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땅끝마을 가는 두 번째 길로 논산을 걸었다.
관촉사의 은진미륵을 만났지만, 시장 같았고, 스님의 독경 소리가 "삐끼"들의 외침처럼 들렸다.
그리고 마을 길을 거쳐 탑정호까지 걸었다.
세계가 전부 비닐하우스 뿐이다. 그러나 호수의 물은 그대로였다.
구부러진 길/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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