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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전문가는 '큰 그림(빅 피처)'를 그릴 줄 안다.

와인 잔을 닦는 일은 순간에 집중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왜 깨끗이 닦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안다. 아침에 만난 지인의 블로그를 보고,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쓴 글이다.

어제 저녁에 만난 한 분이 일을 열심히 하는데, 현재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단다. 그러나 좀 더 기다리면 그 노력의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세상 일이 그렇다. 일년 중 가장 추운 날도 동지가 지난 한 달 후쯤이다. 노력의 결과가 겉으로 드러나려면 시간이 걸린다.

영하 50도에서 얼린 얼음 덩어리를 꺼내 열을 가해보았자, 얼마동안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많은 열을 가해도 아무런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0도가 되자 갑자기 얼음이 녹는다. 한때 얼름으로 불리우던 것이 이제 물이 된 것이다. 또 계속 열을 가해 보면, 역시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지만 아무 반응이 없다. 그러다가 100도에 가까워지면 기포가 생기고 수증기가 올라온다. 끓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처럼,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힘을 들여야 한다. 또한 많은 힘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아무 반응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실은 이미 에너지로 인해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단지 보이지 않을 뿐이다. 계속해서 에너지를 투입하면, 분명 어떤 눈에 보이는 변화가 생길 것이다. 이 법칙을 기억하고 너무 허둥대거나 조급해하거나 자포자기 하지 말자.

그 다음 중요한 것은 자신이 무언가를 왜 원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아는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성취해 내기 위한 열쇠는 강철같은 의지력이 아니다.

이런 마음으로 늘 노력하다보면 반드시 보상을 받게 된다고 믿는다. 마치 아무런 반응도 없는 것처럼 보이던 물이 어느 순간 수증기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한 사실을 깨닫고 '깨어 있으면', 우리는 매 순간 좀 더 즐기면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제 오후에 만난 교수님이신데, 그분은 진정한 '전문' 학자이셨다. 첫 째는 빅 피처(큰 그림)을 그리실 줄 알고, 두번 째는 전문가는 전문가의 식견으로는 지당한 이치를 귀찮아도 끈기 있게 찬찬히 설명해 주시는 분이었다. 전문가는 덩어리의 세상에서 개별을 추려내는 사람이다. 많이 배웠다. 전문가는 개별의 특성을 파악하여 전체를 새롭게 이해하도록 돕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