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는 지난 주에 이어 밭을 경운기로 흙을 고르게 만드는 '로타리 작업'를 했다. 물론 사람을 얻어 했다. 경운기가 10 마력이니 소 10마리가 끄는 힘으로 순식간에 작업을 끝냈다. 아주 늦은 오후에 시작했는데, 해가 지기 전에 끝마쳤다. 난 나에게 배당된 공간으로 만족하는데, 동료가 원하여 밭을 더 늘렸다. 나는 최근에 새로운 생각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유해동물을 막기 위해 담벼락을 치기 전에, 그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주자고 주장한다.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도 코로나-19 위기의 주요원인을 기후변화로 본다. 그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
(1) 물 순환 교란으로 인한 생태계 붕괴: 물로 가득한 찬 행성인 지구가 온난화로 물의 순환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지구가 1도 뜨거워질 때마다 대기는 7%씩 더 많은 강수량을 빨아들인다. 열(熱)은 구름이 지표에서 강수를 더 빨리 취하도록 몰아친다. 그래서 통제가 어려운 물난리를 겪는다. 그 거칠고 극단적인 현상 속에 가뭄과 산불도 일어난다. 미국은 2019년에 캘리포니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지역이 산불에 휩싸였다. 호주는 그 두배였다. 한국이 캘리포니아의 3분의 1 크기이니 남한 영토만큼 불에 타버렸고, 호주는 한반도 전체가 불길에 휩싸인 규모이다. 어마어마하다. 생태계가 변화하는 물 순환을 따라 잡지못하고 붕괴하고 있다.
(2) 인간이 지구에 남은 마지막 야생의 터를 침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1900년만 해도 인간이 사는 땅은 14% 정도였는데, 지금은 거의 77%이다. 인간은 야생을 개발해 단일 경작지로 사용하고, 숲을 밀어버리고 소를 키워 소고기를 생산한다. 이것도 기후 변화를 유발한다.
(3) 야생 생명들의 이주가 시작되었다. 인간들이 재난을 피해 이주하듯, 동물 뿐만 아니라 식물, 바이러스까지 기후재난을 피해 탈출하고 있다. 서식자기 파괴되었기 때문에 인간 곁으로 왔고, 바이러스는 동물의 몸에 올라타서 이동했다.
제러미 리프킨에 의하면, 앞으로 더 많은 전염병이 창궐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오늘 아침 사진은 어제 그 작업 현장을 찍은 것이다. 그리고 시는 정희성 시인의 <길>이다. 내가 흔들릴 때마다 읽는 시이다. "내 사람아, 울지 말고 고개 들어 하늘을 보라." 이 구절을 제일 좋아한다. 어제가 고 노무현 서거 11주년이란다. 흥미로운 문구는 노무현이 없는 노무현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하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
내가 원하는 것은 권력이나 명예, 부 같은 것이 아니고, 자족(自足)하며 선하게 사는 것이다. 그런데 세속화된 가치관이 팽배한 사회에서는 가난하지만 의롭고 선하게 산다는 것이 오히려 비웃음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시인은 "그것이 그렇게도 노엽다"고 말한다. 세속적인 현실의 삶에 대한 시인의 노여움은 단지 자신의 삶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시대"를 향해 있다. 그것은 특정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의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세상의 어떤 유혹이 닥쳐와도 "마음 단단히 먹고" 의롭고 선한 삶을 살아가겠다는 시인의 다짐은 현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로, 세속적 가치를 추구하고 사는 우리들에게 꾸짖음으로 울린다.
길/정희성
아버지는 내가 법관이 되기를 원하셨고
가난으로 평생을 찌드신 어머니는
아들이 돈을 잘 벌기를 바라셨다.
그러나 어쩌다 시에 눈이 뜨고
애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이 되어
나는 부모의 뜻과는 먼 길을 걸어왔다.
나이 사십에도 궁티를 못 벗은 나를
살 붙이고 살아온 당신마저 비웃지만
서러운 것은 가난만이 아니다.
우리들의 시대는 없는 사람이 없는 대로
맘 편하게 살도록 가만 두지 않는다.
세상 사는 일에 길들지 않은
나에게는 그것이 그렇게도 노엽다.
내 사람아, 울지 말고 고개 들어 하늘을 보아라.
평생에 죄나 짓지 않고 살면 좋으련만
그렇게 살기가 죽기보다 어렵구나.
어쩌랴, 바람이 딴 데서 불어와도
마음 단단히 먹고
한 치도 얼굴을 돌리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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