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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숲/정희성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 아침은 두 개의 노래를 여러 번 들었다. 하나는 서영은의 <꿈을 꾼다> 와 "팬텀싱어"라는 프로그램에서 이벼리와 이준환이 부른 <어느 봄날(황베드로 작사, 정희성 작곡, 2008년 26회 MBC 창작동요제 대상)>을 반복 듣기 했다. 우리 동네 시민천문대에서 "별빛 시낭송 음악회"를 한다는 페북의 한 포스트를 보고, 저녁 먹고 갔다가, 몰랐던 한 두 편의 시와 위의 노래를 알게 되었던 것이다. 아는 만큼 본다고, 최근에 가곡을 레슨 받다 보니, 다른 이들의 노래를 듣기 좋아하고, 모르던 노래를 알게 되면, 실컷 듣는다. 또 하나의 일상의 즐거움이다.

입춘 추위가 계속된다. 지난 겨울에 그리 춥지 않아서 인지, 내 몸이 이런 추위에 더 힘들어 한다. "입춘에 물독(오줌 독) 터진다." "입춘 추위는 꿔다 해도 한다." "입춘 추위에 입 돌아간다." 이런 말들이 있는 것 보니, 옛날에도 입춘 무렵에는 추위가 찾아왔나 보다. 그래서 이런 말들이 있겠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람 만나는 것이 꺼려져, 거리가 스산한데, 입춘 추위까지 덥 치니, 봄이 더 기다려진다. 그러나 이 아침에 <어느 봄날>을 듣다 보니, 마음이 따뜻해 진다. "돌배 꽃 잎에 싸여/어느새 잠이 든 낮 달/잠 깨워 데려갈 구름 없어/꽃 속에 낮잠을 잔다//꿀벌아 멀리 멀리 가거라/선잠 깬 낮 달이 울면서 멀리/떠 날라."

오늘 아침의 화두는 '석복(惜福)'이라는 말이다. 이 말은 '복을 다 누리려 들지 말고 아끼라'는 말이다. 사물은 성대하면 반드시 쇠하게 되어 있다. 너희는 자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석복'의 처방은 겸손과 공손함이다. 이 말을 '석복겸공(惜福謙恭)'이라 한다. 예컨대 '검소한 복장에 말과 태도가 겸손'한 것이다. 소동파는 "입과 배의 욕망이 어찌 끝이 있겠는가? 매번 절약하고 검소함을 더함이 또한 복을 아끼고 수명을 늘리는 방법 이다"고 말했다. 부족함 보다 넘치는 것이 더 문제이기에, 채우지 말고 비우고, 움켜지는 대신 내려놓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석복'이란 현재 누리고 있는 복을 소중히 여겨 더욱 낮추고 검소하게 생활하여 복을 오래 누리도록 함을 말한다. 이것은 바로 '멈춤의 미학', '절제의 미학'이다. 이를 실천하려면, 사유 깊은 자기 성찰과 함께 중용, 균형, 멈춤의 미학을 깨달아야만 가능하다.

이 시대는 끝장을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세상이다. 결코 적당한 선에서 멈추는 법이 없다. 이런 시대에 영성을 키워 영적으로 성숙된 사람이 될 수 있는데, 그 실천 방법은 '지지(知止)'이다. '지지'란 멈출 때 멈출 수 있어야 하고, 또 적당한 선에서 그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멈춤의 미학이다. 멈춤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사람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와 같다. 우주의 법칙이 쇠함과 성함이 돌고 돌아 순환하는 것이다. 세간에 무엇이든 성이 있으면 반드시 쇠가 있다. 계절의 변화도 마찬가지이다. 자연이 침묵으로 말한다. 곧, 바이러스도 떠나고, 봄이 시작될 것이다.

<명훈(明訓, 15종의 자료를 바탕으로 고인의 말이나 시구에서 훈계가 될 만한 것을 채록)>이라는 책을 쓴 허균처럼, 나도 앞으로 좋은 글을 모아 책을 만들어 본다. 다음은 그 곳에서 뽑은 글이다.

"일은 완벽하게 끝을 보려 하지 말고,
세력은 끝까지 의지하지 말며,
말은 끝까지 다하지 말고,
복은 끝까지 다 누리지 말라."

인간이 무엇이든 끝까지 누리면, 쇠할 때 그만큼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많이 가졌던 만큼, 끝까지 향유했던 만큼, 절정으로 즐거웠던 만큼, 상실의 폭 또한 깊고 넓다. 우주의 법칙이 말한다. 인간 세상에도 영원불변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행복할수록, 일이 순조롭게 풀릴수록, 더욱 근신하고 몸을 낮춰야 한다. 착한 일을 많이 하고, 복을 아껴야 한다. 이를 '석복(惜福)'이라 한다. 다시 말하지만, "검소하게 생활하여 복을 오래 누림"이다. 한문은 아낄 '석(惜)'자이다.  아니면 바이러스가 공격한다. 그래야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숲"이 된다.

숲/정희성

숲에 가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 있더군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
숱한 사람들이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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