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일이군요.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지난 16일 이른 아침, 프랑스 친구 페이스 북의 메시지가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를 알려왔다. 프랑스어로 노트르(Notre)는 영어로 하면 1인칭 복수 our란 뜻이다. Dame(담므)는 '부인'이란 말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마담(Madame)'이 여기서 나온다. 그러니까 '노트르담'은 "우리들의 부인"이란 말이다. 시장 말로는 '우리들의 아줌마'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프랑스어로 '노트르-담'은 성모 마리아란 뜻이다. 프랑스에는 성모 마리아를 주보성인으로 하는 성당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지난 15일 밤에 불이 난 성당의 정식 명칭은 까떼드랄 노트르-담 드 파리(Cathedrale Notre-Dame de Paris)이다. 여기서 de는 영어의 of에 해당한다. Cathedrale(까떼드랄)은 '대성당'이란 뜻이다. 말이 나왔으니 프랑스의 4대 대성당은 아미엥 대성당, 랭스 대성당, 스트라스부르그 대성당 그리고 파리 대성당이다. 그러나 흔히 우리가 노트르담 대성당이라 말하면, 파리 대성당을 지칭한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은 중세 이후 파리에 있었다. 중심에서 오랜 세월 동안 파리와 프랑스의 변화를 지켜보고, 함께 했다. 그래 단순히 문화 유산, 관광지가 아니라, 종교, 역사의 상징이었기 프랑스 인들은 물론이고 우리들도 더 충격적이었다.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성당 외부의 오염 물질을 청소하기 위한 공사장에서 발화된 것으로 추정한다. 공사를 할 때, 이런 역사의 상징인 곳은 더 각별한 주의를 하여야 한다.
그곳이 사진처럼 불이 났다. 그래 오늘 아침은 교회와 종교에 대해 생각해 본다. 한국에는 하느님도 못 들어가는 교회가 더러 있다는 말을 한다. 종교와 교회는 다르다. 사람들은 종교를 '신을 향한 맹목적인 믿음'이라고 생각하지만, 종교의 진정한 의미는 자신의 삶에서 소중한 것을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이다. 다시 말하면, 종교는 자신의 삶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노력이다. 그러니까 '무엇을 믿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종교의 궁극 목표는 사람과 사물, 즉 세상을 있는 그대로 봄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자유이다. 예수는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고 말씀하셨고, 붓다는 생로병사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인지하고 '고집멸도苦集滅道'라는 사성제(四聖諦, 네 가지 진리)를 터득함으로써 고통에서 해방되어 자유를 누리는 것이 자신의 기본 가르침이라고 말씀하셨다.
"오늘날 교회는 사랑의 봉사보다는 소유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좀더 큰 교회, 좀더 많은 신도를 자랑한다. 유럽의 수 백년 걸려 지은 큰 성당은 건축미와 예술성은 자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성당의 건축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가난과 굶주림을 견뎌야 했고, 고귀한 생명과 인권이 유린당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인간에 대한 사랑이 없는 곳에서는 영원한 생명의 길이 열리지 않는다는 예수의 교훈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김형석, 『예수』에서) 김형석 교수님은 교회가 곧 기독교라는 생각이 위험하다고 했다. 기독교는 가족과 병원 같은 많은 공동체를 포함하고 있고, 대표적인 공동체가 교회라는 것이다. 그는 김수환 추기경이 말한 “교회는 사회를 위해 있는 것이지, 사회가 교회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상기시켰다. 바티칸 교황이 이런 생각을 하는 데는 1500년 걸렸다. 젊은 김수환 신부가 이런 생각을 했기에 비슷한 생각을 한 바오로 6세가 그를 추기경으로 발탁했다는 것이다.
나는 마음이 아플 때는 오늘 아침 시를 읽는다.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이외수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바람부는 날에는
바람부는 쪽으로 흔들리나니
깊은 밤에도
소망은 하늘로 가지를 뻗어
달빛을 건지더라
꽃 피는 날이 있다면
어찌 꽃 지는 날이 없으랴
온 세상을 뒤집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더러는 인생에도 겨울이 찾아와
일기장 갈피마다
눈이 내리고
참담한 사랑마저 소식이 두절되더라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침묵으로
세월의 깊은 강을 건너가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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