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5.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2년 8월 5일)

충고하거나 비판하는 데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본능적, 즉흥적으로 자신이 옳다고 확신하면서 비판하는 경우이다. 이는 오만한 방법으로 가장 흔하다. 이것은 대체로 성공적이지 않을 뿐더러 성장보다는 적개심과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 다른 하나는 양심적으로 자신을 의심하고 돌아보는 과정을 통해 자신이 옳다는 믿음 아래 비판하는 경우이다. 겸손한 방법으로 진정으로 자아를 확장해야 하는 데 성공 확률이 더 높고 파괴적이지 않다. 문제는 상당수의 사람들은 감히 파워를 행사하려 하지 않고 온유함이라는 도덕적 피난처에 숨어서 그 이상 나아가려 하지 않는다는 거다. 온유함은 나약 함이며 수동적인 태도일 수도 있다. 영적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대항이 필요할 때 대항하지 못하면 사랑하는 데 실패할 수 있다. 서로 애정을 갖고 충고하는 것이 성공적이고 의미 있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관계는 허망하거나 피상적이다.
충고나 비판은 리더십이나 파워를 행사는 형태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충고하고 비판하는 것은 그의 삶의 방향이 바뀌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확실히 사랑을 품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당사자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을 충고하는 건 기껏해야 시간 낭비인데 오히려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 말을 잘 알아듣게 하고 싶으면 듣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하고 듣는 사람이 실행 가능한 범위에서 말해야 한다.
충고라는 말이 나오면, <<대학>>에 나오는 "혈구지도(絜矩之道)"라는 말을 기억한다. '헤아릴 혈(絜)'과 '모서리 구(矩)자'이다. '혈구'라는 '구부러진 자를 가지고 재는 것'이란 뜻이다. 네이버의 사전적인 뜻은 "자기를 척도로 삼아 남을 생각하고 살펴서 바른 길로 향하게 하는 도덕상의 길"이다. 쉽게 말하면, '나나 남의 모서리를 동시에 살피는 것'이다. 팍 와 닿는다. 우리는 나의 모서리는 보지 못하고, 남의 모서리만 본다. '위대한 개인'은 남의 모서리만 보지 말고, 자신의 모서리도 보고, 내가 그러하지 못하면 다른 이에게 충고나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우리 주변을 보면, 자신도 못하는 일을 다른 이에게 "그렇게 하라"고 충고한다. 아무리 가치 있는 말이라도 그것이 누군가의 가슴 속에 들어가 화학작용을 일으키지 않으면 의미가 퇴색된다. 그러나 가치 있다고 상대에게 함부로 충고하거나 '지적질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상대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게 내 철학이다. 그러나 진짜 사랑한다면, 영적 성장을 위해, 겸손하게 충고나 비판으로 파워를 행사하여야 한다. 좀 더 낭아가는 사유는 블로그로 옮긴다.

오늘 아침 사진은, 서울 성북동에 있는, <갤러리 반디트라소> 앞 도로에서 어제 만난 트럭이다. 김윤신의 <지금 이순간>전에 갔다 만난 거다. 그 전시회에서 얻어온 도록에 미술평론가 최태만의 글이 있었다. 제목이 <찰나와 영겁 사이: 멈춰라 너는 아름답다>였다. "멈춰라, 너는 아름답다" 이 말은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세상의 모든 지식을 깨우쳐도 만족을 얻지 못하는 파우스트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했던 말이다. 메피스토펠레스는 자신이 종이 되어 만족할 때까지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줄 테니 영혼을 자신에게 넘기라고 파우스트를 유혹한다. 파우스트는 악마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멈추어라,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라 말할 때에, 즉 "어느 순간에 멈추는 즉시" 계약은 끝나고 자신의 영혼은 악마의 것이 되리라 계약을 맺는다. 소설은 파우스트가 악마에게 아름답다고 말하는 순간 악마가 파우스트의 영혼을 거둔다는 신과 악마 사이의 내기를 바탕으로 한 것이나, 젊은 여성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던 파우스트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깨닫고 농경지를 개척하며 사람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후, "자우로운 사람과 함께 자유로운 시간을 보낼 때가 오면 나는 이렇게 말하리라. 순간아, 멈추어라, 너는 정말 아름답다"라 말하며 쓰러지지만, 핵심은 천사로부터 구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아름다움은 도처에 있다. 너무 바쁜 나머지 발견하지 못할 따름이다. 아름다움은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을 깨닫도록 작가는 작품 앞에서 멈추기를 제안"(최태만)했다. 나는 갤러리를 나와 오늘 사진 앞에서 멈추었다. 거기서 심마니들이 들고 다니는 핸드 메이드로 만든 약초 가방(망태기) 하나를 샀다.
잠깐 멈췄다 가야 해/류시화
'잠깐 멈췄다 가야 해.
내일은 이 꽃이 없을지도 모르거든.'
누군가가 이렇게 적어서 보냈다.
내가 답했다.
'잠깐 멈췄다 가야 해.
내일은 이 꽃 앞에 없을지도 모르거든.'
이젠 글을 두 가지 버전으로 쓴다. 길게 사유한 글이 궁금하시면, 나의 블로그로 따라 오시면 된다.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이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크든 작든 책임감을 갖는 것은 모든 진정한 사랑의 관계에 초석이고 기반이다. 반대로 책임감이 생기지 않는 관계는 부서지기 쉬우며 틀림없이 병적이 되거나 만성적으로 약해질 것이다. 예컨대 사랑에 빠진 상태에서 진정한 사랑으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결혼식 후에 갖는 책임의식이다.
반면 너무 책임감이 강하면, 스스로 '느긋해 지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 계속 긴장을 늦추지 않고 조심한다. 자신을 편하게 놔줄 수가 없다. 이런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헌신할 마음이 없게 된다. 이런 사람은 "네가 너를 버리기 전에 내가 먼저 너를 버리겠다"는 증세로 나타난다. 이런 증세를 가진 사람은 "네가 언젠가는 나를 버릴 것을 잘 알아. 그러니 나를 너에게 주지 않겠다"라는 거다. 이런 사람은 친근 해질수록 도망가려고 한다. 이런 사람은 우선 자신을 느긋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인간관계가 제공하는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다.
새로운 행동을 취하는 것, 이전에 행동하던 것과 달리 행동하는 것은 모험을 의미한다.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나 자신 안에 그를 위한 공간을 만들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이 자리를 만드는 것이 바로 '괄호로 묶기'라는 훈육이며 그를 위해서는 자신의 확대와 결국에 자기 변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원리는 좋은 부모가 되는 데에도 필수다. 아이들의 말을 잘 듣는 데에도 똑같은 괄호로 묶기로 자신의 확장이 필요하다. 그런 변화에 따른 고통을 달갑게 받아들이고자 용기를 발휘해야만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부모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부모도 이 과정을 통해 얻는 것이 많다. 성장하는 아이에게 배울 의사가 없는 부모는 부지불식간에 노쇠의 길을 택한 것이다. 아이에게 배운다는 것은 대개의 삶들이 의미 있는 노년을 준비하는 데 가장 좋은 기회이다.
그 다음 사랑에 있어 중요한 모험은 겸손한 자세로 파워를 발휘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가장 흔한 예가 사랑하는 마음으로 충고하는 행동이다. 이런 경우, "네가 옳고 당신은 잘못했으니 당신이 달라져야 한다"라고 말하면서 따지는 것은 전혀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상대방을 깨닫게 해주기보다는 더욱 혼란에 빠뜨리는 경우가 더 많다. 참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그렇게 쉽게 비판하거나 충고하지 않는다.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적어도 현재 거론되는 문제에 관한한, 도덕적으로나 지적으로 더 우위를 차지하려는 것은 아닌가 의심해 본다. 참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대상의 개성과 나와 다름을 존중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신을 철저하게 성찰한 후, 충고를 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다음과 같은 것들을 충고하기 전에 자문해 보아야 한다.
(1) 내가 정말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애매한 짐작만으로 이러는 걸까?
(2) 정말 그를 이해하고 있는 걸까?
(3) 그가 선택한 길이 현명한 것인 데도 그렇지 않다고 보는 생각은 나만의 편협한 관점은 아닐까?
(4) 내 사랑이 새로운 방향으로 가도록 하는 게 나 자신을 위한 것은 아닐까?
그러니까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지혜'가 정말 가치 있는 것인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당위성 뒤에 숨겨진 동기가 어떤 것인지 엄중하게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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