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을 존엄의 주체로 바라보아야 한다
이것은 세월호 사건 이후 학생을 안전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을 넘어설 것에 대한 주문이다. 존엄은 개인이 소유하는 권리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관계맺음의 문법이다. 이를 위해 이수광은 무엇보다도 학생들을 세월호 애도의 주체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애도를 통해 우리는 생명의 절대성을 배우고 존엄에 대한 감각을 가질 수 있다.
“세월호와 관련해서 말한다면 학생들이 자신들의 슬픔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요즘 이야기되는 인성교육의 토대도 슬픔과 기쁨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조건이 되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학교라는 공간에선 기쁨과 슬픔을 온전히 느끼지 못한다. 자꾸 제한하고, 이래서 인성교육이 되겠나. 존엄으로 가기가 너무 멀어진 것이다. 세월호 이후의 교육이란 바로 이런 부분을 바꾸자는 것이다. 교육의 원형이란 존엄교육을 하는 것이다. 내가 존엄하게 살기 위해 어떤 삶의 기술을 가져야 하는가를 얘기하는 거다. 그런데 지금껏 교육을 통해 배우는 것은 처세기술이었다.”
그의 말에서 학교에서 학교 폭력으로 한 학생이 자살하는 사건이 있자 교내 방송으로 동요하지 말고 공부에 전념하라고 했다는 말이 생각났다. 동료의 죽음을 온전히 슬퍼하고 기억하는 것이 막힐 때 생명과 존엄에 대해 무감각해진다. 그 즈음에 만난 한 학생은 이에 대해 ‘결국 죽으면 자기만 손해이며 개죽음’이라고 말했다. 이런 조건에서는 공동의 노력으로 공통의 터전을 만드는 시민적 주체가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처세의 기술만 터득한다. 바로 이것을 뒤바꾸는 것이 세월호 이후 우리가 꿈꾸어야 하는 교육이다. (엄기호/문화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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