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인문운동가가 대덕 특구 연구단지를 읽는다. (1)
내가 알고 지내는 우리 동네 고영주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의 멋진 칼럼을 읽고, 여러가지 통찰을 얻었다. 그에 의하면, 우리는 모두 별에서 온 사람이다. 나는 늘 우리의 근원이 무엇이고, 어디서 온 것인지 궁금했다.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화학원소는 모두 별의 활동을 통해 지구로 왔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본다.
"인류는 아주 최근 허블우주망원경에 의한 우주배경복사의 관측으로 138억 년 전 우주의 탄생 빅뱅이 있었음을 알아냈다. 그리고 빅뱅 3분 이내에 쿼크, 전자, 양성자, 중성자 등이 만들어졌고 38만 년이 지나서 수소와 헬륨이 생성됐다. 빅뱅 수억 년 후 탄생한 별 내부에서 수소와 헬륨의 융합이 일어나 탄소, 산소 등을 거쳐 철까지 원소들이 만들어진 상태에서 더 이상의 핵융합은 중단되고 일부가 폭발하여 초신성[supernova]이 된다. 이 과정의 뜨거운 온도에 의해 철 이상의 무거운 화학원소들이 탄생하게 되고 이 모든 우주의 원소들이 46억 년 전 탄생한 지구에 착륙하게 된 것이다."
박문호 박사의 자연과학 세상을 줄여, <박자세> 강의에서 들었던 내용이기도 하다. 인문운동가인 인문학자에게는 이런 내용이 다 새롭다. 이런 이야기들 말이다.
▪ 생명의 탄생과 유지는 몸을 구성하는 탄소, 산소, 수소, 질소 등의 화학원소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다양한 화학물질의 역할 때문이다. 이 화학물질은 생명이 끝나면 다시 애초의 화학원소로 돌아가게 된다.
▪ 핵융합이 일어나는 뜨거운 조건이 없이는 화학원소 자체는 결코 없어지거나 변하지 않는다. 사람은 죽어 이름도 남기지만 사용하던 화학원소를 남기는 것이다.
▪ 세종대왕의 몸속에 있던 화학원소가 누군가의 몸속에 들어와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겸손하게 잘 살아 내어서 죽은 후 몸속의 원소를 누군가에게 잘 넘겨줘야 할 일이다.
▪ 사람만이 아니고 모든 생명체와 세상 만물은 화학원소로 만들어져 있다. 사실 화학을 모르던 시절 세상 만물은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을까 하는 것은 인간의 철학적 질문이었다.
세상 만물은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이런 질문은 인문학의 단골 메뉴이다. 우리는 자신의 사유의 시선을 한 단계 높이려면, 질문을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왜 질문을 하지 않을까? 자기가 다 안다고 하는 오만이 그렇게 만든다고 본다. 게다가 주변의 과학자들을 보면, 물론 예외적인 분들이 몇 있지만, 대개 꿈이 없는 것 같다. 그저 프로젝트 하나 따서 그 과제만 해결하려는 것처럼 인문운동가의 눈에 비친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병산에 와서 나는 병산을 잊어 버리고/병산이 어디에 있느냐고 손사래를 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오늘 사진처럼, "어디서 오는지 묻는 이 없고/어디로 가는지 묻는 이 없는/인생은 저 푸른 물과 같은 것이다." 부, 명예 그리고 권력이 다가 아니다.
병산(屛山)을 지나며/나호열
어디서 오는지 묻는 이 없고
어디로 가는지 묻는 이 없는
인생은 저 푸른 물과 같은 것이다
높은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어리석음이
결국은 먼 길을 돌고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임을
짧은 인생이 뉘우친다
쌓아 올린 그 키만큼
탑은 속절없이 스러지고
낮게 기어가는 강의 등줄기에
세월은 잔 물결 몇 개를 그리다 만다
옛사람 그러하듯이
나도 그 강을 건널 생각 버리고
저 편 병산의 바위를 물끄러미 쳐다 보려니
몇 점 구름은 수줍은 듯 흩어지고
돌아갈 길을 줍는 황급한 마음이
강물에 텀벙 거린다
병산에 와서 나는 병산을 잊어 버리고
병산이 어디에 있느냐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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