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

어제부터 생각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오늘 아침 사진을 만나고서부터 이다. 이 사진을 본 것은 부산일보 김은영 논설위원의 글이었다. 그녀가 라디오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했다. 나는 듣지 못했다. 그녀는 왜 총을 들었을까. 그만큼 절박했던 것 같다. 그녀는 “더 선택할 여지가 없었다"고 한다. 그녀의 말을 직접 들어 본다.
“혼자서 이기적으로 생각하고 집에만 있다면 언제든 우리 집에 군부가 쳐들어와서 체포할 수 있기 때문에 혁명의 길로 들어가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해 결정을 내렸다." 무섭고 두려운 마음이 왜 없었겠는가? 그리고 그녀는 합법적이지도 않고, 정의롭지 않은 군부 행위에 대해 저항하는 게 “국민의 의미"라고 힘주어 말했다.
반복적으로 "생각한다"라는 말이 등장한다. 나는 왜 그녀에게 그런 연대 의식을 가지게 되었까를 생각해 보았다. 그녀는 2013년 미스 그랜드인터내셔널 대회에서 미얀마 대표로 참여했던 타 텟 텟(Htar Htat Htat)이다. 그녀의 인터뷰에서 내가 감동한 지점은 ‘생각을 멈추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생각하며 산다는 것은 그만큼 고민한다는 의미일 테이고, 결과까지 책임지는 행동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의 미얀마처럼 목숨까지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에서 내린 결정이라 더 존경심이 들었다."(김은영)
나 또한 생각을 하며 사는지 쑥스럽다. 생각은 하는 데, 생각을 멈추지 않으려고 하는지, 생각을 하고 선택하여 행동으로 옮기는지,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까지 책임지는 행동을 하는지, 미스 미얀마 타 텟텟에게 창피하다.
김은영 논설위원은 내가 아직 보지 못한 영화를 하나 소개했다. 지난 12일 개봉한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감독 이정국)에 생각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나온다고 한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행동하는지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 말이다. 그 영화의 주인공은 5·18의 가해자이자 피해자였던 계엄군 출신 대리기사 ‘오채근’(안성기 분)인데, 1980년 5월의 광주, 그때 그곳에서 채근은 민주화에 대한 열망으로 거리에 나온 시민을 무자비하게 진압했다고 한다. 심지어 교련복을 입은 고교생을 총으로 쏜 뒤 암매장했다 한다. 그런 채근은 그때를 잊지 못하고 괴로워하며 살지만, 모든 사람이 그러한 것은 아니었다.
그때의 책임자 중 한 사람인 ‘왕년의 투 스타’ 박 회장, ‘박기준’(박근형)은 지금도 호의 호식하며 떵떵거리며 산다. 채근이 박 회장에게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편히 잘살 수 있었는지…” 박 회장은 말한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그때 일은 다 역사가 평가해 줄 거야”라고.
생각 없이 사는 것이 악을 키우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 상황인가? 가치가 능멸 당하는 시대, 윤리가 묵살되는 시대, 사유의 깊이가 조롱 당하는 시대이다. 이를 막아야 한다. 그리고 잘 보아야 한다. 반이성적 욕망을 부추겨 대중의 구호로 삼는 자, 촛불혁명 이후 민주주의를 독재로, 개혁을 권력투쟁으로, 혁명을 탐욕으로 몰고 있는 자들이 곧 파시스트이다. 이들은 이미 우리 안에 와 있고 호각을 불 때만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지금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이 파시스트 세력들은 대중의 욕망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아 대중을 결국 비참하게 만들 것이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사유의 힘'이 필요한 때이다. 속아서는 안 된다. 파시즘이 우리 안에 왔다. 빈이성적 욕망을 부추겨 대중의 구호로 삼는 자가 우리 사회에 지금 가득하다. 특히 청와대만 공격해대는 이들의 안중에는 권력쟁취의 탐욕이 있을 뿐, 정책과 민초는 실종되었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어떤 것 알려면", "정말로 그것을 알고자 한다면", "오랫동안 바라보고", 생각을 해야 한다. 그리고 책을 읽고, 세상을 관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리 깊게 생각하며 살지 않게 된다. 그런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살지 못하고, 사는 대로 생각한다. 상상력은 '택도' 없다. 어떤 사안에 대해 손익을 잘 '계산하고', 이해관계와 감정에 따라 '의심'은 할지 언정, 근본의 이치를 헤아리고, 삶의 방향을 세우는 '사유'는 하지 않고 살아간다. 책이나 글을 읽지 않고 자신도 모르게 몸과 마음에 밴 편견과 습관에 안주하다 보면, 우리는 자신에게 익숙한 종교나 이데올로기 그리고 물질적 욕망에 맹목적으로 매달리며 매일 매일을 연명할 뿐이다.
어떤 것을 알려면/존 모피트
어떤 것을 볼 때
정말로 그것을 알고자 한다면
오랫동안 바라봐야 한다
초록을 바라보면서
숲의 봄을 보았다고 말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자신이 보고 있는 그것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땅 위를 기어가는 검은 줄기와
꽁지깃 같은 양치식물의 잎이 되어야 하고
그 잎들 사이의 작은 고요속으로
들어가야한다.
시간을 충분히 갖고 그 잎들에서
흘러나오는 평화와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이어지는 글은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으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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