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예전엔, 사랑하면 가난을 이겼는데,
이젠, 아무리 해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한다.
시인 시절이 좋았다.
그래도 시 속에서, 난 사랑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소릴 듣는다.
사랑은 스스로 가난해지는 것이니까.
오늘도 칼바람은 가난한 이에게 더 칼이 날카롭게 찌르겠지.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한 사랑노래 -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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