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노블레스 노마드는 일도 여가처럼 하고, 직장에서도 휴가 지에서 처럼 산다.
독일 미래학자 마티아스 호르크스는 자신의 책 <미래는 불명증에 걸린 좀비들의 세상이다>란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21세기는 차병화와 혁신의 속도가 부가 가치를 만드는 지식 경제 사회가 될 것이고, 이 사회에서는 '프리랜서', '취미 노동자', '텔레 노동자'와 같은 다양한 '직업 유목민'이 경제를 주도하게 될 것이다." 2004년에 했던 말이다. 그런데, 코로나-19의 충격으로 그런 사회가 실제로 된 것 같다.
'노블레스 노마드'들은 생존이나 휴식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일 자체가 취미이고 취미가 곧 일인 '취미 노동'의 시대를 산다. 나는 와인을 즐기면서, 와인을 파는 일을 한다. 그래 나는 노블레스 노마드의 첫 번째 조건에 맞는다. '노블레스 노마드'들은 직장이 휴가지나 다름 없고, 집이나 마찬가지이다. 나는 친구 초대를 집 대신 나의 복합와인문화공간 <뱅샾62>에서 한다. 노블레스 노마드들에게는 어디서 일하느냐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정작 중요한 것은 일의 성과이다. 그리고 그 일을 얼마나 즐기면서 할 수 있느냐 이다.
(2) 노블레스 노마드들은 창의적이다.
일하는 방식, 여가를 즐기는 방식, 네트워크 안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방식 등 삶의 전반에 걸쳐 그들의 삶은 언제나 아이디어로 빛난다. 특히 그들의 창의성이 두드러진 분야는 여행이다. 그들은 이미 수많은 사람을 통해 검증된 여행 코스는 가지 않는다. 아니, 가더라도 남들과 같은 여정, 같은 방법으로 가지 않는다. 그들의 여행 목적은 관광이 아니다. 그들은 낯선 곳의 여행을 통해 자기를 성찰하고 내재한 기질을 찾아낸다. 여럿이 떼로 몰려다니지 않는다. 대신 혼자 호젓하게, 가족끼리 오붓하게, 지인끼리 조용하고 창의적인 여행을 즐긴다. 그 과정을 통해 어느 사람들은 꿈에서도 생각하기 어려운 여정을 즐기고 체험한다. 여기서 체험이 중요하다. 다른 사람에게는 평생에 걸쳐 해보고 싶은 꿈이 이들에게는 일상이다.
(3) 노블레스 노마드들은 개의 행복 축구가 우선이다.
성공한 어느 컨설턴트가 한 휴양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중이었다. 그의 곁에는 마을 어부가 고기를 잡고 있었다. 컨설턴트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좀 더 열심히 하면 훨씬 성과가 좋을 텐데요." 나 에게도 주변에서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많다. 어부는 컨설턴트에게 되물었다. "성과가 좋으면 뭐가 좋은데요?" 컨설턴트는 한심한 듯 대답했다. "성과가 좋으면 돈을 많이 벌고, 돈을 많이 벌어 투자하고 벌만큼 벌면…" 어부가 말을 자르며 물었다. "그 다음에는 요?" 컨설턴트는 무식하다는 듯이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 다음에는 좋은 곳에 가서 쉬면서 사는 거지요." 어부가 말했다. "나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데요." 나도 쉬면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산다. 그 어부처럼.
노블레스 노마드들은, 어부처럼, 세상이 혹은 타인이 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성공보다 스스로 흡족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더욱 즐긴다. 내가 좋아하는 파울로 코엘료가 자신의 소설 <순례자>에서 했던 말을 실천하다. "충만하게 즐기는 것이 삶의 목적이다."
(4) 노블레스 노마드들은 인문학적 소양이 깊다.
그들은 예술품으로 산물을 주고 받고, 결혼 예단 품목에 브로드 웨이 뮤지컬 티켓을 넣는다고 한다. 신혼집 분위기에 걸맞는 그림을 그때그때 임대해 걸고, 모처럼 일요일 소문난 갤러리 레스토랑에서 작품도 관람하고 멋스럽게 점심도 먹는다. 그들 그저 돈이라는 1차원적 의미의 재산 형태가 아니라 더욱 높은 차원의 재산 가치를 따질 줄 알게 된 현명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더욱 폭 넓어진 범위에서 새로운 비교 대상을 찾아내 논리적으로 자신들의 소유를 결정한다.
이들이 새로운 개념의 귀족, 즉 '노블레스 노마드'이다. 이들이 CEO인 회사들은 회식이나 여가 문화도 남 다르다. 그들은 판에 박힌 술과 노래방 중심의 회식 문화를 사양하고 영화나 뮤지컬을 단체로 관람하거나 해외 리조트로 스킨스쿠버 교육을 받으러 전 직원이 몰려간다. 이런 회사에서는 기존의 가부장적 조직문화를 경험하기 힘들다.
노블레스 노마드들은 문학과 역사와 철학, 예술, 그리고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그 의미와 진수를 만끽하며 르네상스 시기의 작가들처럼 산다. 예를 들어 명품이나 그에 준하는 물건이 아닌, 현재 자산이 감흥을 느끼며 문화적 코드를 향유할 수 있는 또는 향우 추자가치로 판단할 수 있는 예술을 사는 사람들이다. 한 마디로 예술을 아는 사람들이다. 기능에만 머물지 않는다.
(5) 노블레스 노마드는 소유 대신 경험을 중시한다.
그들은 자기는 것은 끝이다. 그러다 보니 임대 비즈니스에 주목한다. 물론 노블레스 노마드들도 명품을 좋아한다. 자신만의 안목으로 자신의 필요에 의해 선택한 것들이다. 비싼 것을 소유하고 과시함으로써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이들에게는 없다. 대신 이들이 열중하는 것은 몸소 체험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이들은 필요하지 않으면서, 가치도 모르면서 남들의 눈을 의식해 비싼 것을 사들여 놓고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는 것이 바로 과소비이고 낭비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사는 일이 과소비나 낭비일 수 없다. 예를 들어, 요트를 사고 싶다면 그동안 모은 돈을 다 털어 산다. 주위의 비난 따위는 가진 것을 자랑하는 것만큼이나 의미가 없다. 그들은, 아이들을 교육할 때도 가능한 한 많은 곳을 보여주고 느끼게 해 주는 것을 1차 목표로 삼는다.
노블레스 노마드들에게서 비로소 소유는 종말을 맞는 것 같다. 주택도 자동차도 정수기도, 비데도, 이들은 '내 것'을 만들어 쓰기보다 필요한 만큼 쓸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임대 비즈니스는 노블레스 노마드 족들이 늘어나는 만큼 호황을 이룰 비즈니스로 점쳐지고 있다.
(6) 노블레스 노마드들은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들은 일에서 일로, 이 곳에서 저 곳으로,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에게로 언제든 떠날 준비가 돼 있다. 이들은 기득권을 버리고 그 자리에 열정을 채운다. 이들은 배가 항구에 묶여 있으면 가장 안전하지만 배는 출항을 위해 만들어진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안다. 위험할 수도, 도태될 수도,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가정에서 시작하는 그 두려움은 손바닥 만한 기득권에 의지하여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더 심하다는 것도 그들은 안다. 낯설다는 것이 오히려 이들의 걸음을 재촉하는 촉진제이다.
묵은 가치에서 새로운 가치로, 김빠진 열정에서 새로운 열정으로 이들은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고 멈추는 곳이 어디든 그 곳에서 집중하고 열중한다.
(7) 노블레스 노마들은 상품가치가 뛰어난 지식사업가이다.
노블레스 노마드의 라이프 스타일을 살아내는 사람들은 지금 그리고 이후 경쟁 사회가 원하는 창의적 핵심 능력을 가졌다. 그들에게 창조는 습관이기 때문이다. 무형의 아이디어를 상품이나 서비스로 만들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식과 실행력, 이것을 받쳐주는 인적 네트워크를 그들은 가지고 있다. 이들을 우리는 한마디로 지식사업가라 하기도 한다. 그들은 자신의 가치를 확실하게 분석하고 상품화할 줄 안다. 그들은 과거 유목민들의 기질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결핍을 극복하는 능력, 본질에 집중하는 힘, 풍부한 경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술, 동적인 것과 정적인 것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방법, 뿌리와 날개를 동시에 지니는 능력이 바로 그것들이다.
이들 능력의 총체적 힘은 자신의 노동력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힘이다. 그들은 한 명의 사장 밑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의 사장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자유롭게 일을 한다. 군둘라 엥리슈는 자신의 책, <잡 노마드>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직업의 세계에서는 자유만이 진정한 안정을 보장해 주는 길임을 보여준다"고 말하였다.
(8) 노블레스 노마드들은 감성의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그들의 인적 네트워크의 연줄은 학연이나 지연, 혈연이 아니다. 길 위에서 만난, 생각이 같고, 지향점이 같은 사람이 이웃이고 형제이다. 이들은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고 같음을 거부한다. 상대의 고유한 라이프 스타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문화는 공유한다. 노트북과 인터넷으로 어디서든 언제든지 필요할 때 서로 연결한다. 또 의기투합하면 가까운 곳에서 만나 얼굴을 맞대고 와인을 즐기기도 한다.
노블레스 노마드의 인적 네트워크에서는 여자들의 리더십이 더 관심을 받는다. 디지털로 무장한 지식 사회인 21세기는 여성의 섬세함과 자상함이 무기가 되는 시대이다. 김종래는 자신의 책 <우마드>에서 "지금까지 자신을 옭아맸던 농경 정착 마인드의 낡고 찌든 옷을 훌훌 벗어버리고 유목민 디지털 개념, 정보와 속도를 중시하던 마음, 열린 세상을 향해 질주하는 여자들이야 말로 거대 제국의 주인 몽골인의 부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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