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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영혼의 욕망’

2년 전 오늘 아침에 공유했던 시입니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나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은? 성실하게 살다가 어쩔 도리가 없는 속수무책의 상황이 되었을 때 태도를 바꾸면 된다. 인생을 지나치게 무겁게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일이 잘 안 풀리면, 모든 것을 백지로 되돌리고 나서 다시 해보는 것이다. 길이 있다고 주문을 외우듯이 가능성을 질문 하다 보면 삶이 더욱 단단해진다. 사회를 부정하기보다 권위라는 허울에 빠져 본질은 못 본 채 스스로를 잃고 마는 우리를 깨우는 삶의 전략이 필요하다. 허세를 버리고 마음으로 직면하는 것이다. 인생 한번 부딪쳐 보는 것이다. 내가 내 인생의 주도권을 쥐는 것이다.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잘 모른다. 우리는 삶을 알지 못하면서도 다 안다는 듯 살아간다. 분명한 것은 아무것도 쥐지 않고 왔다가 저 자연이 부를 때 모든 걸 내려놓고 간다는 사실 뿐이다. 이걸 모르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나이 들수록 영적으로 성장하고 단순하게 살아야 한다. 불필요한 소유를 덜어내고, '참나'를 찾는 것이 단순한 삶의 핵심이다. 그래야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여야 남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고대 영성가들은 나이 들면서 주의해야 할 것으로 교만과 시기, 분노와 태만을 꼽았다. 특히 시기를 치명적인 죄라고 말했다. 시기는 질투와 이기적인 야망과 결합하기 때문이다. 시기는 다른 악덕을 끌어들여 죄악을 더욱 악하게 만든다. 이웃의 불행을 보고 기뻐하고, 누군가의 성공을 보고 불쾌감을 느낀다. 영국의 신학자 윌리엄 퍼킨스는 이를 ‘영혼의 욕망’이라고 말했다. 즉 자신의 소명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이의 소명을 탐하는 것이다. 욕망은 처음엔 문을 열어 달라고 간청하다가 어느덧 손님이 되고 마음의 주인이 된다. 그러면 지금 있는 자리가 "꽃자리"인 줄 우리는 모른다.

그래 난 이젠 책상에서 일어나, 나의 "꽃자리" 찾아 <예훈 농장>에 간다.

꽃자리/구상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고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고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묶여 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본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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