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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봄꽃들이 바람났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은 두려움의 반대편에 있다." 작가 잭 캔필드(Jack Canfield)의 말이다. 이 말을 믿고, 심각한 설탕 중독을 끊게 된 미국 배우이자 영화감독인 아이샤 타일러(Aisha Tyler)를 오늘 아침 만난다. 아이샤가 설탕 중독을 끊을 수 있었던 것은 설탕의 반대편까지 갈고도 긴, 멀고도 먼 길을 가는 것이었다. 그 시간이 무려 15년이 걸렸다고 한다.

아이샤가 설탕을 끊음으로써 새로운 삶과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용기'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래 오늘 아침도 '용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 한다. 나는 프랑스 유학 시절부터 제일 좋아하는 프랑스어가 '봉 꾸라쥐!(Bon courage!)'였다. 우리 말로 하면, '힘 내'이다. 격려와 응원에 쓰이는 영어의 '파이팅(fighting)'의 의미도 있지만, 더 넓은 의미로 쓰인다. '용기'라는 말이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용기를 가진 사람을 우리는 '용감(勇敢)하다'고 한다. '용감하다'는 말은 '용기가 있으며 씩씩하고 기운차다'는 뜻이다. 기운차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몸에 힘찬 기운이 도는 것이다.

아이샤는 용감하다는 것은 현재에 충실하고, 결과가 어떻든 간에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해 전진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녀는 "용감한 사람", "용감하게!"라는 말이 새로운 힘을 얻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고 한다. 그녀의 말을 들어본다. "우리가 목표를 이루는 데 실패하는 것은 용기가 부족하거나 용기를 잃어서 가 아니다. 우리가 용감하다는 것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성공이 무엇이냐고 그녀에게 누군가 묻는다면, 그녀는 과의 모습으로 "다시는 돌아가지 않는 것이라고" 답하겠다고 한다. 오늘 아침 글의 맨처음에 말했던 것처럼, 우리가 원하는 것은 두려워 가고자 하지 않는 '반대편'에 있다. 그곳으로 가려는 용기를 내고 용감하게 그 먼 길을 가는 것이다. 용기? "결정적 순간, 필요한 것은 정보가 아닌 에너지이다'라고 김경일 교수는 유튜브에서 말하고 있다. 여기서 그 에너지가 용기이다. 용기의 기(氣)가 '에너지 기'자이다.

그 실제적인 방법론을 아이샤는 이렇게 말한다. "완전히 벗어나는 데 계속 실패하고 있는 한 가지를 선택하라. 그것의 반대편으로 삶을 옮기겠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세워라.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목표 달성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상관 없다. 그건 당신이 아니라 당신의 용기가 알아서 할 것이다. 일단 반대 편으로 가고 나면 내게 진짜로 기쁨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알고 나면, 기쁨을 주지 않는 것들을 거절하는 일이 정말 쉬워진다."

용기?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용기는 무모(無謀)와 비겁(卑怯) 사이에 존재하는 '어떤 것'이다. 자신의 이상을 발견하고 그것을 완성하기 위해 정진하는 사람에겐 당연히 시험(試驗)과 시련(試鍊)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실질적인 마음가짐, 즉 용기를 가져야 한다. 용기는 결과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모든 정성을 바치는 자발적인 의지이다. 용기는 결과와는 상관 없이 지금-여기에서 나의 이상을 보여주려는 현명함이다.

이런 의지와 현명함으로 삶은 자신만의 임무를 발견하고, 실천해 나가는 여정이다. 그 여정을 이어가다 보면, 나만의 열정을 찾을 수 있다. 그 열정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용기를 가져야 찾을 수 있다. 왜냐하면 타인을 향한 부러움이나 흉내 내기가 아니라 자신의 약점과 열등감을 낱낱이 들여다보고 파악하는 과정에서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열정을 통해 스스로를 독립적인 인간으로 만들고, 자신만의 유일무이한 임무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일상이 무너져, 요일도 모르게 지나가는 날들이다. 이럴수록 용기가 필요하다. 인생을 잘 살아가는 방법은 다만 일상에 지치지 않는 것이다. 늘 다른 하루가 시작될 줄 알았지만 의외로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같다.

그러나 나는 하루 하루를 다르게 만들어 간다. 어제는 우리 동네에서 가장 목련 나무가 많은 곳을 찾아 혼자 즐겼다. 사람은 다 때가 있는 것처럼, 목련 꽃도 잠시 한 철이기 때문이다. 시인들은 봄꽃 중 가장 크고 순백인지라 시의 재료로 많이 사용한다. "아이스크림처럼 하얀 봄을 한입 가득 물고 있는 아이들의 예쁜 입" (제해만), "갑자기 바람 난 4월 봄비에 후두둑 날아오른 하얀 새떼의 비상" (김지나), "어두움을 밀어내려고 전 생애로 쓰는 유서" (박주택), "아픈 가슴 빈자리에 하얀 목련이 진다." (양희은의 <하얀목련>), "흰 붕대를 풀고 있다." (손동연), 요즈음 젊은이들은 "팝콘처럼 피었다 바나나 껍질처럼 스러진다."고 말한다. 그리고 김훈의 산문집 『자전거 여행』에 나오는 "목련은 등불을 켜듯이 피어난다"가 생각났다. 오늘 아침 사진처럼, 봄꽃들이 바람났다. "바람둥이"처럼.

바람둥이/김광규

봄볕의 따스한 손길
닿는 곳마다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면서
산수유와 목련
개나리와 진달래
꽃망울 터뜨리고
게으른 모과나무 가지에도
새싹들 뾰족뾰족 돋아납니다
아직도 깊은 잠에 빠진
능소화와 대추나무
마구 흔들어 깨우려는 듯
횡단보도 아랑곳없이 한길을 가로질러
달려오는 봄바람 맞아
벽돌 담벼락 기어오르는 담쟁이덩굴
움찔움찔 몸을 비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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