 것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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