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그러니까 50년 전 오늘 새턴 5호가 실었던 아폴로 11호는 1969년 7월 16일 발사돼 7월 20일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에 착륙했었다. 그때의 기억이 난다. 내가 10살 때이다. 형님과 흑백 TV로 보았다. 새턴(Saturn)이란 말은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의 아버지이다. 로마 신화로 오면 이름이 '사투르누스' 그리고 토성의 영어 이름이다. 크로노스(Cronus)는 '시간'의 신이다. 그의 상징은 '낫'이다. 시간에 앞에 우리는 남아 있을 수 없다. 신화 속의 그의 야기는 오늘의 주제가 아니다. 다음에 좀 더 길게 말할 기회를 갖겠다. 다음 아폴로(Apollo)는 그리스 신화에서는 아폴론(Apollon)으로 불린다. 태양을 상징하며, 그의 쌍둥이 누나가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로마신화에서는 디아나, 영어로는 다이아나)이다. 어린 시절에는 남매로 같이 지냈지만, 커서 각자의 역할이 해와 달이 되는 바람에 늘 만나지 못하고 살았다. 그래 미항공우주국(NASA)은 보고 싶은 남동생을 잘 맞아 달라고, 달 탐사선 이름을 '아폴로'로 정했다고 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알면, 서양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흥미롭다.
오늘 아침은 이 인류 최초의 달 탐사에 성공한 아폴로 11호의 주인공인 세 명 중에 마이클 콜린스에 주목하고 싶다. 달에 인간의 첫 발자국을 남긴 닐 암스트롱, 사령선(command module, 탐사 대원을 보호하고 시스템을 점검하며 관제센터와 교신하는 임무) 조종사 마이클 콜린스, 달 표면 탐사선 조종사 에드윈 버즈 올드린, 이 셋 중에서 아폴로 50주년 기념식에 유일하게 참석한 이가 마이클 콜린스이기 때문이다.
닐 암스트롱은 2012년에 죽고, 에드윈 버즈 올드린은 건강이 나빠 공식 활동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마이클 콜린스만 달 표면 밟지 않고 사령선에 남아 있었고, 당시 주목을 받지 못했었다. 즉 영광을 얻지 못한 인생이 나름의 철학과 관리로 조명을 다시 받고 있다는 점이 인문운동가의 시선을 잡았다. 마이클 콜린스만 다른 두 명의 '우주 영웅'들과 달리 젊은 시절 성취에 매몰되지 않고 이후 화성 탐사를 연구할 정도로 경력을 발전시켜 나갔다. 과거의 업적이 '완장'이 되면, 오래 가지 못한다. 과거의 성공을 잊어야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역사의 뒤편에 있던 3 인자가 이후 상대적으로 더 풍요롭고 열성적인 삶을 산다는 것을 마이클 콜린스를 보면, 우리는 알 수 있다.
아폴로 11호 승무원이었던 마이클 콜린스는 인류사상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디디지 못하고 21시간이나 홀로 사령선을 타고 달 궤도를 빙빙 돌았다. 부선장이었던 마이클 콜린스가 달 착륙을 하지 못한 것은, 서열 3위 에드윈 버즈 올드린이 단독 조종 경력이 안되어, 마이클 콜린스가 사령선에 남게 된 것이다. 닐 암스트롱과 에드윈 버즈 올드린이 착륙선에 옮겨 탄 뒤, 달 표면에 착륙하는 순간을 7억의 인구가 텔레비전을 보며 환호 하는 동안, 마이클 콜린스만 21시간 동안 사령선에 남아 달에 성조기를 꽂는 장면도 못 보고, 착륙선 점검만 하며 달의 뒷면만 관측하였다. 착륙선 엔진 이상이 감지돼 거기에 온통 신경이 쏠려 있었다고 한다.
달의 뒷면을 우리는 보지 못한다. 달은 공전과 자전 주기가 같기 때문에 지구에선 달의 한 쪽 면 밖에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이클 콜린스는 지구와의 교신이 끊어진 상태에서 48분간 홀로 달 뒷면을 관측하는 동안 "이곳을 아는 존재는 오직 신과 나 뿐이다"라고 쓴 메모가 뒤늦게 공개되었다. 이 때문에 "'태초의 아담 이래 가장 외로웠던 인간'으로 불리기도 했다. 어제 저녁에 만난 성단근 교수님(카이스트에서 은퇴)에 의하면, 최근 중국 우주 탐사대가 달의 뒷면을 촬영했다고 한다.
마이클 콜린스는 수십년간 두 동료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한 데 대해서 "업무영역이 달랐을 뿐이다. 내가 한 일에 전적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안해 하던 NASA측이 이후 달 탐사선 17호 선장직을 제의했지만, "가족에게서 더 이상 멀어지고 싶지 않다"며 이듬해 은퇴했다고 한다. 그 후, 그는 우주 분야의 경력을 이어갔고, 아내가 2014년 죽을 때까지 함께 살았다. 아폴로 11호 3인방은 1930년 생들이다. 이 세 명의 삶은 달에 다녀온 후 극명하게 갈리었다. 인문운동가가 주목하는 것이 이 점이다. 내성적이었던 닐 암스트롱은 세계적 영웅으로 추앙 받으면서도 유명세 자체를 괴로워 했다고 한다. 특히 어린 딸이 사고로 죽은 후에 이혼하고, 심장병을 앓는 등 순탄하지 않은 삶이었다. 에드윈 버즈 올드린은 가장 먼저 달에 내리지 못했다는 분노와 열등감 그리고 목표 상실로 인한 우울증에 시달렸으며, 여러 가지 스캔들과 두 번의 이혼을 겪으며 재정적 어려움도 겪었다고 한다. 반면 88세 마이클 콜린스는 보편적 삶을 살아오며 재평가 되고 있다.
마이클 콜린스가 50주년 회견에서 했다는 말이 그의 삶의 태도를 잘 보여준다. "인간이 우주를 탐사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나는 잠시 우주선 창에 꽉 찬 지구를 한눈에 봤다. 그러나 여러분 모두 각자의 창으로 세상을 보고, 그 속에서 미래를 만들어가지 않는가"라고 답했다. 얼마나 보편적인 사유인가! 나도 내 창으로 세상을 보며, 내 미래를 만들어 간다. 또 "영웅이 되지 못해 섭섭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우주인은 영웅을 논하는 직업이 아니라, 자기가 맡은 작은 임무를 완수하는 데 목숨 거는 일"이라고 했다.
삶은 인성(人性)이 중요하다. 인성이란 삶의 방향이다. 방향이 옳아야, 자기가 하는 일에 몰입을 하고, 성취 후에도 정신의 흔들림이 없다. 우리 인간은 남들보다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자신만의 '삶의 스타일'을 구축한다. 그러나 이러한 스타일을 타인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나도 다른 이의 '삶의 스타일'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만일 자신의 이상을 추구하다가, 그 이상에 도달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하거나 혹은 타인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 열등감이 그를 사로잡는다. 이 열등감은 상대방과 나를 객관적으로 비교하려는 실수에서 생긴다. 나는 나이고, 너는 너이다. 나를 너와 비교하는 것은 개나리와 진달래의 아름다움을 견주는 것과 같다. 개나리는 개나리일 때 아름답다.
만일 자신의 이상을 추구하는 데, 돈이 중요하지 않다면, 그가 가난해도 열등감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나의 '나다움'을 버리고, 대중이 환호하는 이상형에 자신의 이상으로 착각하면, 그는 영원히 불행하다. 대중의 변덕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랑을 인간의 최고 가치로 여기는 예수에게 십자가는 사랑의 위대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도구일 뿐이다. 정의를 이상으로 여기는 소크라테스에게 죽음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시험일 뿐이다. 청빈(淸貧)을 자처한 디오게네스에게 알렉산더 대왕은, 햇빛을 가리는 장애물일 뿐이다.
자신의 이상을 발견하고 그것을 완성하기 위해 정진하는 사람에겐 당연히 시험(試驗)과 시련(試鍊)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실질적인 마음가짐, 즉 용기를 가져야 한다. 용기는 결과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모든 정성을 바치는 자발적인 의지이다. 용기는 결과와는 상관 없이 지금-여기에서 나의 이상을 보여주려는 현명함이다. 인류 최초 달 착륙 50주년 아침에 긴 사유를 했다. 장마 지나가면, 밤에 나가 달을 볼 생각이다. 백 명이 바라보면, 정말ㅡ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백 개의 달"이 될 것이다. 그리고 달을 바라보는 사람의 상상으로 백 개의 그릇과 백 개의 맛이 될 것이다.
백 개의 달/최 연 수
시큼한 봄이 베어 먹은 살구는 그믐으로 익는데
저 달은, 입덧이 말끔히 비운 사기그릇입니다
배는 곯지 말아야지, 졸음을 참는 달에 푸짐한 맛을 옮겨 담으면
삼거리 원조 찐빵이 모락모락 군침을 불러들였습니다
반으로 쪼갠 햇고구마엔 노란 보름이 들어있고
솥뚜껑에 부쳐 내놓은 배추전에 부풀어 오른 배고픔이 납작해졌습니다
후일담은 겨울 건넌 따스함 같아서
달빛보다 마음이 더 밝아질 때쯤 주렁주렁 별들을 채우는 물병자리
빛들이 비워지면
아껴둔 샛별 하나 오래오래 녹여 먹어야겠습니다
백 명이 바라보면 백 개의 달이 되지
희고 둥근 백 개의 방에서 맛보는 백 가지 맛
후루룩, 손잡이가 없어 소리가 더욱 매끄러운
볼 깊은 달들을 꺼내
포옥 우려낸 멸치국물에 국수 한 사리 씩 말아내도 좋겠습니다
연합뉴스 사진 갈무리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훈육 (2) (0) | 2022.07.20 |
|---|---|
| 흰 구름을 혼자 두면 안 되는 이유/심언주 (0) | 2022.07.20 |
| 여름 비/김덕성 (0) | 2022.07.20 |
| 훈육 (1) (0) | 2022.07.19 |
| 삼복/권지숙 (0) | 2022.0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