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
(2021년 7월 8일)

오늘은 장자가 말하는 오만에 대해 사유를 해본다. <장자>는 내편 7개, 외편 15개, 잡편 11개, 이렇게 하여 33개로 구성되었다. 그중 오늘은 외편 <서무귀>에 나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착한 일을 하겠다는 생각이 악의 그릇입니다." 원문은 "범성미(凡成美), 악기야(惡器也)"이다. 무릇 아름다움을 이루는 것은 악을 담는 그릇이라는 말이다. 아름다움이 앞에서 이루어지면 거짓이 나중에 생긴다. 그 때문에 아름다움을 이루는 것은 악을 담는 그릇이라는 것이다.
어설프게 국민 사랑한다는 분들이 꼭 사고 친다. 국민 핑계대지 말고 얌전히 있는 게 국민 도와주는 거다. 때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게 좋은 일이고 옳은 일이다. 인위적인 정치는 모두를 괴롭힌다. 사람들은 뭔가를 하지 못해 안달이다. 왜 그런 가? 나는 중요한 사람이고, 나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만물은 각자 알아서 스스로 살아"(<장자> 在宥, 재유)가는 데 말이다. 이를 "물고자생(物故自生)'이라 한다.
이런 식의 '나 아니면 안 돼'를 가장 많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정치인이다. 국민들은 사랑받기를 원하지 않는데 저 혼자 국민을 사랑한다며, 국민이 자신을 원한다며 선거 때만 되면 가만있질 못하고 선거판에 나온다. 사실 저 한 몸도 못 다스리면서 세상 고치겠다고 날뛰는 꼬락서니야말로 잘난 척의 끝판이다. 주변 사람도 행복하게 못해주면서 세상을 행복하겠노라는 것은 커다란 오만이다.
<장자> 잡편 "우언(寓言)"에 "흰 것은 도리어 더러운 것처럼 보인다. 큰 덕은 도리어 모자라는 것처럼 보인다(大白若辱, 盛德若不足)"는 말이 나온다. "청바지에는 김치국물이 한 방울 묻어도 그냥 쓱 닦아내면 그만이다. 그러나 새하얀 면바지는 김치국물 한 방울 튀면 온통 다 더러워졌다는 평가를 듣기 마련이다. 김치국물 한 방울에 좌우되지 않을 넉넉함, 그 힘은 겸손합니다."(강상구, <나는 그 때 장자를 만났다.>)
사실 우리는 자기 멋대로 살 수 없다. 그것은 삶이 관계 속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타인은 기쁨의 샘일 때도 있지만 우리 삶을 제한하는 질곡일 때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타인을 조종하려는 충동이 우리 자신 속에서 스멀스멀 자리 잡을 때가 있다. 자기 의사를 타인에게 부과해 그가 내 뜻을 수행하는 것을 볼 때 만족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걸 우리는 권력에의 의지라 한다. 그 권력에의 의지는 분수를 모르기에 언제나 한계를 넘는다. 성경은 이러한 과도함 혹은 오만함이 죄라 말한다. 죄는 남을 해칠 뿐 아니라 자기도 파괴한다. 여기서 서슴없음과 당당함은 자신을 강자로 여기는 이들의 한결같은 태도이다. 이기심과 결합되면 몰염치함으로 변질된다. 몰염치는 타자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마음이다.
겸손의 반대인 오만은 자신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아니 착각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오만을 그리스어로는 '휴브리스(Hubris)'라고 한다. 휴브리스의 정의는 자신의 처음 먹은 마음을 잃고 난 뒤, 반드시 뒤따라오는 극도의 자만심이자 과도한 확신이다. 사람은 오만에 빠지면 눈이 먼다. 두 눈을 부릅뜨고 직시해야 할 현실에 대한 감각을 상실하고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기 시작한다. 게다가 자기에게 다가오는 위험을 감지하지 못한다. 오만을 경계하고 겸손해야 한다.
오늘은 계룡산 갑사 가는 길에 <유라 극장, Art Theater> 오픈 기념 '영성 축제 인 계룡산' 공연에 다녀왔다. 사진이 강만홍 교수의 <숨춤> 한 장면이다. 코로나로 많은 관객을 초대하지 않았지만, 최소한 인원으로 마스크를 쓰고 몰입하여 관람했다. 나도 한달에 한 번씩 <인문운동가 박한표와 함께 하는 인문학 여행> 강의를 하며 영성 지수를 높이려 한다. 거기서 고향 공주 선배이신 신현보(전 한일고 교장과 전 충남문화재단 대표이사) 시인님이 시집을 한 권 주셨다. <소금꽃>이란 동인지였다. 시인님이 추천했던 시를 오늘 공유한다.
서로를 향한 祈禱/신현보
나
그대를 생각하면
한없이 소중한 사람
곁에 있어 더욱 고마운 사람
몸 아프지 말고
마음 다치지 말고
벙그는 꽃잎처럼
활짝 웃고 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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