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프랑스어 에메르제(emerger)의 반대는 이메르제(immerger)이다. Emerger는 자동사로 '수면 위로 나타나다'란 뜻으로 그냥 어떤 도움 없이 부상한다는 말이다. Immerger는 타동사로 '물에 잠기게 하다'란 말이다. 왜 이런 말을 하느냐 하면, "더 빨라진 미래의 생존 원칙" 중 하나인 "권위보다 창발"을 말하고 싶어서 이다. 그러니까 프랑스어로 에메르정스(emmergence, 솟아남)의 반대는 임메르지옹(immersion, 물에 담그기)이 아니라, 권위(autorite)이다.
영어로는 이머전스(emergence), 한국어로는 '창발(創發)'이라 한다. '창발'을 사전에서는 '남이 모르거나 하지 아니한 것을 처음으로 또는 새롭게 밝혀내거나 이루는 일'이라 설명하고 있다. 요즈음 이머전스, 창발은 '작은 것들(뉴런, 박테리아, 개인)'이 다수가 되면서, 개별 능력을 훨씬 뛰어 넘는 어떤 속성을 드러낼 때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단순한 부분의 합보다 훨씬 더 큰 능력과 힘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권위적인 조직은 소수의 사람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항로를 결정하는 것이라면, 창발적 조직은 의사 결정이 '내려가는' 경우보다 많은 조직원 또는 이런 저런 이해당사자들로부터 솟아오르는 경우이다. 이 부분에서 인터넷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세상이 바뀌었다. 초연결시대이다.
"손이 하는 일은 다른 손을 찾는 일이다." 그러나 손이 다른 손이 아니라. '인터넷 툴'을 만나면 권위를 누르고 창발이 승리하게 된다. 그러면 지식이 생산되고 분배되는 방식의 지각 변동이 일어난다. 우리는 '새통사(새로운 통찰을 찾는 사람들)' 커뮤니티를 창발적으로 만들고 있다. 그런데 벌써 오늘이 1월 말이다.
손은 손을 찾는다/이문재
손이 하는 일은
다른 손을 찾는 것이다.
마음이 마음에게 지고
내가 나인 것이
시끄러워 견딜 수가 없을 때
내가 네가 아닌 것이
견딜 수 없이 시끄러울 때
그리하여 탈진해서
온종일 누워 있을 때 보라.
여기가 삶의 끝인 것 같을 때
내가 나를 떠날 것 같을 때
손을 보라.
왼손은 늘 오른손을 찾고
두 손은 다른 손을 찾고 있었다.
손은 늘 따로 혼자 있었다.
빈손이 가장 무거웠다.
겨우 몸을 일으켜
생수 한 모금 마시며 알았다.
모든 진정한 고마움에는
독약 같은 미량의 미안함이 묻어 있다.
고맙다는 말은 따로 혼자 있지 못한다.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해야 한다.
엊저녁 너는 고마움이었고
오늘 아침 나는 미안함이다.
손이 하는 일은
결국 다른 손을 찾는 일이다.
오른손이 왼손을 찾아
가슴 앞에서 가진런해지는 까닭은
빈손이 그토록 무겁기 때문이다.
미안함이 그토록 무겁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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