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가지 않을 수 없던 길/도종환

인문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1년 7월 23일)

날씨가 무덥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같이 일해보자는 주문이 막 들어 와 더운 줄 모른다. 그러나 좀 두렵기도 하다. 언젠가부터 하루에 한 가지 씩만 일하기로 했는데, 점점 만나야 하고, 만나자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그러던 차에 다음과 같은 문장을 페북에서 만났다. "우리가 살아가며 겪는 모든 일엔 처음이 있다. 나는 지금, 다시, 지나간 본 적이 없는 새로운 길 앞에 서 있다. 어떤 무대가 펼쳐질지 알지 못하는 길 앞에서 두려움이 앞서지만, 첫발을 내디딜 준비가 되었다. 나는 나의 가능성을 믿는다."("오마이뉴스, 정인순)

인생은 모두 타이밍이다. Life is all about timing. 우리 삶의 모든 게 적당한 때가 있으며, 그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성실도, 창의성도, 지식도 인내가 동반되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 어떤 일을 도모할 때도 동반되는 긴장과 두려움도 인내로써 극복이 가능하고, 수시로 발생하는 돌발 상황도 인내를 통한 합리적 시각으로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가 있다.

사이클은 이렇다. 인내한다. 그러기 위해 우선 자기 믿음을 키우고, 희망을 잃지 않는다. 여기서 희망은 가능성이다. 희망은 언제나 믿는 자의 것이다. 믿는 자만이 자신의 기도가 이루어진다. 승리는 언제나 목숨을 건 자의 것이다. 여기에 다 인내를 요구한다.

희망을 "어떤 일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 정의하고, 희망에서 오는 '가능성'을 보태면, 내 삶이 더 희망적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희망은 희망적이어야 한다' 정의가 정의로워야 하고, 사랑이 사랑스러워야 하고, 문화가 문화적이어야 하는 것처럼. "가장 마지막에 죽는 것이 희망이다"라는 독일어 문장이 있다. 키에로케고르는 "절망을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했다. 희망의 손을 뿌리치는 순간 우리 모두는 죽는다. 많은 화두를 얻었다. 언젠가 나는 희망을 '가능성'이라고 보기보다, '절망하지 않기'로 받아들였던 적도 있다.

어쨌든 인내심을 발휘해야 하는 순간은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그 순간을 성실하게 견딜 수 있는 것은 언젠가는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기 믿음과 지금은 힘들지만 미래에는 더 나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 때문이다. 인내하면, 포기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천천히 가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인간이 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 과거는 해석에 따라 바뀌고, 미래는 결정에 따라 바뀐다. 현재는 지금 행동하기에 따라 바뀌고 바꾸지 않기로 고집하면 아무 것도 바꾸지 않는다. 인생의 가치는 소유가 아니라, 더 깊은 인격이다. 인생의 진정한 목적은 무한한 성장이 아니라, 끝없는 성숙이다. 인생의 참된 아름다움은 성공이 아니라, 성숙이다. 그 성숙이 성품이 된다. 다시 이 성품이 격이고, 매력이 카리스마이다.

그 '카리스마'는 가만히 풍기는 향기와 같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 존재가 빛이 나기 때문이다. 카리스마는 오랫동안 쌓인 것이, 주변 사람들에게 전달된 기분 좋은 향수와 같다. 배철현 교수는 그 카리스마가 있는 사람을 '격'이 있는 자라고 표현했다. 우리는, 살다 보면, 드물게 격이 있는 사람을 만난다. 그런 사람은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에서 우러나는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카리스마로, 주위 사람들을 자신의 매력으로 알게 모르게 끌어들인다. 이 매력은, 흉내와 시기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여 오랫동안 오롯이 정진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신의 선물이다. 자신만의 개성이 넘치는 길을 내서, 그곳에서 세상을 보라고 주위 사람들을 유인한다. 그리고 그는 사람들이 각자의 매력을 스스로 찾도록 친절하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부탁한다."(배철현)

자신의 본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사람은 감동 그 자체다. 그는 무엇을 억지로 드러내려고 치장하지 않는다. 요란한 치장은 부담스러운 옷과 같다. 그것은 자신이 진부하고 천하고 공허하다는 증거다. 그것은 내면의 공허를 외면의 요란으로 감추려는 열등감이다. 이런 시끄러운 열등이 우월이라고 광고하는 세상에서,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일은 영웅적이다. 카리스마가 있는 자는 구도자다. 그는 자신이 가야 할 곳을 안다. 그곳을 향해 그 누구의 눈치로 보지 않고 정진한다. 그는 마치 졸졸 흘러가는 개울물과 같다. 개울물에 방해란 없다. 커다란 바위, 작은 나무, 약간의 늪지대 등등. 이 모든 것은 오히려 그에게 유일한 길이다. 이것들은 개울물을 정화시켜주고 속도를 북돋아 주는 도움일 뿐이다.

오늘도, 공유하는 시처럼, "가지 않을 수 없는" 그 길을 간다. 강은 자신의 물을 마시지 않고 나무는 자신의 열매를 먹지 않으며, 태양은 스스로를 비추지 않고, 꽃은 자신을 위해 향기를 퍼트리지 않는다. 남을 위해 사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우리 모두는 서로를 돕기 위해 태어났다. 그 길은 4S이다. Simple: 단순하게 산다. Small 작은 것으로 만족한다. Smile 화내지 않고 웃으며 산다. Slow: 천천히 느리게 산다.

가지 않을 수 없던 길/도종환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 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 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은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패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턱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 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다른 글들은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우리마을대학_인문운동연구소 #사진하나_시하나 #도종환 #복합와인문화공방_뱅샾62 #새옹지마 #카리스마 #격 #매력 #새옹지마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부/함민복  (0) 2022.07.23
풀/이재진  (0) 2022.07.23
훈육 (4): 균형 찾기  (0) 2022.07.22
행복/나태주  (0) 2022.07.22
훈육 (3): 진실에 헌신하는 생활  (0) 2022.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