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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똑똑한 사람을 높이 치지 않아야 사람들이 경쟁에 휘말리거나 다투지 않게 된다.

1901.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2월 12일)

 

오늘 아침부터 노자 <<도덕경>> 제3장으로 넘어간다.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전투구(泥田鬪狗)하는 이 시점에 여러 번 읽고 생각해 볼 장이다. 흔히 이 장을 사람들은 "안민(安民)의 길"이라 제목을 붙인다. 그 길은 "마음은 비우고 배는 든든하게 하는(虛其心, 實其腹, 허기심, 실기복)" 거라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탐욕을 멀리하면 다툼이 사라진다"며 "부쟁(不爭)의 길"이라 제목을 붙인다. 경쟁하거나 싸우지 않는 길이라는 거다. 우선 제3장 전체를 읽어 본다. 사유는 몇 일동안 이어질 것 같다. 이 장은 우리 인간들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가치론적 처방으로 볼 수 있다. 

① 不尙賢(불상현) 使民不爭(사민불쟁): 훌륭하다는 사람을 떠받들지 않으면 사람들이 다투거나 경쟁하지 않는다.  좀  더 요즈음 사용하는 말로 의역하면, 똑똑한 사람을 높이 치지 않아야 사람들이 경쟁에 휘말리거나 다투지 않게 된다는 거다.

도올에 의하면, '현(賢)"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현명하다', '지혜롭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의 우위를 점령케 모든 슬기로움, 똘똘함의 소유자들, 그래서 지배자의 위치에 서게 되는 강자들을 지목한다. 그리고 이런 "현자를 숭상하지 말라"고 할 때, '상(尙)'은 '신적으로 받는다는 의미'가 있다 한다. 도올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본다. "인간 세상의 기본 원칙은 나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있고, 그 훌륭하고 똑똑한 사람을 신적으로 숭상하도록 만듦으로써 가치의 위계 질서를 조성하고, 그 위계에 모든 사람의 삶을 예속시키는 것이다. 오늘의 대학 입시병이나 스펙 운운하는 사회병태가 이러한 가치서열의 조작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생이불유(낳되 소유하지 않음)'하는 나뭇잎 사이에서는 없는 현상이다."

노자가 바라는 사회는 위 아래로 나뉘어진 사회가 아니라,  옆으로 다양하게 전개되는 사회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경쟁보다는 선택이 행복을 보장해 주고, 하나의 영웅이 이상화되기보다는 다양한 영웅이 출현하며, 크고 강한 나라가 아니라, 크기가 작은 여러 나라(小國寡民, 소국과민)가 공존할 것이다. 또한 이상(理想)으로 일상(日常)을 말살하지 않는 사회이다. 최진석 교수의 멋진 표현이다. 이상을 상정하고, 거기에 맞는 인간형, 즉 현자를 추앙하는 사회의 폐단을 노자는 공격하고 있는 거다. 

노자는 이러한 "상현"의 사회구조화가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를 "경쟁(competition)"이라고 갈파한다. "상현"을 하도록 하여 경쟁하게 만든다는 거다. 왜 경쟁하도록 만들까? 그러한 경쟁에 몰두하고 있는 인간들 이래야 가지고 놀기가 좋다는 거다 문명의 질서에 예속시킴으로써 통치가 매우 용이 해진다는 거다. 가치관의 획일화가 이루어지는 거다. 노자가 말하는 것은 부쟁(不爭)하는 사회이다. 다시 말하면, 쟁(爭, 다툼)이 없는 사회이다.

오강남은 더 알아듣기 쉽게 설명한다. 훌륭한 사람을 표창하여 모든 사람이 귀감이 되도록 떠받들면, 모든 사람이 그 사람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고자 힘쓸 것이라고 믿는 것이 우리들의 일반적인 통념이다. 그래 정부나 기관에서는 이런 통념에 따라 표창장이나 훈장이니 하는 것을 적격자에게 나누어 주고 이를 널리 공표한다. 노자는 이걸 반대하는 거다. 왜냐하면 훌륭한 사람들을 떠받들거나 그들에게 상을 주면, 그로 인해 서로 경쟁하며 다투고 질시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 두 문장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 이야기는 잠시 멈추고, 시를 한 편 공유한 다음, 이어간다. 시를 많이 읽는 것도 그 대답의 한 길이다. 시인들은 그물이 없거나, 있더라도 매우 느슨한, 틈이 많이 벌어진 엉성한 그물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플랜 B/이현승

건물주가 되는 게 그렇게 잘못인가요?
꿈도 없는 게 더 문제라면서요
이런 건 꿈도 안 되나요?
인생에는 공짜가 없다거나
실패가 없다면 배우는 것도 없다는 식의
충고라면 사양하고 싶어요
충고가 고충이에요
건물주의 인생은 뭐 쉬울 것 같냐고 하시지만
고층빌딩이어도 좋으니 건물주가 되고 싶어요
요즘 애들 진짜 문제라지만
진짜 문제를 갖고 싶어요
내 문제, 나만의 문제, 진짜 진짜 내 문제
그도 아니면 요즘 애들이라도 되어 보고 싶어요
문젯거리라도 좋으니
우선 존재는 하고 싶어요
빚 없는 거지 같은 거 말고요
빚이라도 좋으니 있어야 할 이유가 있는 거요
존재하는 게 뭐나고요?

간밤에 폭설이 내렸는데
빈 나뭇가지 위에 눈이 높게 쌓여 있었어요
그토록 가느다란 가지 위에도 높게 눈이 쌓일 수 있다니


글이 길어진다. 여기서 멈춘다. 나머지 이어지는 글이 궁금하시면, 나의 블로그로 따라 오시기 바란다.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이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② 不貴難得之貨(불귀난득지화) 使民不爲盜(사민불위도): 구하기 어려운 물건을 귀하게 여기지 않으면 사람들이 도둑질을 하지 않는다. 
③ 不見可欲(불견가욕) 使民心不亂(사민심불란): 탐욕을 멀리 하면 사람들이 심란(心亂)해 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욕심날 만한 것을 보이지 않아야, 사람들의 마음이 혼란스러워지지 않는다. 즉 마음을 어지럽게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구하기 어려운 귀중한 것을 귀하게 여기면 사람들은 그런 것을 얻으려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정을 저지를 것이다. 그리고 탐날 만한 것을 보이면 그런 것을 못 가져 안달하거나 '상대적 빈곤'에 시달릴 것이나 아예 그런 것을 귀히 여기지 말고, 보지도 말라는 거다.

"난득지화(얻기 어려운 재화, 물건이나 돈)"을 귀하게 여기는 것으 어느 일정한 가치 체계 안에서의 선택이고 그리고 "가욕(욕심 낼 만한 것)"들도 어느 특정한 가치 체계에서 그 가치를 실현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거나 그런 가치 체계를 잘 과시해 줄 수 있기 때문에 욕심 낼 만한 것이 된다. 그런 이유에서 가치의 단일한 통일을 지향하는 사회에서는 그 가치에의 근접 정도에 따라 사람들이 서열화가 일어난다. 그게 문제이다. 어떻게 하여야 하나? 최진석 교수의 설명이다. 그 답은 어떤 하나의 대상에 다양한 가치 매김을 허용하는 거라 본다. 예컨대, 돈이 만능인 사회라면 모두 그 것을 욕심 낼 것이니 어떻게 도둑을 피할 수 있고, 흔들리는 사람들을 안정시킬 수 있겠는가? 노자의 생각에, "현(賢)"이니, "난득지화(難得之貨)"니, "가욕(可欲)"할 만한 것들은 원래 구분과 위계가 없는 자연 상태로부터 이탈된 인위적 가치들이라고 본다. 그러니 성인(자유인)은 자연의 모습에서 이탈된 인위적 가치들을 향한 의지를 약화시키려 한다는 거다. 여기서 성인 약화시키려는 것은 마음이나 의지이다. 즉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미 학습된 가치 체계를 근거로 어떤 지향성을 갖게 되는 것이 바로 마음이고 의지이기 때문이다. 그래 마음과 의지를 비우라고 약화시키라고 노자는 말한다.

우리는 어떤 물건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학습된 가치 체계(전통, 관습, 이데올로기 등)을 가지고 대하면서 관계를 왜곡시킨다. 노자에 따르면, 그 관계의 그물망에 '틈'을 벌려야 한다는 거다. 그 그물에 걸린 행위가 노자가 말하는 "유위"이고, 벌어진 틈으로 그 그물을 극복한 행위가 "무위"이기 때문이다. 그 그물의 틈을 벌리고, 그 틈으로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사람이 노자가 말하는 성인이고, 내가 지향하는 자유인이다. 자유인은 그물망을 촘촘하게 만들기 보다, 틈을 벌리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배를 채우거나 그 뼈대를 튼튼하게 만드는 일에 더 매진한다.

도올은 한발 짝 더 나아간다. 노자의 이런 생각이 "역문명사(逆文明史) 적인 경고"라는 거다. 우리는 사회 진보에 대한 맹목적 신념이나 막연한 기대를 수정해야 한다는 거다. 왜냐하면 "난득지화"를 귀하게 만드는 것은 자본주의사회에서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사회 진보의 계기들이며, 경쟁을 유발시키기 위한 묘방(妙方)으로서 필요 불가결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 진보의 결론은 모든 사람들을 도둑놈으로 만드는 것이 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도둑질하게 만드는 것이 된다. 욕심 낼 만한 것들을 계속 보여주면서 그 마음을 어지럽게 만드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도가도비상도"를 실천하는 성인, 자유인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러한 질문에 노자는 간결하게 대답한다. 그 대답은 내일로 미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