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 이후, 즉 포스트 코로나 이후의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의 '민 낯'을 우리는 잘 보았다. 박노자 교수도 미국의 신화가 깨졌다고 글을 쓴 적이 있다. 미국에 대한 신화가 무너졌다. 신자유주의 이전의 미국, 예컨대 제2차 세계대전 시절의 미국은 정부 주도로 무기 생산을 시급히 확충 시키는 등 국가가 산업구조에 개입하여 비교적 능숙하게 재난을 극복했다. 그러나 40년 동안의 신자유주의 지배를 거쳐 미국은 이러한 능력을 거의 상실한 듯하다. 세 가지 점을 박노자 교수는 지적하고 있다.
▪ 의료설비 부족이 드러나도 국가가 처음에는 생산에 개입하기를 주저해 귀중한 시간을 낭비했다.
▪ 바이러스 위협이 계속 남아 있고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제약업체에 대한 국가의 통제와 공공의료시스템으로의 전환은 절실히 필요한데도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 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대신에 트럼프는 중국에 책임을 돌리기에 바쁘다.
이 무책임, 이 인명 경시는 단기적 이익 중심의 신자유주의적 사고를 아직도 반성하지 못하는 미국 지도층의 정신상태 일면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지속적인 ‘중국 탓 하기’가 중국인과 외관상 식별이 가지 않는 모든 재미 아시아계 소수자들에 대한 '정신 나간' 인종주의자들의 폭언과 폭력에 노출되고 있는데, 트럼프는 개의치 않는다. 종족적 소수자, 그리고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노약자층 등의 인명과 인권을 더 이상 보호하지 못하고 보호하려 하지도 않는 국가가 세계의 ‘리더’를 여전히 자처할 수 있을까?
중앙대 김누리 교수에 의하면, 미국인들의 절반 이상이 제 3세계 수준의 삶을 살며, 게다가 지금 생존, 생명 문제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지켜줄 공공의료시스템이 없다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우리는 이제 미국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학자들은 우리 사회를 '과잉 미국화' 또는 '총체적 미국화'라는 말을 하면서, 한국의 거의 모든 제도가 미국식이라는 것을 문제 삼아 왔다. 문제는 우리가 이제까지 미국을 총체적으로 따라왔는데, 이젠 미국이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니 이젠 미국 신화를 깨야 한다는 점에 김교수처럼, 나도 동의한다.
김누리 교수에 의하면,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성숙한 민주시민의식이 있었다. 우리의 재발견이다. 이미 2016년 촛불집회에서 보여 주었다. 이젠 근대 이후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믿었던 물질주의적 발전 같은 성장지상주의가 위험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왜? 지구 생태계의 붕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시장 중심주의가 바뀌어야 한다. 박노자 교수는 코로나 19로 시장의 신화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시장주의에 대한 신화가 무너졌다. 시장이 마스크를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에게 마스크를 공급할 수 없음을 우리는 여실히 보았다. 몇 년 전만 해도 기본소득이나 소비 진작을 위해 주민들에게 국가가 현금을 지원하는 것은 ‘급진적인 주장'으로 인식됐지만, 지금 미국같이 비교적 보수적인 나라 마저도 국민들에게 현금 지원을 할 예정이다. 상당수 항공사 등이 어차피 부도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제 항공업과 같은 사회 필수 시설의 국유화 이야기도 나오기 시작한다. 아직 위기의 초기지만, 시장만으로는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없음은 이미 명백해 졌다. 앞으로 세계 경제의 재가동과 회복을 위해서는 엄청난 규모의 국가 개입과 국가 주도의 재분배 정책이 불가피할 것이다.
시장주의 정책으로 일관했다가 공공시스템의 부실을 떠안게 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이제 팬데믹(세계 대유행) 위기의 ‘약한 고리'가 되었다. 그들을 포함 해서 팬데믹 이후의 세계는 과거 신자유주의 시대와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불황 내지 공황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1930년대 미국의 뉴딜을 방불케 할 수준의 국가적 경제 개입이 필요할 것이고, 앞으로는 경제에 대한 국가의 통제와 함께 공공부문, 그리고 재분배 장치들이 대대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이 세계적 추세에서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
김누리 교수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자본주의에 대한 새로운 성찰이 필요하다는 말과 같다. 김교수는 지본주의가 사회주의 계획경제보다 인간의 욕망을 더 효과적으로 합리적으로 충족시켜 주는 체제로 이겼지만,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치명적인 결함을 낳았다고 주장한다. 첫째는 야수자본주의가 되면서, 자본주의가 인간을 잡아 먹었다. 전 세계에서 최고 수준의 실업, 불평등, 사망률, 산업재해율을 한국이 갖게 된 것은 자본주의 야수성이 우리 사회에서 관철되고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자본주의가 대단히 효율적인 체제이지만 과잉 생산으로 중단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이를 '과잉생산 자본주의'라 한다. 이런 자본주의는 생산을 중단하는 순간 넘어지는 자전거에 비유를 한다. 수요가 없고 불필요한 데도 계속 생산을 하여야 한다. 이 생산이 문제이다. 왜? 생산은 자연의 변형 내지 자연의 파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생산을 위해 끝없는 자연의 파괴 해야 한다. 그 대가를 지금 우리가 치르고 있는 거다. 여기서 생태적 문제라는 새로운 것이 등장한 거다.
김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이후의 대안으로 '자본주의 인간화'라는 말을 한다. 여기서 말하는 인간화가 필요한 이유는 세 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는 자본주의가 인간을 소외시켰기 때문이다. 여기서 소외란 인간의 삶을 전도 시킨다는 말이다. 두번째는 자본주의가 사회를 파괴하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공동체를 파괴하였다. 사회를 일종의 정글로 만들었다. 세 번째는 자본주의는 무한히 자연을 파괴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인간과 자연이 화해하면서 살 수 있는 방식으로 인간화해야 한다. 자본주의 인간화란 인간중심주의, 사회적 시장 경제,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 회복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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