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인문 일기

리플리 증후군(Refley syndrome)을 앓는 사람들이 주변에 꽤 있다. 그냥 소설이나 영화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이 증후군은 현실 세계를 부정하고 허구의 세계만을 진실로 믿으며 상습적으로 거짓의 말과 행동을 일삼는, 반 사회적 인격 장애이다. 거짓이 탄로 날까 봐 불안해 하는 단순 거짓말쟁이와 달리, 이 증후군을 앓는 사람은 자신이 한 거짓말을 완전한 진실로 믿는다. 나를 위해 나를 속이는 거다.
이 말은 1955년에 패트리샤 하이스미스가 쓴 연작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의 주인공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그리고 1960년에 알랭 들롱(Alain Delon, 우리나라에서 알랑 드롱이라 부른다) 주연의 영화 <태양은 가득히>와 앤소니 밍겔라 감독의 1999년 작 <리플리> 역시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에 이 문제를 다룬 드라마가 있었다.
리플리 증후군은 거짓말과 다르다. 일반적으로 거짓말은 다른 사람을 속임으로써 자신이 얻게 되는 이득을 목적으로 하고 반복된 거짓말이 대개 심리적 불안과 죄책감을 야기하는 반면, 리플리 증후군은 현실을 부정하고 자신이 만든 허구를 진실인 것처럼 믿게 되는 정신적 증상으로, 보통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이룰 수 없는 상위의 영역이나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거짓말을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리플리 증후군을 사람들은 '환상 거짓말' 혹은 '병적 거짓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을 나는 '허언증' 환자라 보기도 한다. 허언증 환자도 자신이 한 거짓말을 사실인 것처럼 믿어 버린다.
전문가들은 이 증후군의 원인을 자기애의 손상, 열등감, 과도한 성취욕으로 본다. 그들은 현재 자신의 능력으로는 스스로의 높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기에 피해 의식을 가지게 되고,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처한 현실을 부정(denial)하고 자신만의 허구 세계(fantasy)를 창조한다. 그리고 그 환상 속에서 본인이 이상적으로 생각해온 신분, 인품, 능력을 만들어 내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왜 그럴까? 허구의 세계 속에서 성취감과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에 스스로의 질병을 인정하지 않으며 치료에 저항한다는 것이다.
SNS 에 중독된 사람들에게 리플리 증후군이 나타나기 쉽다. SNS상에서는 행복한 일만 생기고 걱정없이 사는 것처럼 가면을 쓴다. 물론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자신을 포장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현실과 그 욕구가 만든 자신과의 괴리가 커지면 자아를 잃고 하나의 정신병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SNS자체가 리플리 증후군을 만든다고 볼 수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자아가 강하지 않고 상대적 박탈감을 잘 느끼는 사람이 SNS에 의존하게 되면 허구세계를 만들어 리플리 증후군을 겪기 쉽다.
그런 경우 SNS를 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나는 누구인 가'를 묻는 고독한 묵상이 필요하다. 그 고독의 힘으로 강한 자아를 길러야 한다. 여기서 인문운동가의 역할이 커진다. 지금 우리 사회가 심한 '편 가르기'를 앓으면서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는 것도, 우리가 '강한 자아'를 가진 시민으로 만들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강한 자아를 가진 자는 어디서나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타인의 의사를 존중하고, 불의한 권력에 저항하는 이다. 이런 강한 자아를 갖자는 것이 나의 인문 운동이다. 강한 자아는 공부하고 익혀야 한다.
공부를 하는 문제는 시를 공유한 다음 이어간다. 가끔 우리는 답을 기대하지 않는 물음을 한다. 예를 들면, 이 더위에 잘 지내는가? 무기력한 일상을 호소하고 코로나-19 시국에 움직일 수 없는 현실을 답답해 하는 하소연 같은 안부일 뿐이다. 그런 류의 인사 중에 건강 챙기하는 당부를 하면 별로 기분이 좋지 않다. 요즈음은 대선 정국이라, 자연의 날씨보다 세상의 기후가 더 지독한 나날들이다. 아무 말이나 하는 자가당착의 폭언들이 나무하는 세상의 온도가 폭염보다 더 힘들게 한다. 그래도 "사랑은 안부하는 것"이다. 사진은 제가 관여하고 있는 유라 극장 개장 공연 현장이다. 유라시아문화원 연구위원장의 새로운 활동과 관계로 영역을 확장하며 새로운 세계에 접속을 시작했다.
그래도 사랑은 안부하는 것/김철현
잘 있는 거니?
잘 지내는 거 맞지?
아픈 데는 없는 거니?
혹시 날 잊은 건 아니겠지?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아니 어쩌면 영영 오지 않을
대답인 줄 알면서도
습관처럼 안부 한다.
허공에 쌓인 궁금증이
벌써 얼마인지.......
그래도 여전히 안부하는 건
사랑하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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