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은 우리 동네, 내 개인적으로 역사적인 날이다. 마을 공동체 <우리 마을대학>을 발족하고 시작하는 첫 사업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끼리 벌써 여러 번 만나 비전을 짜고, 역량 강화를 위해 모였었다. 그러나 첫 사업이 공방(studio)에서 동네 주민들을 모시고 공개 수업을 하는 날이다. 우리마을 7 대학 <아리공방>에서 천연 DIY: 천연비누, 천연화장품 그리고 아로마 테라피의 세계를 만나는 강좌이다. 지난 글들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언젠가, 나는 <100세 시대, '학생’의 의미를 재정의해야 한다>는 서울대 장대익 교수의 칼럼을 잘 메모해 둔 적이 있다. 오늘 그걸 다시 꺼내 읽어 본다. 왜냐하면, 나는 어제 <우리마을대학>이라는 공동체를 비영리단체로 세무서에 등록하여 고유번호를 받았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그 글에서 "현재 한국인은 83세 정도는 산다. ‘100세 시대’가 더 이상 꿈은 아니다"라고 말을 시작했다. 최근 코로나-19와 이상 기후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지만, 주변을 둘러 보면, 정말로 100세 시대가 맞는 것 같다.
물론 100세 인생의 도래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80까지도 지겨운데(사실 외로운데) 100세까지 살아서 뭐하나, 100세를 살면 80세까지는 일해야 먹고살 텐데 힘들어서 어쩌나….’ 노인 자살률이 높은 국가에서 나올 만한 반응이긴 하겠지만 한번 늘어나기 시작한 수명을 억지로 줄이기는 쉽지 않다. 이것은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1명 이하인 '초 저출산' 국가이기도 해서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의 급감이 큰 걱정거리이다. 실제로 매년 생산가능인구가 10만~20만명씩 감소하고 있는데 이 저출산·고령화의 흐름에 잘 대응하지 못하면, 우리 현 사회 체계는 붕괴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장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인류의 진화사 측면에서 100세 시대는 새로운 국면이지만,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고 본다. 지금의 60세는 건강 면에서 과거의 40대와 유사하면서 경험 면에서는 20년치가 더 많다. 사회 구조가 은퇴를 강요할 뿐이지 더 유능하게 오래 일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나저나, 밤 사이에 굵은 비가 내려, 많은 염려를 했는데, 아침에는 비가 잦아 들었다. '작은 친절이 세상을 바꾼다'고 좋은 문장을 페이스북 대문에 달고 있어 인상적인, 내가 좋아하는 홍준기 전 의원의 포스팅에서 내 마음을 들켰다. 저 속절없이 내리는 장맛비는 "땅의 울음이 하늘을 휘돌아 다시 땅으로 쏟아져 내리는 통곡의 소리", "지금 당장 기후변화의 대응에 나서라는 간절한 호소", "평생토록 일궈 온 모든 것도 한 순간에 사라져버릴 수 있음을 일깨우는 절규", "살아 있음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임을 알게하는 죽비의 울림"이란다. 통곡의 소리, 간절한 호소, 일깨우는 절규, 죽비의 울림 소리. 그렇다. "굵어져 가는 빗 소리에 깊어져 가는 시름은 속절이 없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소크라테스를 기억했다. 그는 스스로 아테네라는 거대한 '말'이 잠들지 않고 최고의 경주마가 되도록 괴롭히고 훈련시키는 '등에'가 되기를 자처한다. 그들은 소크라테스를 고소한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법정에서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그들이 원하는 몇 마디 말을 궁색하게 지어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스스로 독배를 마셨다. 인문운동가로 나선 나도, 소크라테스처럼, 소나 말의 꼬리에 붙어 있는 '등에'이고 싶다. 그래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글을 쓰고 공유한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는 강현덕 시인의 <장마>이다. 이 시를 택한 것은 시인은 장맛비를 '화해의 손짓"으로 읽은 것이 마음에 들어서 이다. 이 비 그치면, 다시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고 싶다. 오늘 아침 사진의 나무처럼, 다시 또 시작하는 것이다.
장마 /강현덕
바람에 누운
풀잎 위로
바쁜 물들이 지나간다
물 속에서
더 짙어진
달개비의 푸른 눈썹
세상은
화해의 손을
저리 오래 흔들고 있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우리마을대학_인문운동연구소 #사진하나_시하나 #강현덕 #복합와인문화공간_뱅샾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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