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나는 『주역』이 주장하는 "극즉반(極即反)"이라는 말을 믿는다. '세상에 모든 것은 극점에 이르면 반드시 돌아간다.' 코로나-19가 그 극점이라 본다.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인데, 창 밖에 비가 내린다. 어제 온 종일 그렇게 흐리더니, 밤 사이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나 보다. 코로나-19가 충격을 준 이후, 많은 이들이 나와 사회 그리고 세상에 대해 되돌아 볼 기회를 갖고 있는 듯 하다. 지난 주, 우리는 새통사에서 코로나-19가 일깨워 주는 문제들에 대해 on-off mix 강의와 토론 모임을 했다. 크 게 세 분야로 나누어 고민했다.
- 차이(差異)란 무엇인가?
- 실제(real) vs 실체(reality)에서 실체(實體)란 무엇인가?
- 방향성(方向性)은?
나에게 관심을 주었던 몇 가지를 공유한다. 우선 '차이는 힘이다'라는 과학 공식이었다. "E=hv"이다. 차이는 차원이 다른 것이라는 말이다. 들뢰즈의 표현에 의하면, '차이의 반복'이 새로운 판을 만든다는 말인 것 같다. 지난 글들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우리의 실체를 보면, "우리는 ~ 뜻(energy)을 펼치는 존재"라는 정의에 관심이 갔다. 특히 뜻을 에너지로 해석했다. 나는 그걸 의지(意志)로 읽었다. 나는 내 에너지를 어디에 많이 쓰고 있는가? 자문도 해 보았다. 그 에너지의 분배가 실제와 실체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
그 다음은 "세상은 게스탈트(Gestalt)다"라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살짝 "합리(合理)는 각각의 모두를 보살필 수 있는 것"이라 했는데, 이건 좀 더 따져야 할 일이지만, 그 맥락(contexte)을 이해할 수 있었다. 게스탈트는 독일어인데, 우리가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지각할 때 떠오르는 어쩐 형태이다. 게스탈트 심리학에서 쓰이는 용어이다. 게스탈트 심리학이란 개체는 대상을 지각할 때, 그것들을 부분들의 집합으로 서가 아니라, 하나의 의미 있는 전체, 즉 게스탈트를 만들어 지각한다는 것이다. 한국 말로 하면, '완결성의 법칙'으로 해석한다. 이는 불완전한 자극을 서로 연결시켜 완전한 형태로 만들려고 하는 인간의 본능적 경향을 의미한다. 주의할 것은 게스탈트 심리학의 명제에서 부분의 합이 전체가 아니라는 말이다. 각각의 부분이 합쳐지면 부분의 특징은 사라지고, 전체로 서의 전혀 다른 형태, 즉 게스탈트가 만들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순석 부장은 이런 도표를 보여 주었다. 센스와 지식 사이에서 센스가 높고, 지식이 낮으면 '사기꾼'이고, 센스도 낮고, 지식도 낮으면 "바보"이고, 센스는 낮은데, 지식이 높으면 '꼰대"이고, 센스도 높고 지식도 높아야 "수퍼 스타"라고 했다.
또 이야기가 길어진다. 여기서 멈추고, 시 다음으로 사유를 미루겠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는, "열풍을 깔아 앉히고/아침을 식히려 비가 내랍니다"로 시작되는, <여름 비>이다. 우리 사회가 지금 너무 뜨겁다. 극에 달했다. 이번 주에 내리는 비들로 열기가 가라 앉았으면 한다. 전도(顚倒)된 가치가 다시 전도되길 기원한다. 이미 우리 사회는 가치전도 현상이 극에 달해 있다. '가치전도'는 수단과 목적 중에서 수단이 중요해지면서 수단이 목적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가끔 읽게 되는 김용택 교장 선생님의 오늘 아침 참교육 이야기의 제목이 "가치전도 된 사회에서 살아남기"이다.
공부를 자아성장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에 가기 위해서 한다. 사람이 인격이 아니라, 그 사람의 경제력이나 사회적 지위로 평가한다. 예수를 가장 많이 닮아야 할 성직자들이 예수가 가장 싫어하는 행동을 한다. 과정이 무시되고 결과가 중시된다. 매춘을 하든, 도둑질을 하든, 돈만 벌면 존경받는 사회이다. 그러나 나는 『주역』이 주장하는 "극즉반(極即反)"이라는 말을 믿는다. '세상에 모든 것은 극점에 이르면 반드시 돌아간다.' 코로나-19가 그 극점이라 본다. 비도 마찬가지이다. 물이 올라가 내려오는 거 아닌가? 아침 사진은 남원에 있는 시립김병종미술관에서 김병종 교수님의 작품을 찍은 것이다. '상선약수'라는 말이 끌렸다. 물같이 사는 것이 잘 사는 길이다.
여름 비/김덕성
열풍을 깔아 앉히고
아침을 식히려 비가 내립니다.
님이 보낸
사랑의 빗방울처럼
정겹게 내리면서
반갑게 다가와
뜨거운 살결을
식히는
달콤한 청량제
누구는 비를
눈물이라고 말을 하지만
생수라
말하고 싶어요.
내 손바닥에 내린 빗방울 하나
따르르 구르며
그리움을
실고 와 전하는
님의 편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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