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마음의 거스러미가 일지 않게 하려면, 필요할 것 같은 그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이다. 그러면 삶이 평온하다. 우리의 일상은 계속되는 선택의 연속이다. 일상에서 최대한 선택의 종류와 순간을 줄이는 것이다.
'거스러미'는 손톱이 박힌 자리 위에 살갗이 거슬려서 일어난 보풀 같은 것을 말한다. 나무의 결 같은 것이 얇게 터져 일어나 가시처럼 된 부분 또한 거스러미라고 한다. 문제는 마음에도 거스러미가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마음에 삐죽 돋아나 따끔따끔 마음이 쓰이고 종국엔 내 삶의 매끈함을 해친다. 작은 일에 예민한 사람으로 사소한 사건에도 마음이 제 리듬을 잃고 요동치는 것이다. 안달하는 성미이다. 초조해 하고 조급한 성격이다. 세상에 될 일을 다 그렇게 된다. 좀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그 거스러미는 제거해야 한다. 그 거스러미가 자꾸 신경쓰인다. 지난 글들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홍인혜 시인은 어느 글에서 '신경 쓰다'와 '신경 쓰이다'의 차이를 말하였다. '신경 쓰다'는 나의 의지와 닿아 있다. 내가 자의적으로 내 신경을 쏟아 그것에 관여하는 것이다. 반면 '신경 쓰이다'는 불가항력적이다. 마치 '가렵다'거나 '마렵다'와 비슷하다. 내가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나를 신경 쓰게 만든다. 가렵고 마려운 것이 의지의 문제는 아니 듯이, 뭔 가가 신경이 쓰이는 것 또한 우리의 의지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어딘 가가 심각하게 가려운데 긁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처음엔 가려움이 심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가, 점점 다른 부위에 자극을 줘서 신경을 분산 시키려 노력하면서, 가려움이 수그러들길 기다릴 수밖에 없다.
마음의 거스러미도 마찬가지이다. 처음엔 집착적으로 마음을 기울이다, 지쳐 나가 떨어져 다른 것에 신경을 분산 시켜 기왕의 생각에서 벗어나려 노력하다 보면, 느리지만 자연스럽게 거스러미는 무디어지고 순해지고 급기야는 살에 편입되는 순간이 온다.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그런 마음의 거스러미가 일지 않게 하려면, 필요할 것 같은 그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이다. 그러면 삶이 평온하다. 우리의 일상은 계속되는 선택의 연속이다. 일상에서 최대한 선택의 종류와 순간을 줄이는 것이다.
선택의 심리학이 있다. 예를 들어 선택이 폭이 많으면, 자신이 한 선택에 더 많이 후회한다. 선택의 가능성이 많이 열려 있다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역설적이게도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우리는 '내가 다른 걸 선택했더라면 어땠을까'란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가 종종 뷔페 식당의 다양한 음식보다 전문점에서 끓여 낸 칼국수 한 그릇에 더 만족스러워 하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한 차선만 있는 도로에서 차가 밀린다면, 짜증이 나긴 하겠지만 후회가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두 차선이 있는 데, 유독 내 차선만 막힌다면 선택에 대한 후회가 밀려 올 것이다.
바스 카스트의 『선택의 조건』은 선택에 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는 것을 백영옥의 글에서 나는 알았다. 그녀에 의하면, '누구를 사귈 것인가'라는 선택에 관해 말하자면, 연애를 하면 할수록, 상대를 바꾸면 바꿀수록 만족도는 더 낮아진다고 한다. 심리학자 대니얼 길버트는 이런 현상을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이 원하는 경험이 아닐 때, 사람들이 재빨리 다른 경험을 구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가령 맘에 안 드는 렌터카는 되돌려주고, 형편없는 음식이 나온 레스토랑에서 나와 버리고, 말 많은 SNS 친구는 바로 차단하는 식이다.
책에 따르면 우리는 경험을 바꿀 기회가 없는 경우에만 기존 관점을 바꾼다. 이 말은 당장 이혼할 수 없기에 배우자에게서 장점과 고마움을 찾아내고, 바로 교체할 수 없기에 낡은 아파트를 수리하고 아끼게 되며, 되돌릴 수 없기에 밤마다 울고 집을 엉망으로 만드는 아이에게서 사랑스러움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도망가거나 취소할 수도 없을 때, 우리는 드디어 관점을 바꾸고 지금 일어난 일에서 긍정적인 면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장맛 비가 잠깐 멈춘 사이에, 주말 농장에 나갔다. 선택이 없다. 휴가철인 데, 그냥 동네에서 놀고 있다. 오늘부터 당분간 류시화 시인의 시를 공유할 계획이다. 태양이 그립다. 주말 농장으로 산책을 다녀오는 길에 태양을 만났는데, 어두운 구름이 등장을 방해했다. 오늘 아침 사진이 그것이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류시화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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